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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나 만의 장미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사랑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유일하게 따뜻한 순간도 아마 남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던 열여섯 살일지도 모른다.

가장 생기가 넘치는 그해 여름, 남청연의 병원비 외에 사랑은 다른 슬픈 일이 없었다. 그녀는 매일 몰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관찰할 수 있었다.

회사 아래층의 벤치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던 사랑은 엄청난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는 심심하게 오가는 행인들을 관찰했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는 직원들이었다.

맞은편 공원에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어린이가 있고, 대학생들이 꽃을 팔고 있었다. 사랑은 그녀들의 손에 든 장미꽃을 쳐다보며 멍을 때렸다.

‘본가의 정원에도 장미가 가득 심어져 있는데. 하지만 날 위한 단 한 송이도 없어.’

사랑은 피곤하게 일어서서 외투로 자신을 꽁꽁 감쌌다. 그녀는 스카프로 얼굴까지 가리며 추위와 맞섰다.

꽃을 파는 대학생 앞으로 다가간 다음, 사랑은 손을 내밀었다.

“한 송이에 얼마야?”

요즘은 발렌타인데이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도 아니라서 꽃을 파는 장사가 그리 쉽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오늘 아직 한 송이도 팔지 못했는데, 모처럼 자발적으로 꽃을 사려는 고객을 만났다.

“언니, 한 송이에 1,000원이에요. 1,000원 주시면, 제가 두 송이 드릴게요.”

“아니야, 한 송이만 줘, 고마워.”

사랑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건넸다.

장미를 받자, 뿌리에 있는 가시가 손을 찔렀다. 아픔을 느끼지 못했는지, 사랑은 장미를 쥐고 찬바람을 쐬고 있었다.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게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은 아니잖아. 나도 자신을 위해 나 만의 장미를 살 수 있고.’

...

사랑은 장미를 산 다음, 다빈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서 밥 먹자고 했다.

다빈은 지금 집안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인데, 매일 쇼핑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이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사랑이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

사랑은 이미 음식을 주문했고, 다빈에게 와인 한 병을 시켰다. 다만 그녀 자신은 물을 마셨다.

다빈은 단번에 사랑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따뜻한 물을 마신 다음, 사랑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오늘 영문도 모른 채 태경에게 욕 먹은 거 있지.”

다빈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태경과 같은 상사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온 악마였다. 아무도 그런 태경을 견딜 수 없었다.

“왜 널 욕하는 건데!?”

“그러게, 난 분명히 잘못한 게 없는데.”

사랑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미 취한 것 같았다.

“강세영한테 당해서 나한테 화풀이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만만해 보여?”

다빈은 완전히 사랑의 편이었다.

“난 네가 회사 그만 두는 것을 응원해.”

사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태경은 나에게 월급을 준단 말이야. 돈이 엄청 많아.”

그녀는 손가락으로 계산했다.

“엄청 엄청.”

다른 회사에 가면 절대 못 버는 액수였다.

다빈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널 욕하면 안 되지.”

사랑은 긴 숨을 내쉬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래. 그래서 난 그 남자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 거야.”

다빈은 눈을 깜박였다.

“사랑아, 뭐 하려고?”

“뱃속의 아이를 낳을 거야.”

‘이 아이도 내 아이잖아. 심지어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어. 난 딩크족도 아니고 혼전임신한 것도 아닌데, 왜 낳으면 안 되는 거야?’

물론 사랑도 이렇게 쉽게 결정한 건 아니었다.

다빈은 놀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심태경에게 알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니? 오늘 왜 마음이 변한 거야?”

사랑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임신부들은 원래 변덕스럽거든.”

말한 지 3초도 안 되자, 사랑은 풀이 죽었다.

“그래, 나도 인정해. 사실 난 지금 태경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내일 바로 죽을까 봐 두려워.”

사랑과 다빈은 저녁을 먹고 난 후, 또 조용한 술집에 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

밤이 깊어서야 사랑은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정원에 들어서니, 그녀는 침실의 불이 켜져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랑은 태경이 오늘 저녁에 돌아오지 않는 줄 알고,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방문을 열자, 남자는 침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종이 몇 장이 있었다.

사랑은 벌써 졸려서 정신이 안 났다. 태경의 손에 있는 종이를 바라보며, 그녀는 바로 잠이 깼다.

‘지금 내가 전에 병원에 가서 찍은 초음파 사진을 들고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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