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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내 아내니까

“중학교 때 모습을 말하는 거야?”

“아니, 아주 아주 어렸을 때. 아마 7, 8살 정도 됐을 때는 수줍음도 많고 아주 착한 아이였어. 처음 부모님과 함께 조상님께 제사 지내러 갔다가 가정부와 헤어지게 됐는데 그 숲에서 길을 찾도록 이끌어준 사람이 바로 걔였어.”

그 말을 듣던 고유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유진 누나랑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네.”

“응, 그때 평생 잘해주겠다고 맹세했지.”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네.”

“근데...”

“근데 뭐?”

김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최근 며칠을 함께 보내면서 그는 친구와 연인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친구일 때는 자기 자리만 지키면서 그녀가 행복하면 자신도 행복했다.

그녀도 지금처럼 손오공의 머리에 씌워진 금고아나 그의 목을 옥죄는 철조망처럼 숨이 막힐 정도로 그를 괴롭히지도 않았다.

...질식할 것 같았다.

예전에는 퇴근 시간이 되면 안서희를 데리러 병원에 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안서희는 기뻐서 펄쩍펄쩍 뛰곤 했다.

안서희는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친해지고 나면 생각만큼 꽉 막힌 성격이 아니었고 오히려 재치 있는 언변을 가지고 있었다.

시사나 가십거리, 주변 일화 등 어떤 이야기를 하든 항상 다채롭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하지만 본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의사처럼 엄격하고 진지한 태도로 돌아섰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임산부들을 늘 상대한 탓인지 그녀는 늘 상대를 배려하며 말했고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의 삶에 나타난 여자는 많지 않았고 딱 이 둘이었기에 더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책임감과 선량함만 놓고 보더라도 안서희가 훨씬 나았고 안유진은...

예전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형, 아직 얘기 안 했어. 나 도와줄 거야, 말 거야?”

고유현은 초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그쳤다.

“형, 이 여자가 내 승부욕을 자극했어. 전에 여자들은 다 내 말이면 그대로 따라서 재미없었는데 갑자기 도발하는 상대를 만났으니까 절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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