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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마음에 드는 사람 골라

사랑은 바로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몰래 태경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태경의 부모님 앞에서 이름을 불러야 하는 것 외에, 사랑은 그를 남편이라고 다정하게 부를 기회가 없었다.

설령 밤에 그런 일을 할 때에도, 그저 감정이 북받친 순간, 작은 소리로 태경의 이름을 부르며 살살 하라고 애원을 했을 뿐이었다.

사랑은 침대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고생을 겪었다.

태경은 힘은 너무 셌고, 소유욕도 너무 강했는데, 심지어 그녀의 감정까지 통제하고 싶었다.

사랑도 점차 태경이 말도 하지 못한 채 불쌍하게 그를 바라보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뜩한 괴벽이 있는 사람이야.’

사랑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았어요.”

전화를 끊자, 사랑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옷장에는 비싼 치마가 많았는데, 분기마다 제철 신상품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회사에서 입을 수 있는 게 없어 사랑도 거의 입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빨간색 치마 두 벌을 골랐는데, 색깔이 너무 화려한 것 같아 그만두었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벨벳 핑크색 긴 치마에, 진주 끈으로 허리를 매며 무척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치마는 몸에 잘 맞았지만, 등이 좀 노출되어 있을 뿐이었다.

사랑은 이렇게 노출이 심한 치마를 거의 입지 않았는데, 태경은 그녀가 이런 치마를 입고 필요한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골라준 치마는 모두 몸을 꽁꽁 감싼 스타일이었다.

튀지도 않고, 예의에 어긋나지도 않았다.

사랑은 주의사항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임산부는 화장도 하지 말아야 하고, 하이힐도 신으면 안 됐다.

그녀는 거울 속 생얼을 한 자신을 바라보며, 이래도 예쁘다고 느꼈다.

저녁 7시 30분, 사랑은 플랫슈즈로 갈아신은 다음, 집안 기사에게 클럽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차에서 내리자, 한바탕 찬바람이 불었다. 사랑은 코트로 자신을 꼭 감싸며 차가운 손을 꺼내 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는 아주 빨리 받았다.

“나 도착했어요.”

[사람 보낼게.]

클럽 안은 무척 시끌벅적했고, 복도의 불도 켜지지 않은 것처럼 어두웠다.

종업원은 사랑을 친절하게 꼭대기 층의 룸으로 안내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짙은 술 향기를 맡았다.

태경은 소파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검은색 셔츠에, 옷깃의 단추를 두 개 풀었고. 소매도 가볍게 걷어올렸다. 그의 표정은 매우 편안했고 심지어 나른함이 배어 있었다.

남자는 손에 카드 몇 장을 들고 있었지만, 이때 한쪽에 던졌다.

“너희들 계속해.”

사랑은 문 옆에 서서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또 긴장하기 시작했다.

태경은 술을 좀 마신 듯, 고운 눈을 구부리며 여우처럼 웃었다. 그는 사랑에게 손짓했다.

“이리 와.”

이 순간, 사람들은 일제히 사랑을 바라보았다.

“형수님 오셨어요.”

“빨리 앉으세요.”

태경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사랑이 다가가자마자 그는 사랑을 자신의 다리에 올렸다. 술을 마셨지만, 그 냄새는 코를 찌르지 않았다.

태경은 사랑의 허리를 감싸며, 코로 그녀의 목을 비볐다.

“왜 이제야 왔어?”

사랑은 태경의 다리에 뻣뻣하게 앉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비록 악의는 없지만, 호의도 없었다.

사랑은 고개를 숙이며 목이 빨개졌고,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차... 차가 막혀서요.”

태경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랑아, 좀 좋은 핑계를 댈 수 없는 거야?”

‘또 이러네. 남들 앞에서 연기할 때만, 날 사랑이라고 웃으며 불렀지.’

주인공 세영은 지금 룸에 없었다.

사랑은 흐릿한 빛 속에서 오늘 밤 자신의 역할을 점차 깨달았다.

‘난 도구일 뿐이야.’

태경이 일부러 세영을 자극하려고 하는 도구.

사랑은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태경의 다리에 앉아 있었고, 유난히 얌전해 보였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태경과 세영의 감정사를 잘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말도 하지 못했다.

태경은 현재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게 뻔했다. 감정은 속일 수 없으니까.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정헌은 진실게임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또 규정을 속마음을 말하는 것 대신, 반드시 벌칙을 받아야 하는 걸로 바꿨다.

당첨된 사람은 벌칙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이 게임에 참여했는데, 그녀는 운이 너무 나빴다. 첫 판에 당첨될 줄이야.

정헌은 벌칙 카드를 한 장 꺼내며, 쯧쯧 소리를 내더니 고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여우처럼 웃으며 사랑을 바라보았다.

한참 후, 정헌은 천천히 벌칙을 읽었다.

“현장에 있던 한 남자와 키스를 하기. 전제는 연인이 아닌 사람..”

현장은 조용해졌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헌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소녀를 바라보며, 은근히 동정심을 품었다.

“졌으니 당연히 벌칙을 받아야지.”

그는 또 태경을 바라보며 일부러 말했다.

“우리 심 대표 화낼까 봐 두려운 거야?”

사랑은 벙어리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태경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불빛이 그의 정교한 얼굴에 떨어졌다. 그는 사랑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내가 무슨 화를 내겠어, 사랑아, 마음에 드는 사람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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