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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온통 미안하다는 말뿐

그러나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모두 공백 페이지였다.

김주혁은 여러 번 확인하다가 마침내 뒤 페이지가 찢겼고 안쪽에 찢어진 종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한눈에 봐도 규칙적이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이 극도로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찢어버린 것 같았다.

김주혁은 안서희가 무엇을 썼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노트를 불빛에 가까이 가져다 댔고 희미한 스탠드 불빛을 통해 뒷면의 빈 종이에 얕게 새겨진 자국이 희미하게 보였다.

글씨를 쓰면서 남겨진 자국이었다!

그는 즉시 호텔 전화를 들고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

“당장 연필 가져다주세요!”

직원은 지체하지 않고 재빨리 연필을 전달했다.

김주혁이 연필을 기울여 종이에 슥슥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글씨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거창한 글은 아니었고 미안하다는 말만 적었다.

종이 한 장에 뺴곡히...

엄청난 무력감과 고통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녀가 아이를 지울 결심을 굳힌 날이겠지.

발코니에서 안유진과 그가 나눈 대화를 들었던 그녀는 안유진이 나타난 첫날부터 뭔가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다.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그녀는 명목상 사모님이었지만 안유진은 거듭 우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시험하고 그녀의 일상에 침범하며 계속해서 그들 셋 중 제삼자는 안서희라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안서희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 애를 써봤지만 그날 그녀는 자신의 두 귀로 안유진이 그 선을 넘는 것을 들어버렸다.

그녀는 그날 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멍하니 절망한 채 날이 밝기만 기다렸을까, 아니면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했을까?

이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는 울면서 수없이 많은 미안하단 말을 적었겠지.

김주혁은 일기장을 덮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따르릉-

호텔 전화가 울리고 전화기를 들어보니 리조트 프론트 데스크였다.

“김주혁 씨, 방금 안유진 씨가 전화해서 여기 계시냐고 물었어요.”

그는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멍하니 되물었다.

“안유진 씨?”

접수원은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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