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의 통곡소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깊은 곳에 억눌린 슬픔이 조금씩 뚫고 나왔다.사랑은 겉으로 보기처럼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단지 태경 앞에서 이렇게 불쌍하게 울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태경은 몸이 약간 굳어졌다. 그는 억눌린 울음소리를 들으며 눈가에 점차 핏발이 섰다.울음소리가 점점 멈추자, 태경은 다시 들어왔고, 호텔에서 배달해 온 점심을 책상에 올려놓았다.“일단 뭐 좀 먹어.”사랑의 목소리는 이미 쉬었다. 고개를 들자, 눈은 방금 전보다 더 부어 있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주사가 꽂혔는데, 여전히 링거를 맞고 있었다.아무튼 무척 야위었다.태경은 작은 탁자를 받쳐 주었다.“내가 먹여줄게.”사랑은 더 이상 태경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였다. 식은땀에 젖은 머리카락은 볼에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아니에요.”그녀는 손을 내밀었지만, 태경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입 벌려.”사랑의 속눈썹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혔는데, 가볍게 떨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자, 그녀는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천천히 입을 벌렸다.태경은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먹여주었고, 사랑은 아무런 맛도 보지 못했다.사실 지금 사랑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방금 그렇게 말한 건 단지 태경을 내쫓고 싶었던 거였다.점심을 먹은 후, 사랑이 먼저 말했다.“링거 다 맞으면 집에 가요. 나 병원이 싫거든요.”병원의 냄새, 일어난 일, 그녀가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태경은 입술을 오므렸다.“좀 괜찮아?”사랑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집에 가고 싶어요.”“좋아.”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뽑아주었다.아직 환자복을 입고 있던 사랑은 배의 통증을 참으며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안았는데, 사랑은 멍하니 태경을 바라보며 거부감을 느꼈다.“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남자는 안색이 어두웠다. “이럴 때 너무 무리하지 마.”태경은 병실에서 나와 주차장
태경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거짓말 하는 것조차도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사랑은 태경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다시 태경의 표정을 살펴보니, 그녀는 이것도 단지 태경이 한 농담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사랑은 점차 평온해졌다. 금장 수술을 마쳤기에, 힘이 다 빠졌다.“난 긴 휴가가 필요 없어요.”그녀는 지금 사직하고 냉정을 되찾고 싶을 뿐, 계속 태경의 곁에 있으며 평생 불가능한 환상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태경은 오늘 유난히 인내심을 가졌다.“3개월이 길다고 생각하면, 한 달 줄게. 다만 상사인 내가 또 널 괴롭힌다고 말하지 마.”사랑은 태경이 왜 자신을 놔주려 하지 않는지 몰랐다. 그녀는 비서로서, 태경에게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되며, 언제든지 대체할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난...”“강 비서, 자신감 좀 가져. 아무나 내 비서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사랑은 자신의 고집이 세다고 느꼈지만, 태경이 그녀보다 더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결정한 일이라면 죽어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설령 지금의 사랑이 이미 이렇게 불쌍하더라도, 입을 열어 부탁해도 태경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태경 씨의 여자들을 처리하는 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그럼 내가 월급을 안 준 거야?” 태경도 더 이상 사랑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웃음을 머금으며 화가 난 사랑을 힐끗 보았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좀 풀렸다. “강 비서, 이제야 내가 얼마나 악랄한 상사인지를 깨달은 거야?”사랑은 일어서려 했고, 상처가 당기는 바람에 무척 고통스러웠다.태경은 웃음을 거두며 사랑을 부축했다.“함부로 움직이지 마.”사랑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난 괜찮아요.”태경도 굳이 사랑을 부축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담담하게 사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만둘 생각은 더 이상 하지 마. 이럴 때 괜히 문제 만들지 말고.”사랑은 더 이상 참지 않
사랑은 화제를 돌렸다. 다빈도 계속 추궁하지 않고, 태경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남자들은 정말 감정이 없는 건가? 한 여자랑 같이 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다른 건 잘 모르지만, 태경은 확실히 그랬다. 생리적으로 만족을 느끼면, 언제나 그 차분하고 도도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사랑은 자신을 위로했다.“괜찮아, 나도 손해를 보지 않았어.”다빈은 마음이 아팠다.[넌 몸은 좀 괜찮아?]사랑은 그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럼. 그냥 좀 피곤할 뿐이야. 이틀 쉬면 괜찮아질 거야.”다빈은 또 전화로 세영과 태경을 한바탕 욕했고, 목이 탈 때 결론을 내렸다.[남자는 필요 없어. 특히 감정이 없는 남자는 더 멀리 꺼지라고 해.]사랑은 이 말에 매우 찬성했다.“네 말이 맞아.”다빈은 사랑이 태경의 곁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를 위해 불평했다.[너 계속 그 사람의 곁에 있을 거야?]사랑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말했다.“나도 어쩔 수 없어.”태경이 매달 남청연의 병원비를 지불했기 때문이다.다빈도 사랑의 상황을 알고 있었는데, 그냥 그녀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았다.태경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그럴 가치가 없었다.[내일 너 보러 갈게.]“그래.”...잠시 회사에 들렀다가 집에 도착한 태경은 보신탕을 들고 내려오는 윤미숙을 보았다. 거의 먹지 않은 음식을 보며, 그는 미간을 찌푸렸고, 말투가 매우 냉담했다.“그 사람 좀 먹었어요?”윤미숙은 말이 없는 태경을 무척 두려워했는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욱 무서웠다.그녀도 감히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아가씨는 보신탕만 절반 마신 것 같아요.”태경은 양복 외투를 소파에 걸치며 차가운 눈빛으로 윤미숙을 바라보았다.“그 사람이 자신의 몸을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이모님도 그렇게 할 작정인가요?”윤미숙은 태경이 화났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전전긍긍하며 황급히 설명했다.“아가씨께서 입맛이 없으니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태경은 지금처럼 감정이 이렇게 요동친 적이 거의 없었다.그는 한참을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사랑의 손목을 힘껏 잡으며, 손에 핏줄이 하나하나 나타났다. 그리고 차가운 얼굴로 했다.“내가 밥 먹으라고 한 게 널 해치는 거야 뭐야?”진짜 화가 났는지, 태경의 눈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사랑은 자신의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태경의 손을 떼어냈다.“그래요, 내 잘못이에요.”태경은 사랑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마음속의 분노는 갈수록 심해졌다. 그녀가 한 말은 마치 망치처럼 태경의 심장을 심하게 두드리고 있었다.그는 가만히 당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조금이라도 열을 받았다면 열 배로 돌려주어야 했다.이번에 태경은 뜻밖에도 억지로 참았다.‘됐어, 이럴 때 강 비서와 뭘 다투는 거야?’태경은 점점 냉정해지더니, 나타나지 말아야 할 감정을 억지로 억눌렀다. 그는 진정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미안.”사랑은 태경의 사과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녀는 태경이 남에게 사과하는 것을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언제나 도도하고 존귀한 존재였는데, 오늘 모처럼 고개를 숙였다.사랑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토하고 나니 속이 많이 편해졌다. 그녀는 세면대를 짚고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했다.태경은 사랑을 부축하려 했지만, 그녀가 뒤로 피하는 것을 보고 묵묵히 손을 거두었다.“앞으로 음식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먹고 싶으면 먹고, 네 마음대로 해.”사랑은 가볍게 응답했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물었다.“좀 나가줄래요?”태경은 한참 동안 생각했다.“밖에서 기다릴게.”“네.”태경이 화장실에서 나가자, 사랑은 그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거울에 비친 여자를 쳐다보며, 사랑은 생각에 잠겼다.‘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득실을 따지고, 망설이며 과감하게 결정을 하지 못하다니. 난 이러면 안 되는데.’태경의 말이 옳았다. 거래는 거래, 사랑은 사랑.‘나도 그 사람처럼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선을 그어야지.’눈
사랑은 태경의 이런 따분한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담요를 젖히며 일어났지만, 태경은 다시 사랑을 소파에 앉혔다.태경은 자신의 위엄을 조금도 감추지 않았고, 석양은 그의 아름답고 매서운 미간을 곱게 비추었다.“어딜 가려고?”사랑은 억지로 일어나려 했지만, 태경의 힘이 무척 셌다. 차갑고 딱딱한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있으니, 사랑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위층에 올라가서 쉬고 싶어요.”태경은 사랑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그녀의 살짝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위층은 너무 답답하니까 그냥 거실에서 쉬어.”사랑은 화가 났지만, 반박할 말이 없어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이 손 가져가요.”태경은 건성으로 사과를 했고, 조금도 놓아줄 뜻이 없었다.“내가 손을 놓으면 바로 도망가겠지?”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서로의 숨결조차 애매하게 얽혀 있었다.사랑은 거짓말을 했다.“도망 안 가요.”태경은 사랑의 눈을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손을 내려놓으며 더 이상 사랑을 잡지 않았다.사랑은 다시 일어나 태경과 떨어진 곳에 가서 앉았다.태경은 자신을 피하는 사랑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가볍게 웃으며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도리어 입을 열어 물었다.“저녁에 뭘 먹고 싶어?”사랑은 심심한 나머지,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고 있었다.“다 돼요.”집에 있을 때, 태경은 아주 캐주얼하게 입었는데, 헐렁한 긴 바지에 얇은 캐시미어 스웨터, 무척 점잖아 보였다.“그럼 알아서 요리할게.”사랑은 놀라서 잠시 망설였다.“요리해주는 이모님은요?”태경은 담담하게 말했다.“휴가 줬어.”사랑은 바로 물었다.“왜요?”태경은 사랑의 멍청한 모습을 보기 좋아했다. 이런 사랑은 평소의 강 비서와 무척 달랐다. 그는 사랑의 얼굴을 주물렀다.“집에 편식하는 사람이 있잖아?”사랑은 태경이 지나치게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을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돈으로
“그때 날 구해준 적이 있어.”정말 간단한 말 한마디였다.사랑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랬군요.”태경은 담배에 붙을 붙였고, 불꽃이 치솟는 순간, 다시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껐다. “이상해?”사랑은 아직도 연기를 해야 했기에, 뻣뻣하게 웃으며 눈시울까지 빨개졌다.“좀 놀랍긴 해요.”태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랑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얼굴이 무척 하얬고, 마치 놀란 토끼처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 어렸을 때 납치를 당한 적이 있거든.”사실 어린 시절도 아니었다. 열여섯, 열일곱 살이면, 한창 사춘기였다.태경은 지금 태연하게 예전에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있었다.“대략 두 주일 동안 갇혀 있었는데, 난 내가 그 사람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운이 좋게도 어떻게 맞아도 견뎌낼 수 있었더라고.”그 시절을 생각하니, 태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렬하게 살아남고 싶었다. 그는 살고 싶었고, 이를 깨물어서라도 살아남으려 했다.사랑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물었다.“그럼 그때 강세영 씨를 좋아하게 된 건가요?”태경은 사랑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다가 계속 말했다.“넌 세영 아버지 알아? 강남복이라고, 돈은 좀 있지만 금방 C시로 왔기에 아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남에게 미움을 샀어.”태경은 여전히 그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어떤 기억은 희미하지만, 대부분의 화면은 아직 그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세영은 사실 겁이 엄청 많아. 그날 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세영이 울고 있는 것을 들었거든. 우리의 손발은 모두 묶여 있었고, 납치범은 심지어 나의 눈을 가려서 난 사실 세영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솔직히 그때 세영의 울음소리를 들으니까 좀 짜증이 났거든.”‘울면 그만이지만, 계속 울다니.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다만 당시의 태경은 그런 말을 할 힘이 없었다.사랑은 기억났다. 처음에 그녀는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이다. 대문이 굳게
태경은 사랑을 바라보며, 잠시 후 입을 열었다.“미안,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미안하다고? 나한테 얼마나 미안하겠어? 그냥 해본 말이겠지.’사랑은 아파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태경에게 한 번 애원한 것은 이미 그녀의 한계였기에, 사랑은 고통을 참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가서 일 봐요.”태경은 넥타이를 매고, 양복 외투를 꺼낸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아래층에서, 기사와 경호원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태경은 차 열쇠를 기사에게 건네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담초동 별장으로 가.”“네, 도련님.”태경은 문득 무슨 일이 생각났는지,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강 비서 지금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 오늘 밤 잘 지켜봐요.”집사는 즉시 정신을 차렸다.[네.]태경은 전화를 끊은 다음, 더 이상 사랑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사랑도 이제 성인이니, 어디가 불편하면 의사를 부르겠지.’세영이 전화에서 한 말을 생각하며, 태경은 미간을 비볐고, 낮은 소리로 기사에게 좀 빨리 운전하라고 분부했다....사랑이 아파서 기절하기 진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지금 들어오라고 말할 힘조차 없었다.잠시 후, 윤미숙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아가씨, 도련님께서 아가씨 상황을 살펴보라고 하셨는데. 괜찮으세요?”사랑은 창백한 얼굴을 들고 말했다.“차 좀 불러줘요. 병원에 가고 싶어요.”“네, 지금 바로 갈게요.”심지어 수술을 마친 그날, 사랑은 지금처럼 아프지 않았다. 복부의 통증은 그녀를 기절시키기에 충분했다.정신을 차린 후, 사랑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고, 또 침대 옆에 엎드려 잠시 쉬었다. 그러고 나서 또 옷장에서 캐시미어 코트를 꺼내 외투를 걸치고 스카프를 둘렀다. 그녀는 지금 찬바람을 맞으면 안 됐는데, 자칫하면 감기에 걸릴 수 있었다.‘아프면 나 말고 누가 날 걱정하겠어.’사랑은 계단의 난간을 붙잡으며 천천히 내려갔다.집사는 사랑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세영은 무릎을 벌리며 태경의 다리에 앉았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고, 매번 말다툼을 한 뒤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연약한 모습을 보였다.“태경아, 내가 잘못했어.”세영은 눈물을 점점 많이 흘리더니, 눈물투성이가 되었다.“나한테 이러지 마.”그녀의 우는 모습은 무척 불쌍해 보였고, 목이 메어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도 무척 간드러졌다. 보는 사람 마저 마음이 아팠다.태경은 잠시 침묵하다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세영의 턱을 쥐었다. 어두운 룸 속에서, 남자는 진지하게 손수건으로 천천히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응.”‘내가 세영과 뭘 따지겠어. 그럴 필요가 없잖아.’세영은 여전히 붉은 눈시울로 소파에 놓인 태경의 핸드폰을 힐끗 보았다. 이미 통화가 끊긴 상태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계속 말했다.“나도 널 떠나기 위해 출국한 게 아니야.”태경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알아, 네가 아픈 거.”세영은 멈칫했다. 그녀는 태경이 이 일을 모르는 줄 알았다. 잠시 후, 세영은 또 울먹이며 유난히 억울했다.“약 먹고 주사 맞고, 수술받을 때도 엄청 아팠어.”태경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다른 사람이 생각났다. 그날 창백한 얼굴로 수술실에 누워있는 사랑을 떠올렸고, 며칠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가슴이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떠올렸다.“왜 날 찾아오지 않은 거야?”“내가 뭐 하러 널 찾아가? 나한테 화풀이를 하라고?” 태경은 세영을 밀어냈다. “그때 그곳에 남아서 병을 치료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야.”세영은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태경은 그녀를 속일 리가 없으니까. 그는 여자를 달래기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태경은 세영을 가장 사랑할 때도, 위로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인내심이 바닥 나면, 더 이상 그녀를 관심하지 않았다.세영이 성질을 다 부리면, 다시 기회를 주어 화해했다.소년의 성격도 매우 오만하여, 여태껏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세영은 가끔 방관자로서 태경의 싸늘한 태도에 감탄했다. ‘강사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