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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후회해?

아이 얘기를 듣는 순간 김주혁의 가슴은 칼로 찌르는 것 같았고 고통의 흔적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백금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누구 보라고 그렇게 아픈 척하는 거야?”

김주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제 아이기도 해요.”

“허, 그건 알고 있네?”

“제가... 늦었어요. 조금만 더 일찍 갔으면 아이 살렸을 지도 모르는데...

백금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못 살렸을 거야. 서희가 독하게 마음먹고 절망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거니까. 너랑 모든 인연을 끊고 싶었던 거야. 그게 아니고서야 단호하게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거야.”

김주혁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자기 심장을 잡고 찢고 비틀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심장이 있던 자리를 주먹으로 치며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랬다, 그날 병원 문밖에서 안서희는 그에게 아주 분명하게 말했다.

다시는 그를 보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그때 그가 제때 도착해서 낙태를 막았다고 해도 안서희는 차갑게 마음이 식었고 언젠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백금희가 물었다.

“하나만 물어볼게. 유진이 배 속에 있는 아이, 너랑 상관있어 없어?”

“당연히 없죠!”

김주혁은 즉각 부인했다.

“귀국했을 때 이미 임신 5개월이었고 걔가 출국한 뒤로는 만난 적도 없어요.”

이 말을 들은 백금희는 기분이 나아지기는커녕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남의 자식 계부나 되려고 자기 친자식을 죽인 거야?”

김주혁의 양옆으로 드리워졌던 주먹이 순식간에 꽉 쥐어졌다.

백금희가 말을 이어갔다.

“주혁아, 네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니 너한테는 옳은 선택이길 바란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고 김주혁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했다.

“유진이지?”

“...네.”

“받아.”

김주혁은 곧장 전화를 끊었다.

“아침에 나올 때 다 준비해 뒀으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전화벨이 다시 울렸고 김주혁은 다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곧 세 번째 전화가 걸려 왔다.

백금희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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