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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이거 농담 아니지?

사랑은 차 안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핸들에 엎드려 손에 힘을 꼭 쥐고 있었지만, 또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

가방 속의 핸드폰이 몇 번이나 울렸는데도 사랑은 상관하지 않았다.

한참 지나자, 사랑이 천천히 일어나며, 차창을 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몇 분 후, 정서가 점차 안정될 때, 사랑은 그제야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는데, 모두 임다빈이 한 전화인 것을 발견했다.

다빈은 며칠 전에야 귀국했다.

[사랑아! 왜 계속 내 전화를 안 받은 거야?]

사랑은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

“방금 바빠서 핸드폰 확인할 새 없었거든.”

다빈은 사랑의 목소리가 약간 쉰 것을 듣고 이상함을 느꼈다.

[너 왜 그래? 그 심 대표가 또 널 괴롭혔니?]

처음에 사랑과 태경이 결혼한 사실을 알고, 다빈은 진심으로 사랑을 위해 기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은 태경과의 결혼은 계약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와 태경은 여전히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다빈과 사랑은 고등학교의 짝꿍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자연히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특히 태경이 회사에서 수많은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본 뒤, 그를 극악무도하고 냉혈하며 매정한 상사라고 욕했다.

사랑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

“아니야.”

다빈은 가정형편이 아주 좋았고, 집안에 아이라곤 그녀 하나밖에 없었으니, 어릴 때부터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다빈은 다른 재벌 집 아가씨에 비해, 욕심도 나쁜 마음도 없었다.

그녀는 툴툴거렸다.

[하긴, 심태경은 정신적 폭력을 선호했으니까!]

태경은 빙산과 같았다. 사랑은 그를 무척 좋아했지만, 그걸로 이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순 없었다.

다빈은 줄곧 태경을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다.

‘너무 무정해.’

[사랑아, 심태경은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야?]

“뭐가?”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도대체 왜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태경은 확실히 잘생겼고, 일반 남자들에 비하면 외모가 빼어났다. 거기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또 수단도, 박력도 있으니 결점이라곤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계약 부부인 이상,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가장 큰 금기였으니,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또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사랑은 잠시 생각했다.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이유가 필요 없는 것 같아.”

[네 말이 맞아.]

다빈이 계속 물었다.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사랑은 생각하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병원에.”

다빈이 계속 묻기 전에 사랑은 입을 열었다.

“다빈아, 나 임신했어.”

다빈은 이 소식에 놀라 말을 더듬었다.

[너... 너... 이거 농담 아니지?]

‘사랑은 침착한 사람이라, 이런 농담을 하지 않을 텐데.’

다빈은 계속 물었다.

[심태경은 알고 있어?]

사랑은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몰라.”

사랑은 자신이 임신한 일을 오랫동안 참았는데, 마침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이렇게 털어놓고 나니, 그녀도 확실히 속이 후련했다.

잠시 후, 사랑은 또 초조하게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나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다빈은 그녀와 태경의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결혼하기 전에 변호사의 앞에서 그 계약서를 체결했는데, 자세한 요구가 얼마나 많은지, 약 10여 페이지가 넘었다.

다빈은 남자친구조차 없었기에, 이런 감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한 방에 성공한 거야?]

사랑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다빈은 또 혼자 생각했다.

‘심태경은 확실히 능력 있어 보이긴 해.’

다빈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상사도 정말 대단하다.]

임신한 건 경사였지만, 지금은 확실히 까다로운 문제로 되었다.

다빈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이 아이를 낳지 않을래?]

사랑은 눈썹을 찌푸렸다.

“태경은 여태껏 나와 진정한 부부로 되려고 한 적이 없어. 그리고 그 사람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거든.”

다빈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심태경에게 말한 거야?]

“아직은.”

사랑은 마치 큰 결심을 한 듯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

“며칠 후에 이 일을 알려줄 생각이야.”

‘어떤 일들은 나 홀로 맞설 방법이 없어.’

사랑은 늘 그랬듯 태경을 위해 여자를 처리하던 것처럼 이번 일도 차분하고 간단하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전혀 침착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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