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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긴장하고 있는 거야?

태경은 사랑이 말을 잘 듣고, 얌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날 난처하게 만들 사람은 아닌데. 그러나 남녀 단둘이 지내면, 확실히 감정이 뜨거워질 수 있지.’

태경은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전례 없는 냉담한 눈빛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마음속의 분노는 확실히 가라앉을 수 없었다.

사랑이 임신을 했다는 일에 태경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아이가 자신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은 것은, 그가 매번 콘돔을 썼기 때문이다.

‘그때 딱 한 번 콘돔을 쓰지 않았는데. 물론 후에 강 비서에게 약을 처방 받으라고 했고. 강 비서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야. 반대로 아주 똑똑하지. 그렇다면 이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텐데. 자신의 몸을 신경 쓰지 않으면, 남이 뭐라 해도 소용없어.’

태경은 검사 보고서를 손에 꽉 쥐며, 묵묵히 몇 번 훑어보았다.

그는 위의 모든 설명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는데, 덕훈이 말한 거와 다름없었다.

태경은 보고서를 서랍에 던진 뒤, 내선 전화로 차갑게 말했다.

“강 비서 들어오라고 해.”

현미는 전화 속 태경의 말투가 매우 좋지 않다고 느꼈다.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것 같았다. 그녀는 얼른 탕비실에 가서 밀크티를 만들고 있는 사랑을 찾았다.

“사랑아, 대표님이 찾으셔.”

손을 데일 뻔한 사랑은 속눈썹을 드리우며 가볍게 떨었다.

“이유는? 말씀하셨어?”

현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녀는 사방을 둘러보며, 탕비실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말투를 들어보니,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시더라. 너 조심해, 괜히 대표님 심기 불편하게 하지 말고.”

사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현미를 향해 웃었다.

“고마워.”

그녀는 태경이 무슨 일로 자신을 불렀는지 몰랐다.

‘정리된 서류는 아침에 이미 사무실 책상에 놓았는데. 그리고 태경이 오늘 아침 외출할 때, 기분이 엄청 좋아 보였고.’

사랑은 사무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사랑은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태경은 담담하게 사랑을 훑어보더니, 그녀의 플랫슈즈에 시선이 떨어졌다.

‘강 비서는 평소에 몸매를 드러내는 직업복을 입었는데, 요 며칠 줄곧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네. 청바지에 얇은 스웨터.’

태경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문 잠가.”

사랑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시 침묵하다가 몸을 돌려 문을 잠갔다.

태경은 벌떡 일어서서 천천히 사랑의 앞으로 다가갔다. 사람을 압박하는 강한 기운에, 어둡고 매서운 눈빛은 그녀의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사랑은 침을 삼켰다.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태경이는 사랑을 내려보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긴장하고 있는 거야?”

사랑은 눈을 드리웠다.

“좀 무서워서요.”

태경은 회사에서도 화를 거의 내지 않았다. 그러나 매번 화를 낼 때마다, 밑에 있는 직원들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태경은 사랑을 가만두지 않았다.

“뭐가 무서워?”

사랑은 생각을 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요.”

태경은 웃기다고 생각하며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사랑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느닷없이 물었다.

“그 연하남 말이야, 이미 졸업했어?”

사랑은 그 사람을 떠올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내가 핑계를 댔을 때 말한 사람인데, 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지?’

“곧 졸업할 거예요.”

사랑은 한참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 후배는 올해 4학년이라서, 이미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전 남자친구예요.”

그녀는 보충했다.

‘그것도 가짜 전 남자친구.’

물론 지금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태경은 사랑의 턱을 움켜쥐며 눈빛이 차가웠고, 말투로 간담을 서늘할 정도로 냉정했다.

“강 비서, 날 배신한 일을 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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