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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병원 쪽에서 뭐래?

사랑은 태경의 변덕스러운 태도에 영문을 몰랐다. 그녀는 몰래 집사를 찾아가서 물었다.

“오늘 집에 누가 왔었나요?”

“아무도 오신 적이 없습니다, 작은 사모님.”

사랑은 더욱 이상하다고 느꼈다. 진지하게 생각한 다음, 그녀는 태경이 그저 이런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

다행히 태경은 대부분 시간 동안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사랑은 지금 잠이 많아서, 태경의 마음을 알아맞힐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사랑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이불로 자신을 꽁꽁 감싸며 깊이 잠들었다.

태경은 식탁 위에 빈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그 사람은요?”

“위층으로 올라가신 후에 줄곧 내려오시지 않았습니다.”

“가서 불러요.”

박나은은 태경의 까칠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에 네 원수라도 있어? 집에서도 그딴 표정 지을 거면 당장 나가.”

태경은 침묵을 지키며 서서히 눈살을 찌푸렸다.

‘난 강 비서의 일 때문에 이성을 잃으면 안 되는데.’

태경은 일어섰다.

“필요 없어요. 내가 올라가서 부를 테니까.”

박나은은 이런 아들을 보며 그저 한심하다고 느낄 뿐이었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인정머리도 없는 아들을 낳았을까?”

그건 아니었다. 예전에 태경은 세영을 아주 잘 달랬는데, 그 방식은 어찌나 다양한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줍음을 느끼게 했다.

...

커튼이 두꺼웠기에, 침실은 무척 어두웠다.

태경이 불을 켜자, 침대가 볼록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잠시 지켜보면서 소리도 내지 않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다.

‘정말 작은 여린 존재인 것 같아. 자칫하면 남에게 쉽게 안겨갈 수도.’

태경은 처음으로 사랑을 깨웠고, 그 목소리는 무겁지도 않고 무척 부드러웠다.

그러나 침대 위의 사람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태경은 침대에 앉아 사랑이 덮은 이불을 젖히며,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사랑이 간지럼을 타는 것을 알고, 손을 쓸 준비를 하다가 실수로 그녀의 배를 만졌다.

품속의 여인은 간신히 두 눈을 떴다. 그녀의 멍한 표정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태경은 문득 갑자기 물었다.

“요즘 살 찐 거 아니야?”

사랑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저도 모르게 태경을 껴안았다. 그의 옷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니, 목소리가 약간 작았다.

“졸리니까 조금만 더 자게 해줘.”

태경은 멈칫하며 자신의 품에 안긴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는 화가 나지 않았고, 그저 좀 웃기다고 느꼈다.

귀신에 홀린 듯, 태경은 사랑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일어나서 밥 먹자.”

사랑은 못 들은 척했다. 그러나 태경은 양보하지 않았고, 강제로 그녀를 침대에서 안은 다음, 거실로 끌고 갔다.

사랑은 원래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음식 냄새를 맡으니까 바로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그렇게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박나은은 매우 뿌듯했다. 태경은 편식이 아주 심했기에, 그녀는 자신에게도 사랑처럼 이렇게 잘 먹는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경은 불쑥 말했다.

“어쩐지 요즘 살이 쪘더라니.”

사랑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렇게 티가 나는 거예요?”

태경은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런대로 괜찮아.”

사랑의 배를 만지지 못했기에, 태경은 정말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랑은 천천히 설명했다.

“겨울 되면 원래 다 살이 찌는 거예요.”

많이 먹어야 추위에 견디기 위한 열량을 보충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본가에서 이틀 보낸 다음, 다시 태경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

주말은 아주 빨리 지나갔고, 다음 날은 또 월요일이었다. 사랑은 비서로서 때로는 바쁘지만 때로는 또 무척 한가했다.

요즘은 입찰 프로젝트 때문에, 전 비서실은 엄청 바빴다.

월요일 오후, 덕훈은 병원에서 보낸 검사 결과를 가지고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다.

태경은 그가 건네준 서류 봉투를 힐끗 훑어보더니, 나른하게 물었다.

“병원 쪽에서 뭐래?”

덕훈은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했다.

“지혈제, 플라본 캡슐 그리고 엽산이라고 합니다.”

‘지혈제는 쓸모가 많으니 그렇다 쳐도, 엽산은 임산부가 먹어야 하는 약 아닌가? 그리고 플라본은 프로게스테론을 조절하는 약이고.’

태경은 엄지손가락은 무심코 책상을 두 번 두드렸다.

“확실해, 유 비서? 틀리지 않았어?”

덕훈은 매년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기에, 이런 사소한 일까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병원 쪽에서는 확실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가.”

덕훈은 잠시 머뭇거렸다.

“대표님, 검사 결과에 문제가...”

남자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그의 말을 끊었다.

“내 말 못 알아듣겠어? 나가라고.”

덕훈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태경은 지금 사랑의 용기에 탄복을 하고 있었다.

‘감히 나 몰래 바람을 피우다 임신까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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