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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네 비서 편을 들어주는 거야?

작가: 사흘부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06 17:29:08
사랑은 조용히 자신에게 말했다.

‘커피 한 잔 타는 것뿐이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사랑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준비해 대표님 사무실로 가져갔다.

태경은 냉정하게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셔츠의 소매는 위로 말아 올려져 있었고, 드러난 하얀 손목조차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심심한 듯 손가락으로 펜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사랑의 시선은 소파에 앉아 있는 세영으로 향했다. 세영은 오늘도 눈에 띄는 빨간 벨벳 탱크톱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곱슬머리 덕분에 매력이 한층 더 강조된 모습이었다.

세영의 미모는 화려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정교했고, 눈매에는 요염한 빛이 서려 있었다.

지금 세영은 나른하게 태경의 사무실 소파에 엎드려 있었고, 다리를 꼬고 앉아 그의 책과 서류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심심했던 것인지, 힐끗 한 번 쳐다보곤 바로 옆으로 던져버렸다.

“태경아, 네 사무실은 왜 이렇게 검은색 아니면 하얀색뿐인 거야? 너무 밋밋하지 않아?”

사랑은 세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세영이 당당하게 태경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으며, 사랑은 뜻밖에도 조금 부러움을 느꼈다.

태경은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무실 안의 서류는 덕훈조차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세영은 오히려 마음대로 던져버릴 수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세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사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썹을 들어올리며 붉은 입술을 의미심장하게 구부리며 미소를 지었다.

사랑을 훑어보는 세영의 눈빛은 무척 차가웠다.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감추며 일부러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태경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 네 비서야?”

대답을 듣기도 전에, 세영은 천천히 일어서서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태경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왜 이렇게 예쁜 비서를 쓰는 건데?”

세영의 비아냥에 익숙해진 태경은 사랑을 보더니 먼저 나가라고 했다.

태경은 자신의 사생활이 들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그 사람이 세영일지라도

‘나와 강 비서는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아.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동시에 또 각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으니까. 강 비서도 계약서 대로 책임을 이행하고 있지.’

태경은 업무 관계에 사적인 감정을 첨가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사랑도 마침 사무실에 있고 싶지 않아 바로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세영은 갑자기 그녀를 부르더니 나른하게 말했다.

“커피가 좀 뜨겁네요. 난 차가운 거 마시길 좋아하니까, 다시 한 잔 타줘요.”

사랑은 이런 일에 익숙해졌기에,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에 이런 굴욕을 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청연의 병원비를 위해, 사랑은 강씨 가문 앞에서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었다. 그녀도 자존심이 있었지만, 이럴 땐 정말 보잘것없었다.

사랑은 개인적인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여전히 비서로서의 예의를 지켰다.

“네.”

사랑은 밖으로 나가면서 친절하게 사무실 문까지 닫아줬다. 그녀의 손톱은 거의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현미와 미현은 얼른 사랑을 에워쌌다.

“두 분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데?”

사랑은 미간을 비비며 앞의 두 사람을 대처했다.

“커피 마시고 있어.”

현미는 실망한 듯 실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다야?”

미현도 무척 실망했다.

“막 포옹하고 뽀뽀하지 않았어요?!”

사랑은 무척 침착했다.

“아직은.”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난 다시 커피를 타러 가야 해.”

현미도 직설적으로 말했다.

“정말 까다로운 아가씨인가 보네.”

...

사무실 안에서, 태경은 펜을 내려놓더니, 평온한 말투로 세영의 정곡을 찔렀다.

“왜 강 비서를 들볶는 거야?”

자신의 속셈이 들키자, 세영은 순간 당황했다. 그녀는 사랑이 미워서 이를 갈 정도였다. 특히 사랑과 태경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세영은 당장이라도 돌아가서 사랑을 없애고 싶은 심정이었다.

태경은 세영을 좋아하긴 했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깊은 애정은 아니었다. 세영은 결국 태경을 완전히 붙잡지 못했다.

태경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달과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늘 멀게만 느껴졌고, 세영은 그에게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그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미묘한 거리가 있었다.

태경은 사랑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고, 정밀한 기계처럼 자신이 실수하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를 위해 이성을 잃지도 않을 것이며, 또 누구를 잃었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할 사람도 아니었다.

세영은 욕심이 많았다. 그녀는 태경의 모든 사랑을 원했지만, 태경은 결코 자신의 마음을 양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여러 번 헤어졌고, 또 그만큼 여러 번 화해했다.

결국 세영은 화가 나서 출국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태경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리는 세영을 보며, 태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뒀는데도 불만이야?”

추억에서 정신을 차리자, 세영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태경아, 지금 네 비서 편을 들어주는 거야?”

태경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

유리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3초 후, 사랑은 새로 탄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세영은 이번에 트집을 잡지 않았는데, 사랑이 떠나자, 그녀는 화장실에 가겠다며 따라 나갔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사랑을 막았다.

지금은 주위에 사람이 없었기에, 세영도 연기하기 귀찮아 차갑게 사랑을 바라보았다.

“사랑아, 오랜만이야.”

사랑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 구역질이 났다. 세영은 이미 자신이 강남복이 바람을 피운 증거라는 것을 진작에 잊었을 것이다.

“꽤 오래됐지.”

세영은 사랑이 차갑고 담담한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시원찮았다.

‘아직도 자기가 귀한 집 아가씨인 줄 아나 봐. 남씨 가문의 사람은 다 죽거나 감옥에 들어갔는데, 대체 뭐가 그리 잘난 거야?’

세영은 빙그레 웃었다.

“아주머니는 괜찮으셔?”

사랑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세영은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작은 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아직 죽지 않았어?”

사랑은 손을 들어 그녀를 향해 휘둘렀으나, 세영이 막았다.

사랑도 성질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반응이 매우 빨라서, 즉시 다른 한 손을 들어 세영의 뺨을 때렸다.

세영은 맞아서 멍해졌다.

얼굴이 빠르게 붉어지자, 세영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감히 날 때려?”

사랑은 힘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모든 힘을 쓰지 않을 것을 약간 후회하고 있었다.

세영은 재빨리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다. 머리카락이 있었기에 그리 아프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아직 병원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언젠가 깨어나면 또 뭐가 달라지겠어?”

세영은 물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았다.

“아주머니가 자신의 딸이 몸을 팔아서 약과 병원비를 지불하고 있다는 거 아신다면, 아마 또다시 10층에서 뛰어내릴걸.”

사랑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입술까지 창백했다. 잠시 후, 그녀는 세영의 눈을 바라보며, 갑자기 웃었다.

“내가 심태경의 곁에 있는 건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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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태경처럼 뻔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태경은 웃으며 물었다.“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오늘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는데, 나른하게 웃으니 마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사랑아, 낳고 싶지 않아도 낳아야 해.”사랑은 좀 화가 났다. ‘항상 마음대로 이런 농담을 하면서, 내가 어떤 심정인지는 전혀 배려해본 적이 없지.’위층의 침실은 객실 두 개보다 더 컸다. 가운데의 침대도 커서 네 사람이 같이 누워 잘 수 있었다.사랑은 아직도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침대에 쓰러졌다. 그녀는 의사의 말을 기억하고 얼른 배를 안았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태경은 사랑의 귀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널 원해.”사랑은 어쩔 수 없이 태경의 허리를 안고 있었다. 양복바지는 넓은 편이 아니라서, 그 부위가 선명하게 드러났고, 벨트의 버클은 무척 딱딱하고 불편했다.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잖아요.”태경은 사랑의 손을 잡았다.“강 비서, 낮에는 이런 일 하면 안 되는 거야?”사랑은 화가 나서 얼굴을 돌렸지만, 태경은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도록 강요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태경을 가볍게 걷어찼다.“그만해요.”태경은 평소보다 차갑고 담담한 사랑 대신, 화났을 때의 그녀가 훨씬 사랑스럽다는 것을 발견했다.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 내밀고 있으니, 표정도 유난히 엄숙했다.태경은 사랑의 얼굴을 움켜쥐며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사랑은 숨을 쉬지 못했지만 또 자신이 구름 위에 둥둥 떠있는 것만 같았다.갑작스러운 키스에 머리가 어지러운 사랑은 여전히 이성을 유지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태경을 밀어냈다.“배고파요.”태경의 옷은 구기지 않았고, 옷차림이 무척 단정하고 점잖았다. 그는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내가 먹여주고 있잖아?”사랑은 태경을 마주할 때, 늘 말문이 막혔다. 간단한 말 한마디에 바로 얼굴을 붉혔으니까.그러나 사랑은 못 알아들은 척했다.‘내려가서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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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차 안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핸들에 엎드려 손에 힘을 꼭 쥐고 있었지만, 또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가방 속의 핸드폰이 몇 번이나 울렸는데도 사랑은 상관하지 않았다.한참 지나자, 사랑은 천천히 일어나서 차창을 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몇 분 후, 정서가 점차 안정될 때, 사랑은 그제야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는데, 모두 임다빈이 한 전화인 것을 발견했다.다빈은 며칠 전에야 귀국했다.[사랑아! 왜 계속 내 전화를 안 받은 거야?]사랑은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방금 바빠서 핸드폰 확인할 새 없었거든.”다빈은 사랑의 목소리가 약간 쉰 것을 듣고 이상함을 느꼈다.[너 왜 그래? 그 심 대표가 또 널 괴롭혔니?]처음에 사랑과 태경이 결혼한 사실을 알고, 다빈은 진심으로 사랑을 위해 기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은 태경과의 결혼은 계약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와 태경은 여전히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 불과했던 것이다.다빈과 사랑은 고등학교의 짝꿍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자연히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특히 태경이 회사에서 수많은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본 뒤, 그를 극악무도하고 냉혈하며 매정한 상사라고 욕했다.사랑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아니야.”다빈은 가정형편이 아주 좋았고, 집안에 아이라곤 그녀 하나밖에 없었으니, 어릴 때부터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다빈은 다른 재벌 집 아가씨에 비해, 욕심도 나쁜 마음도 없었다.그녀는 툴툴거렸다.[하긴, 심태경은 정신적 폭력을 선호했으니까!]태경은 빙산과 같았다. 사랑은 그를 무척 좋아했지만, 그걸로 이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순 없었다.다빈은 줄곧 태경을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다.‘너무 무정해.’[사랑아, 심태경은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야?]“뭐가?”[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도대체 왜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태경은 확실히 잘생겼고, 일반 남자들에 비하면 외모가 빼어났다. 거기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또 수단도, 박력도 있으니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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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50화 언젠가는 강사랑을 죽일 거야

    사랑은 몸이 뻣뻣해졌다. 지호가 아직도 이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사람은 모두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가 있었다. 사랑도 그때 궁지에 몰리지 않았다면,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을 팔지도 않았을 것이다.태경은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았다.그도 사랑이 왜 에스타나이트에 가서 아르바이트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남청연의 병원비는 결코 한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태경은 사랑이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미 돌아가셨을 수도 있겠군.’지호는 태경이 무관심한 것을 보고 재미없다고 느꼈다.‘하긴, 신경 쓰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았으니 강사랑에게 무슨 감정을 가지겠어.’지호의 머리는 또 아프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참았다. 매번 사랑의 얼굴을 볼 때마다, 지호는 머리가 따끔거렸고, 마치 바늘이 관자놀이를 호되게 꿰뚫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또 그렇게 빨리 사랑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려 하지 않았다.지호는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다. 도대체 자신의 병 때문인지, 아니면 사랑이 그렇게 얄미운 것인지. 그의 피부는 눈처럼 창백했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럼 너희들 방해하지 않을게.”‘더 이상 있을 순 없어.’몸을 돌려 떠나자, 애써 참았던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호는 발걸음을 비틀거렸고, 옆의 난간을 짚어서야 겨우 넘어지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숨을 깊게 쉬었다.이 순간, 전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통증은 그제야 서서히 사라졌다.지호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눈빛의 살의는 전례 없이 짙어졌다. 그는 마치 악마처럼 이를 갈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강사랑을 죽일 거야. 그 사람이 죽기만 하면, 난 더 이상 그 여자를 볼 리가 없고, 이렇게 고통스럽지도 않을 거야.지호는 일찍 연회장을 나섰다. 그는 차에 앉아 미간을 비비다가, 갑자기 입을 열고 앞에 앉은 기사에게 물었다.“내가 예전에 병원에 있을 때, 어떤 치료를 받은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9화 고등학교 동창

    지호의 말은 모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록 몇 마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사랑을 향한 경멸이 넘쳤다.태경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내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거지?”지호는 평소에 남의 일을 알아보지 않았고, 그럴 흥미도 없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가족사업을 인수하면서, 그 깨끗하지 못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빠서 이런 일들을 신경 쓸 틈도 없었다.지호의 안색은 차가웠고, 짙은 동공은 그 속을 헤아릴 수 없었다.“궁금해서.”태경은 코웃음을 쳤다.“이제 세영을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야? 네가?”지호가 세영을 좋아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오래전에 이미 누군가 알아차린 일이었고, 그때 태경도 오만하고 도도한 소년이었으니, 이 일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다만 그는 승부욕이 강했기에 지호에게 한 번 고백해 보라고 했다. 누가 세영의 마음을 얻느냐에 따라 진정한 승자가 결정된다고 말하며.태경은 지호가 과거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다. 그는 세영과 죽마고우였으며, 같은 골목에서 자란 이웃이었다고 했다.오랜 치료로 지호는 그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그때의 감정만큼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지호는 태경이 허리를 감싸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듣기에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동창이었으니 당연히 궁금하지.”태경은 사랑과 지호가 동창이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듯 무척 의아해했다. 물론 태경도 사랑과 동창이었다.그러나 태경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인상도 없어, 잠시 침묵했다.“중학교? 고등학교? 아니면 대학?”지호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는지, 입가에 미소가 천천히 나타났다. 그는 수려하고 정교하게 생겼으며, 뚜렷한 윤곽은 마치 조각한 것처럼 아름다웠다. 웃으면 미간의 포악한 기운도 사라져 무척 매혹적이었다.그는 쯧쯧 소리를 내며 말했다. “네가 강사랑에게 물어봐.”걸레라 말하고 싶었지만, 지호는 또 억지로 삼켰다.지호는 동정심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8화 포악한 기운

    사랑은 태경의 뜻을 알 수 있었다.“사랑 따위 없어.”이것은 태경이 준 충고였다.두 사람 사이에 호흡이 생겼는지,사랑은 자신이 지금 정서를 잘 숨길 수 있는 배우로 된 것 같다고 느꼈다. 심장 전체가 유리 조각으로 뒤덮여 따끔거려도,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 행세할 수 있었다.그녀는 억지로 태경에게 웃었고, 조금도 자신의 슬픈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농담이에요.”말하면서 사랑은 손을 놓았다.“대표님께서 듣고 싶지 않으시다면, 앞으로 저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게요.”태경은 오늘 밤 사랑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또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다. 생각에 잠기다, 그는 사랑의 너무 요염한 미소를 보며 입을 열었다.“강 비서 오늘 밤 기분이 좋은가 봐?”‘이렇게 환하게 웃다니. 하지만 너무 가식적이야.’태경은 사랑이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 미소는 항상 뻣뻣하고 불편해 보였다.“괜찮은 편이에요.”“하지만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아. 제가 디자인과 관련된 것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태경은 사랑이 전에 디자인과 관련된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하나는 홈 디자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주얼리 디자인이었다. 어떻게 봐도 관계가 없었다.사랑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학생이었다. 사랑은 매일 힘들게 뛰어다니며 여러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갔다. 약간 초췌했지만 또 의욕이 넘쳤다.마치 바위 틈에서 왕성하게 자라는 잡초와 같았다.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니, 한없이 연약해 보이고 바로 끊어질 것 같지만, 또 생각보다 완고하고 강인했다.“주얼리 디자인과 홈 디자인이 같은 거야?”태경이 웃으며 물었다.“확실히 다르지만, 홈 디자이너는 주얼리를 좋아하면 안 되나요? 대부분 여자들은 주얼리를 좋아하잖아요.”태경은 사랑이 평소 주얼리에 관심을 가진 적을 보지 못했다. 박나은은 사랑을 엄청 좋아했는데, 때로는 친아들인 그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약혼하자마자, 박나은은 사랑에게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7화 사랑 따위 없으니까

    태경은 똑똑한 사랑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가끔 애교를 부리는 그녀가 좋았다.그는 눈앞의 정교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간드러진 웃음은 진심이 아닌 짜낸 웃음이었지만, 이곳의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아름다웠다.“앞으로 그 사람들 건드리지 마.”태경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이 한마디만 했다.사랑은 바늘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지만, 이 정도 따끔함은 무시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점차 웃음을 거두며, 진심인 듯 농담인 듯 입을 열었다.“제가 어찌 감히 엄 여사님을 건드리겠어요? 그런데 기어코 저를 귀찮게 하려 하시잖아요.”태경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강 비서는 피할 줄도 모르는 거야?”사랑이 말했다.“제가 눈에 거슬리니까, 저를 해치려는 거잖아요. 그럼 어떡해도 피할 수 없죠.”사랑은 다정하게 태경의 팔을 안으며 다시 웃었다.“차라리 대표님이 가셔서 엄 여사님에게 직접 말씀드려요. 저와 대표님은 그저 계약 부부일 뿐이란 것을. 그럼 엄 여사님도 저를 봐줄지도 몰라요.”말을 끝내자, 태경은 줄곧 침묵에 잠겼다.엄수인이 그렇게 유치하고 지루한 사람이 아니라서, 사랑을 괴롭힐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단지 이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는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랑은 오늘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기 때문에, 태경의 앞에서 말할 때, 더 이상 주의하지 않았다. 물론 누구에게 불쾌감을 주고 싶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만약 엄 여사님이 오늘 절 봐주지 않는다면, 대표님께선 절 도와줄 건가요?”태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엄 여사님과 내가 무슨 관계가 있지?”“강세영 씨가 슬퍼할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요.”태경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사랑의 턱을 들어 올렸다.“넌 항상 세영과 비교하길 좋아하더라.”그가 이렇게 말하자, 사랑은 그제야 자신이 늘 세영과 비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남편이 바람난 조강지처도 아니고, 이러면 안 돼, 강사랑. 난 이런 사람으로 되고 싶지 않아.’사랑은 더 이상 웃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경은 무척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6화 남자를 빼앗았으니까요

    사랑은 태경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봐도, 그녀는 여전히 태연자약했다.사랑은 담담하게 엄수인을 바라보았다. 마흔에 가까운 여자는 마치 30대 초반처럼 보였다. 얼굴이 놀라울 정도로 예쁘지는 않았지만, 기질은 무척 부드러웠고,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를 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엄수인을 처음 만났을 때, 사랑은 병원에 있었고, 병실 안에는 생사를 알 수 없는 남청연이 누워 있었다.엄수인은 문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가식적인 태도를 보였다.“어머 불쌍해라.”남씨 가문의 사람들은 거의 다 죽었고, 사랑의 삼촌도 경제 범죄로 감옥에 들어갔다. 강남복은 그런 사랑을 C시로 데리고 갔다.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진심으로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남들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억지로 자신을 키웠단 것을 잘 알고 있었다.엄수인은 강남복 앞에서 사랑을 비난하지 않았다. 다만 뒤에서 은근히 강남복에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사랑이 오늘 또 울었어. 아마도 가족이 그리운 것 같아.’사랑은 줄곧 남씨 가문의 사람들과 아주 친했다.강남복은 양심에 찔리는 일을 해서, 그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고, 이름조차 듣고 싶지 않았다.엄수인이 아무렇게 한 말 때문에, 사랑은 강남복에게 뺨을 두 대나 맞았다.“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미 죽었고, 네 삼촌도 이미 감옥에 들어갔어. 정말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싶으면, 너도 그냥 죽어. 내 앞에 와서 재수 없게 굴지 말고.”사랑도 그때 겨우 열 몇 살이었고, 나이가 아직 어렸다. 그녀는 강남복 앞에서 울지도 않고, 아픔을 참으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했다.울고 보채고, 또 강남복과 말다툼하면 엄수인의 함정에 걸려들 뿐이었다.그때 사랑은 강남복이 매달 주는 생활비를 받아서 남청연의 병원비를 내야 했다.그녀는 전에 엄수인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기에, 지금은 더욱 그럴 리가 없었다. 사랑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엄 여사님, 나이가 드셔서 치매라도 걸리셨나 봐요? 절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5화 사과해

    사랑은 추위를 좀 타서 숄을 걸친 다음, 사람이 적은 구석에 가서 앉으며, 종업원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달라고 했다.경매장에는 화려한 등불이 켜져 있었고, 무척 눈이 부셨다.사랑은 C시에서 아주 잘나가는 거물들을 많이 보았다.‘강세영도 대단하네, 이런 분들을 초대했다니.’사실 사랑은 처음에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선생님을 따라 각 대회에 참가했다. 세영은 그녀와 같은 학교, 같은 전공을 선택했고, 그저 학급과 교수님이 달랐다.매년의 디자인 대회는 신인들이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곳이었다. 그해 사랑은 자신의 작품을 제출하기 전에, 교수님이 보낸 최고의 디자인 대상을 보았다. 그 그림은 그녀의 컴퓨터에 있는 내용과 거의 똑같았다.그것을 본 순간, 사랑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교수님은 세영이 디자인상을 받은 작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녀를 천재라고 했다.사랑은 그 그림을 보고 머릿속이 좀 혼란스러웠다.“이게 강세영의 작품이라고요?”교수님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래, 너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특히 생기가 있어. 이미 오랫동안 이렇게 대단한 신인이 나타난 적이 없는데.”사랑은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신의 작품이 왜 세영의 것으로 됐겠는가?그녀는 한 달 넘은 시간을 들여서야 이 작품을 설계했는데, 그동안 무수히 많은 원고를 쓰레기통에 버렸다.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을 때, 세영은 재빨리 사랑을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훔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단지 사랑에게 출세할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했다.사랑은 자신의 컴퓨터가 영문도 모른 채 해킹당한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는 컴퓨터를 들고 수리하러 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디자인 원고를 되찾았다.‘아마 그때부터 강세영은 이 일을 계획하고 있었을지 몰라.’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에, 사랑도 나설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유력한 증거조차 내놓을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4화 오늘은 어디로 놀러 간 거야?

    병원의 간병인은 사랑의 엄격한 말투에 깜짝 놀랐다.평소의 사랑은 줄곧 얌전하고 부드러워, 여태껏 이렇게 큰 소리로 자신과 말을 한 적이 없었다.간병인은 전전긍긍했다.[꽃을 들고 오셨기에 나쁜 사람 같지 않았어요. 게다가 또 어머님의 옛 친구라고 말씀하셔서, 들어오시라고 했어요.]사랑은 이 말에 화가 나서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그녀는 보기 드물게 차가운 얼굴을 하며 엄숙하게 경고했다.“앞으로 그 여자 또 온다면, 그냥 떠나라고 해요.”간병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알겠어요.]사랑은 전화를 끊어도 화가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겨우 냉정함을 유지하며, 엄수인이 오늘 이렇게 한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엄수인은 이유 없이 우리 어머니를 찾으러 가지 않았을 거야. 그 여자는 무슨 일을 하든 다 목적이 있었어. 그때 그렇게 오랫동안 참은 것을 보면, 엄청 교활하고 똑똑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강남복이 이렇게 쉽게 남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차지한 것도 다 엄수인이 뒤에서 도와줬기 때문이다.태경은 사랑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병원에 무슨 일 생겼어?”사랑은 화를 참으면서 태경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아니에요.”태경은 여전히 사랑을 챙겨주고 싶었다. 동정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사랑이 홀로 C시에 와서 학업을 마치고, 일자리를 찾는 게 확실히 쉽지 않다고 느꼈다.‘강 비서는 원래 N시의 사람인 것 같은데. 강 비서 어머니도 N시의 사람이었지.’C시에 배경도, 가족도 없었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무척 힘들게 나아갔다.태경은 사랑을 그윽하게 쳐다보았다.“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솔직히 말해.”사랑도 사양하지 않았다.“알았어요.”사랑은 눈을 들어 태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엄수인과 맞설 때, 내가 이긴 적이 없는 건 아니야. 엄수인은 심태경을 자신의 사위로 삼고 싶어 할 텐데.’심씨 가문은 강씨 가문과는 달리 명실상부한 명문가였다. 태경의 아버지는 정치인이었고, 작은아버지도 권세가 높은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3화 항상 마음이 약해서 탈이야

    태경은 들으면서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난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을 많이 하면, 내가 엄청 신경 쓰이는 것 같잖아.’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차가운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때 가도 정말 이렇게 소탈하게 생각할 수 있길 바라.”태경은 남자를 잘못 만나 고생한 여자들을 많이 보아왔다.그에게는 멍청한 사촌 여동생이 있었다. 재벌가의 아가씨였던 그녀는 가난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몇 년 동안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겨우 그 남자를 손에 넣었고, 각 방면으로 잘 챙겨주었지만, 결국 그 남자는 사촌 여동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돈을 충분히 모은 후에 그녀를 차버렸다.사촌 여동생은 울면서 태경을 찾아와 애원했다. 이를 갈며 그 남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태경은 그녀의 부탁에 짜증이 났지만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남자를 어떻게 하기도 전에, 사촌 여동생은 마음이 약해져 얼른 멈추라고 했다.당시 태경은 무척 냉담하게 물었다.“대체 어쩌자는 거야?”사촌 여동생은 울면서 말했다. “이렇게 맞는 것을 보니까, 내 마음이 아프단 말이에요.”태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마음이 왜 아파?”만약 자신의 아내가 이렇게 그를 대한다면, 태경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날 놀리고, 내 감정을 짓밟는다면, 죽어도 싸지.’태경의 사촌 여동생도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당하면 반드시 갚아줘야 했고, 속도 좁아서 의심이 많았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남에게 거의 당한 적이 없던 재벌 집 아가씨가 남자에게 버림받는 것을 참을 수 있었다니.정신을 차리자, 태경은 사랑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그럴게요.”태경은 사랑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나름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부드럽지만 자존심이 있었고, 강경하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항상 약속을 잘 지켰다.그러나 태경은 여전히 사랑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그때 가서 돈도 낭비하고, 시간도 낭비했지만 괜히 마음

  •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제42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혼을 하든 말든 사랑은 상관없었다. 지금 이혼하나, 2년 후에 이혼하나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물론 그렇게 되면 사랑은 다른 방법을 찾아 남청연의 병원비를 벌어야 했다. 다른 모든 것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터였다.사랑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태경에게 사실대로 말했다.“만약 이혼을 원하신다면, 전 상관없어요.”그녀는 언제든 계약을 앞당겨 종료하는 것에 협조할 수 있었다. 태경이 계약서의 규정에 따라 상응하는 위약금을 배상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사랑은 자신이 말을 마치고 난 후, 태경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표정은 무척 차가웠다.태경의 변덕스러운 기분을 줄곧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사랑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완곡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물론, 앞당겨 종료한다면, 나에도 배상금이 있는 거 맞죠?”사랑은 행여나 태경이 화가 나서 약속을 번복할 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이제야 태경이 왜 감정이 없는 거래를 하기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확실히 간단하고 편리했다. 앞으로도 번거로움이 없을 것이고, 그저 충분한 돈만 있으면 된다.태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랑을 쳐다보더니 냉소를 지었다.“강 비서, 나한테서 배상금을 충분히 받지 못한 거야?”이 말이 나온 순간, 사랑은 가슴이 아팠다. 정말 각박하고 매정한 남자였다.태경은 인정사정 없이 말했고, 사랑은 시간이 좀 걸려서야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좀 초라해 보였는데, 생각해 보면 태경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난 이미 심태경에게서 적지 않은 배상금을 받은 것 같아. 아이를 지우면서, 천만 원 넘은 돈을 받았잖아.’사랑은 마음이 이미 마비되어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못했지만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은 욕심이 많은 법이죠. 돈이 많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태경은 손으로 사랑의 턱을 잡으며, 좁고 긴 눈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고 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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