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순간에 숨이 멎은 것 같았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떨리는 속눈썹을 들어, 조심스럽게 태경이 들고 있는 보고서를 보았다.흰 종이에는 희미한 그림이 찍혀 있었다.사랑은 제자리에 뻣뻣하게 서서, 발은 마치 못이 박힌 듯 들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지금 태경의 표정을 볼 용기가 없었다.사랑은 병원에서 받은 모든 검사서를 분쇄기에 던졌지만, 유독 이 초음파 사진 만큼은 버리기 아까워 줄곧 서랍에 숨겼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태경이 어떻게 발견했는지 모른다.사랑은 진정을 하려고 노력했다. ‘아마도 태경 자신의 검사서일 거야. 내 것이 아닐 수도 있어.’사랑은 몸이 덜 떨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꼭 잡으며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태경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 무뚝뚝하게 사랑을 바라보았다.사랑은 그를 등진 채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씻을 옷을 안고 욕실에 들어가려 했다. 태경은 입술을 오므렸는데, 여전히 입을 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사랑은 지금 무척 불안했다. 옷을 쥔 손도 가볍게 떨고 있었고, 손톱은 거의 부러질 것만 같았다.욕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망설일 새도 없이 바로 문을 잠갔다.모든 힘이 빠진 듯, 사랑은 문을 등지고 천천히 주저앉았다.‘제발, 심태경의 손에 있는 그 보고서는 내 초음파 사진이 아니었으면 좋겠어.’그러나 그녀는 또 생각했다.‘어차피 알려야 하지, 지금 알아도 별일 없을 거야.’사랑은 문에 기대어 바닥에 잠시 앉아 있다가, 차가운 손발이 점차 힘을 되찾을 때 천천히 일어섰다.욕실 안에서는 곧 샤워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사랑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기에, 작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는데, 안색도 불그스름해서 임산부처럼 보이지 않았다.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자, 사랑은 욕실에 나와 거울 앞에 앉으며 스킨을 바르기 시작했다.태경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강 비서, 오늘 오후에 어디 간 거야?”사랑은 멈칫하더니,
날카로운 종이에, 사랑은 하마터면 베일 뻔했다.한 달 정도 숨긴 비밀이 이 순간 들통나자, 사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태경이 건넨 사진을 받으며, 사랑은 보지도 않고 말없이 거두었다.한참을 침묵한 뒤, 그녀는 태경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 나 임신했어요.”이렇게 오래 숨겼지만, 결국 밝혀야 하다니.사랑은 요즘 태경에게 뭐라도 발견될까 봐 두려웠고, 다음 순간 그의 버림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정작 들키고 나니, 그녀의 마음은 평온하기만 했다.마음에 걸려 있던 바위가 마침내 떨어졌다.혀끝에서 씁쓸한 맛이 전해오자, 사랑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좋은 결과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순 없었다.‘만족 대신 실망뿐이겠지,’어두운 곳에 선 태경은 어렴풋이 냉엄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눈을 살짝 떨구며 묵묵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 하다가,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잠시 내려놓았다.“내 아이야?” 사랑은 몸이 굳어졌다.“맞아요.”그녀의 입술은 안색보다 더 창백했고, 목까지 쉬었다. 사랑은 불쌍하게 한 글자 한 글자, 어렵게 설명했다.“믿지 못하겠으면, 시간을 계산해 봐요. 임신한 지 7주가 됐으니, 마침 우리가 C시에 있을 때...”이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부부 사이의 일에 대해 태경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었다.태경도 그날 밤을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랑은 술을 좀 마셨는데, 평소와 달리 단순하고 귀여운 모습을 드러냈다. 호텔로 돌아오자, 그도 욕구가 용솟음쳤다.태경은 침대 머리맡을 살펴 보았지만, 콘돔을 보지 못했다.그는 출장을 가도, 청소주가 방에 들어가서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콘돔은 전날 밤에 다 떨어졌다.태경은 이런 사소한 일을 기억할 리가 없었고, 사랑도 사러 갈 일이 없었다. 그는 그때 참지 못했지만, 다음날 여전히 사랑에게 약을 먹으라고 일깨워 주었다.여자에게 약을 먹이는 것은 정말
울면 감정을 많이 발산할 수 있었다.사랑은 붉어진 눈을 천천히 들고, 태경의 차가운 두 눈을 마주했다.“사실, 나도 며칠 후에 이 일을 태경 씨에게 알려줄 생각이었어요.”그들은 모두 성인이었기에, 유치하고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누가 뭐라 해도 아이는 죄가 없으니까. 사랑의 부주의로 작은 생명이 이 세상에 찾아왔으니, 그녀가 낳고 싶어도 태경과 상의해야 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행복하지 못했다. 금전적으로 사랑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생활을 줄 수 없었고, 감정적으로도 그녀는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꼭 태경이 아버지 역할을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혼자서 아이를 키울 것이다.태경은 손을 내려놓았다. 사랑은 어찌나 불쌍하게 울던지, 눈시울이 붉어졌을 뿐만 아니라, 속눈썹에는 심지어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마치 큰 억울함이라도 당한 것처럼.태경은 두 손을 주머니를 넣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어 물었다.“그래서?”사랑은 그의 차분함에 이미 익숙해졌다.태경은 언제나 그랬다. 먼저 따지는 대신, 항상 먼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부터 생각했다.사랑은 코를 훌쩍거렸다.“태경 씨가 아이의 아버지이니, 나도 당신의 의견을 듣고, 당신의 태도를 알고 싶어요.”태경은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만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고, 그는 싸늘하게 물었다.“내가 어떤 태도일지 정말 모르는 거야?”사랑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닐 거라고 믿고 있었다. 태경은 그렇게 무정하지 않을 거라고, 이런 단순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태경의 말은 마치 칼처럼 사랑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사랑은 자신이 모욕을 자초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는 억지로 몸을 받치고 벽을 짚고서야, 바닥에 쓰러지지 않았다.“이건 작은 일이 아니니, 내가 생각해 봐도 소용이 없어요. 난 직접 태경 씨의 생각을 들을 거예요.”그러나 태경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매우
태경은 마치 호의로 사랑을 일깨워 준 선생님 같았다. 냉정하고 무정하게 그녀에게 게임 규칙을 알려주는 동시에, 또 완곡하게 사랑은 이미 두 사람 사이의 계약을 어겼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신용을 지키지 않았으니 자신은 실망을 느꼈다고.사랑은 귀가 윙윙거리며 태경이 한 말을 한참이나 소화했다.‘계약 결혼. 그래. 나와 태경은 본래 계약한 사이에 불과하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 내가 합작하기에 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야.’숨을 천천히 들이마신 사랑은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태경은 그녀의 면전에서 묵묵히 담배를 피웠고, 삼킨 숨결은 담배의 떫은맛을 머금고 있었다.심씨 가문을 책임진 후, 태경은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다. 라이터의 소리는 맑았고, 불빛은 밝았다가 또 꺼졌다.사랑이 기침을 했다. 태경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말없이 담배를 껐다. 그녀는 태경의 마음을 몰랐고, 또 태경의 기분을 알 수 없었다.태경은 앞으로 나아갔다. 압박감이 너무 강해서인지, 사랑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사랑이 후퇴하는 동작을 보며, 태경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무척 차가웠다.“강 비서.”사랑은 가슴이 떨리더니, 본능적으로 태경의 목소리에 두려움을 느꼈다.태경은 여전히 담담했다.“이렇게 나오면 곤란한데.”‘곤란하다고?’그러나 태경의 말투는 그와 정반대인 것 같았다.태경 같은 사람은 아마 이 일을 알았을 때부터 이미 처리 방식을 생각했을 것이다.사랑은 침착해졌고, 태경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직접 말해요.”태경은 입을 오므렸다.“이 일도 내 책임이니 있으니, 감당할 건 나도 감당해야지.”사랑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며, 차분한 얼굴로 판결을 기다렸다.태경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확실히 내 계획을 벗어났어. 그러니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귀찮을지,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아이는 애완동물이 아니야. 강
태경은 확실히 사랑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그는 가장 직접적이고 간단한 방식으로 이 일을 처리했다. 사랑이 800억의 위약금을 전혀 물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이런 선택을 준 것이었다.800억은커녕 사랑은 8천만 원도 없었다.그녀는 침묵했다.그래도 민철은 인내심을 가지고 있어, 사랑에게 즉석으로 선택을 하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담판하는 말투로 이전에 체결한 계약서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강사랑 씨, 계약서에 아주 똑똑히 적혀 있습니다. 지금 강사랑 씨는 이미 계약을 위반하셨죠.”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엄숙해 보였지만,사랑은 눈앞의 남자가 무척 각박하다고 느꼈다. 자신을 깔보고 있었지만, 또 오만함을 잘 숨겼다. “대표님께서는 강사랑 씨를 추궁하고 싶지 않으시니,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쌍방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죠.”사랑은 변호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고, 그저 그의 입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대충 알아맞힐 수 있었다.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민철은 어젯밤 밤새 작성한 계약서를 꺼내 사랑 앞에 펼쳐놓았다.“한번 보세요. 이것은 대표님께서 사후에 드릴 줄 보상입니다.”사랑은 등을 꼿꼿이 세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철은 눈썹을 찌푸렸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그래도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은 결코 쉽게 자신의 결정을 바꾸는 분이 아니시니까요.”이어 그는 웃으며 말했다.“강사랑 씨, 아이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요.”이것도 민철을 탓할 수 없었다. 변호사로서 그는 이런 사람을 너무 많이 봐왔다. 만약 사랑이 이 아이로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것을 쟁취하려 한다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뿐이었다.사랑도 설명하지 않고, 계약서를 돌려주었다.“난 사인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나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고요.”태경이 원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랑도 그가 준 양육비를 받고 싶지 않았
태경은 아주 신속하게 이 일을 처리했고, 그날 오후 바로 사랑을 위해 이튿날의 검사와 수술을 예약했다.심씨 가문 산하의 한 개인 병원이었기에, 줄을 설 필요도 없었고,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사랑은 혼자 병원에 가서 수술받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태경은 다음 날 모든 일을 미루고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빨간불이 되자, 태경은 천천히 차를 멈추며 담담하게 물었다.“전에 병원에서 받은 진료 기록은 챙겼어?”사랑은 조수석에 앉아, 얼굴을 돌려 차창 밖을 조용히 바라보았다.“네.”태경은 아주 상세하게 물었다.“보고서는?”전에 사랑은 병원에 가서 받았던 검사 보고서를 전부 다 찢어버렸다.‘아마 하수도에 들어갔겠지.’사랑은 생각하며 말했다.“어디에 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어요.”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오늘 다시 검사해 봐.”사랑은 무척 고분고분했다. 마치 이 일이 자신과 상관없는 것처럼.“네.”...병원에 들어서자, 사랑은 자신이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소독수 냄새를 맡았다.사랑은 태경을 따라 산부인과에 갔는데, 복도에 환자가 거의 없었다.의사는 사랑을 사무실로 청한 다음, 그녀가 건네준 진료 기록을 받아 보았다.“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충분히 수술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사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는 태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안심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최대한 신체 손상을 줄일 것입니다.”이것은 그래도 수술이었으니,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없었다.태경은 사랑의 뒤에 서서 태도가 담담했다.“그럼 빨리 시작하죠.”수술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고, 사랑은 병원 복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자신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자, 이 순간 사랑도 이미 체념했다.‘내가 너무 단순하고 경솔했어. 하긴, 아이를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만약 아이에게 가장 좋은 생활을 주지 못한다면, 왜 이기적으로 아이를 낳아서 고생을 시키려 하고 있어.’사랑은 멍하니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를 바라보았
박나은은 태경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분노를 억누르며 계속 말했다.[정 교수가 병원에서 널 봤단다. 그리고 사랑도.]태경은 본래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 일을 알리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숨길 수 없는 이상, 그도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맞아요.”[산부인과에 있는 거야?]“모든 걸 다 알고 계신 이상, 저에게 물어보실 필요가 더 있겠어요?”박나은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각이 있어서, 누구도 어찌할 수 없었다.그녀는 사랑이 이미 수술실로 밀려간 것을 몰랐고, 이미 기사에게 병원으로 빨리 달려가라고 했다.[사랑이 임신한 거지?]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나은은 생각할수록 자신의 예감이 맞는 것 같았다. 며칠 전에 사랑이 본가에서 밥을 먹다가 토할 뻔했다. 그녀는 매우 기뻤고, 두 사람이 일찍 아이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넌 이렇게 큰 일을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남이 알려줘야 나도 너희들이 오늘 병원에 간 것을 알았어.]박나은은 잔소리를 금치 못했다.[임신했으면 사랑더러 출근하지 말라고 해. 너도 회사 대표님인데, 다른 비서를 구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왜 자꾸 사랑을 들볶는 거야?]태경은 어머니의 흥을 깨지 않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박나은은 이상함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너희 두 사람의 아이라면 얼마나 예쁠까. 그때 네 할아버지가 보신다면, 틀림없이 엄청 좋아하실 거야. 너희들도 진작에 아이를 가졌어야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늦지 않았어.][나 곧 병원에 도착할 거니까,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 처음으로 아버지가 된 것이니, 네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지.]그러나 태경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자, 간호사가 수술실 문을 열었다.태경은 간호사의 장갑에 피가 묻은 것을 보며 입술을 오므렸다.“이미 끝났어요?”간호사는 황급히 나와서 무언가를 챙기더니 또 황급히 들어갔다.“아직이에요.”박나은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5층으로 달려갔다. 이 좋은
병실 안의 통곡소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깊은 곳에 억눌린 슬픔이 조금씩 뚫고 나왔다.사랑은 겉으로 보기처럼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단지 태경 앞에서 이렇게 불쌍하게 울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태경은 몸이 약간 굳어졌다. 그는 억눌린 울음소리를 들으며 눈가에 점차 핏발이 섰다.울음소리가 점점 멈추자, 태경은 다시 들어왔고, 호텔에서 배달해 온 점심을 책상에 올려놓았다.“일단 뭐 좀 먹어.”사랑의 목소리는 이미 쉬었다. 고개를 들자, 눈은 방금 전보다 더 부어 있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주사가 꽂혔는데, 여전히 링거를 맞고 있었다.아무튼 무척 야위었다.태경은 작은 탁자를 받쳐 주었다.“내가 먹여줄게.”사랑은 더 이상 태경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였다. 식은땀에 젖은 머리카락은 볼에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아니에요.”그녀는 손을 내밀었지만, 태경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입 벌려.”사랑의 속눈썹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혔는데, 가볍게 떨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자, 그녀는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천천히 입을 벌렸다.태경은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먹여주었고, 사랑은 아무런 맛도 보지 못했다.사실 지금 사랑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방금 그렇게 말한 건 단지 태경을 내쫓고 싶었던 거였다.점심을 먹은 후, 사랑이 먼저 말했다.“링거 다 맞으면 집에 가요. 나 병원이 싫거든요.”병원의 냄새, 일어난 일, 그녀가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태경은 입술을 오므렸다.“좀 괜찮아?”사랑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집에 가고 싶어요.”“좋아.”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뽑아주었다.아직 환자복을 입고 있던 사랑은 배의 통증을 참으며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안았는데, 사랑은 멍하니 태경을 바라보며 거부감을 느꼈다.“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남자는 안색이 어두웠다. “이럴 때 너무 무리하지 마.”태경은 병실에서 나와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