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바로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몰래 태경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태경의 부모님 앞에서 이름을 불러야 하는 것 외에, 사랑은 그를 남편이라고 다정하게 부를 기회가 없었다.설령 밤에 그런 일을 할 때에도, 그저 감정이 북받친 순간, 작은 소리로 태경의 이름을 부르며 살살 하라고 애원을 했을 뿐이었다.사랑은 침대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고생을 겪었다.태경은 힘은 너무 셌고, 소유욕도 너무 강했는데, 심지어 그녀의 감정까지 통제하고 싶었다.사랑도 점차 태경이 말도 하지 못한 채 불쌍하게 그를 바라보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섬뜩한 괴벽이 있는 사람이야.’사랑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았어요.”전화를 끊자, 사랑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옷장에는 비싼 치마가 많았는데, 분기마다 제철 신상품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회사에서 입을 수 있는 게 없어 사랑도 거의 입은 적이 없었다.그녀는 빨간색 치마 두 벌을 골랐는데, 색깔이 너무 화려한 것 같아 그만두었다.마지막으로 사랑은 벨벳 핑크색 긴 치마에, 진주 끈으로 허리를 매며 무척 부드럽고 아름다웠다.치마는 몸에 잘 맞았지만, 등이 좀 노출되어 있을 뿐이었다.사랑은 이렇게 노출이 심한 치마를 거의 입지 않았는데, 태경은 그녀가 이런 치마를 입고 필요한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골라준 치마는 모두 몸을 꽁꽁 감싼 스타일이었다.튀지도 않고, 예의에 어긋나지도 않았다.사랑은 주의사항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임산부는 화장도 하지 말아야 하고, 하이힐도 신으면 안 됐다.그녀는 거울 속 생얼을 한 자신을 바라보며, 이래도 예쁘다고 느꼈다.저녁 7시 30분, 사랑은 플랫슈즈로 갈아신은 다음, 집안 기사에게 클럽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차에서 내리자, 한바탕 찬바람이 불었다. 사랑은 코트로 자신을 꼭 감싸며 차가운 손을 꺼내 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자는 아주 빨리 받았다.“나 도착했어요.”[사람 보낼게.]클럽 안은 무척 시끌벅적
사랑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룸 안의 빛이 어두워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사랑은 저도 모르게 몸을 가볍게 떨었다.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엄지손가락은 지푸라기라도 쥐듯이 태경의 손을 힘껏 쥐었다.‘태경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거야?’사랑은 갑자기 추위를 느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그녀는 이까지 떨렸다.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가 태경의 마음을 맞힐 수 있겠는가? 그의 말은 진심 같기도 또 농담 같기도 했다.태경은 어둡고 그윽한 눈빛을 하며 은근히 웃고 있었다. 그는 사랑이 자신의 손을 꼭 잡도록 내버려두며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계속 내 곁에 있을 거야? 좋아하는 사람 하나도 없어?”사랑이 억지로 소리를 냈다.“네.”사랑은 고개를 숙였고, 긴 머리카락은 그녀의 표정을 가렸다.정헌은 조용히 사랑을 바라보았는데, 그녀가 확실히 예쁘게 생겼단 것을 발견했다. 미간에서는 은근히 아름다운 정취가 스며들었다. 봄기운이 물씬 풍겨, 사람을 매료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었다.정헌은 사랑의 이런 모습이 좀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무정한 남자였다. 심지어 고의로 그녀를 놀리고 싶었다.“다시 고려해 보지 그래?”사랑은 온몸에 추위가 몰려왔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기에 이 순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정헌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대신 나설 수 있는데.”그는 줄곧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사람이었다. 태경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정헌도 나름 잘 알고 있었다.태경 마음속에 없는 사람이라면, 태경의 앞에서 죽어도 그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이건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았다.사랑은 정신을 차리고 냉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정헌은 점잖게 보이고, 말도 잘하며, 부드럽고 매너 있어 보이지만, 사랑은 그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편견은 어떻게도 숨길 수 없으니까. 사실 정헌
정헌은 말을 한 다음, 자신이 정말 짐승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태경은 생각보다 차분했다.그는 눈을 들며 담담하게 평가했다.“그럼 네 안목도 좋은 편이네.”‘강 비서는 얼굴도 예쁘지, 몸매도 나쁘지 않지, 거기에 학력도 있고 성격도 좋지. 아주 많은 장점이 있는 사람이야, 요리 솜씨도 괜찮고.’태경은 남자가 사랑과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 정상이라고 느꼈다.그는 여전히 태연했다.“그럼 난 기사에게 강 비서를 부탁할게.”정헌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태경은 정말 감정이 없나 봐.’예전에 학교 다닐 때, 태경은 그야말로 무정한 사람이었다. 연애편지는 받지도 보지도 않고, 여자들이 자신을 위해 질투하고 싸워도,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오직 태경이 신경 쓰는 사람만이 그의 관심을 조금 얻을 수 있었다.정헌도 심심해서 물었다.“너희 둘 도대체 왜 결혼했니? 넌 강 비서를 좋아하지 않잖아.”태경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감정 때문에 결혼할 필요 없으니까.”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사랑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감정이 없으면 번거로움도 없으니까.정헌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그건 그래.”...집에 돌아온 사랑은 아무 생각 없이 잠부터 잤다. 그녀는 편하게 자지 못했는데, 여러 개 꿈을 꾸다가 한밤중에 놀라 깼다.스탠드를 켜고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 날이 곧 밝기 직전이었다.‘태경은 병원에 갔나 봐. 강세영이 또 입원했으니까. 며칠 전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비아냥거렸던 사람이 그렇게 허약하다니. 정말 말이 안 되네.’사랑은 예전에 아내가 복수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따라배우며, 자신을 지킬 수 있기를. 그녀도 자신이 여주인공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녀가 점차 무정하게 카리스마 넘치는 여신으로 성장하는 환상을 품은 적이 있었다.그러나 현실은 잔혹했다.무엇이든 알아볼 수 있지만, 유독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었다.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축하 공연을 열었다.
사랑은 농담을 할 기분이 아니었는데, 매사에 무척 진지한 그녀는 자존심 때문에 태경 앞에서 만큼은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난 다른 사람을 꼬시지 않았어요.”그녀는 한 글자 한 글자 진지하게 해석했다.태경은 눈썹을 들더니, 사랑의 부드러운 피부를 매만졌고, 조금만 힘을 주자, 붉은 자국을 남겼다. “정헌이 널 좋아한다고 말했어.”태경은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 사랑은 그의 얼굴에서 불쾌 또는 관심을 찾아보려 했다.유감스럽게도 그런 건 없었다. 태경은 마치 이 일에 개의치 않은 것 같았다.사랑은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난 구 대표님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에요.”그녀는 불편함을 참으며 계속 말했다.“하물며 구 대표님에 곁에 미인이 그렇게 많으시니, 좋아하는 사람도 엄청 많으시겠죠.”태경의 엄지손가락은 여전히 사랑의 턱을 쥐고 있었다.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눈 밑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었다.“꼭 그렇지는 않아.”사랑은 말을 하지 않았다.‘구정헌이 오늘 저녁에 데리고 온 그 모델은 지난번 연회에 데리고 간 여자가 아니잖아. 여자를 물 마시듯이 바꾸는 사람인데.’태경은 눈앞의 사랑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확실히 눈길을 끄는 미모였다.그는 엄지손가락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사랑의 피부에 남긴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태경은 사랑보다 더 얌전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대해도 화가 나지 않는 것처럼.“강 비서,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나, 적합한 남자가 나타났다면, 먼저 눈여겨봐도 돼.”태경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사랑을 너그럽게 대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녀 앞으로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았다.사랑은 억지로 소리를 냈다. “고마워요.”태경은 또 주의를 주었다.“그러나 우리의 결혼이 지속되는 동안, 그 어떤 진도도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알아요.”태경은 말을 마치자마자 욕실에 가서 샤워를 했다. 사랑은 미처 치우지 못한 약병을 얼른 서랍에 넣
사랑은 태경처럼 뻔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태경은 웃으며 물었다.“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오늘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는데, 나른하게 웃으니 마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사랑아, 낳고 싶지 않아도 낳아야 해.”사랑은 좀 화가 났다. ‘항상 마음대로 이런 농담을 하면서, 내가 어떤 심정인지는 전혀 고려해본 적이 없지.’위층의 침실은 객실 두 개보다 더 컸다. 가운데의 침대도 커서 네 사람이 같이 누워 잘 수 있었다.사랑은 아직도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침대에 쓰러졌다. 그녀는 의사의 말을 기억하고 얼른 배를 안았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태경은 사랑의 귀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널 원해.”사랑은 어쩔 수 없이 태경의 허리를 안고 있었다. 양복바지는 넓은 편이 아니라서, 그 부위가 선명하게 드러났고, 벨트의 버클은 무척 딱딱하고 불편했다.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잖아요.”태경은 사랑의 손을 잡았다.“강 비서, 낮에는 이런 일 하면 안 되는 거야?”사랑은 화가 나서 얼굴을 돌렸지만, 태경은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도록 강요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태경을 가볍게 걷어찼다.“그만해요.”태경은 평소보다 차갑고 담담한 사랑 대신, 화났을 때의 그녀가 훨씬 사랑스럽다는 것을 발견했다.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 내밀고 있으니, 표정도 유난히 엄숙했다.태경은 사랑의 얼굴을 움켜쥐며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사랑은 숨을 쉬지 못했지만 또 자신이 구름 위에 둥둥 떠있는 것만 같았다.갑작스러운 키스에 머리가 어지러운 사랑은 여전히 이성을 유지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태경을 밀어냈다.“배고파요.”태경의 옷은 구기지 않았고, 옷차림이 무척 단정하고 점잖았다. 그는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내가 먹여주고 있잖아?”사랑은 태경을 마주할 때, 늘 말문이 막혔다. 간단한 말 한마디에 바로 얼굴을 붉혔으니까.그러나 사랑은 못 알아들은 척했다.‘내려가서 밥
사랑은 차 안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핸들에 엎드려 손에 힘을 꼭 쥐고 있었지만, 또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가방 속의 핸드폰이 몇 번이나 울렸는데도 사랑은 상관하지 않았다.한참 지나자, 사랑이 천천히 일어나며, 차창을 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몇 분 후, 정서가 점차 안정될 때, 사랑은 그제야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는데, 모두 임다빈이 한 전화인 것을 발견했다.다빈은 며칠 전에야 귀국했다.[사랑아! 왜 계속 내 전화를 안 받은 거야?]사랑은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방금 바빠서 핸드폰 확인할 새 없었거든.”다빈은 사랑의 목소리가 약간 쉰 것을 듣고 이상함을 느꼈다.[너 왜 그래? 그 심 대표가 또 널 괴롭혔니?]처음에 사랑과 태경이 결혼한 사실을 알고, 다빈은 진심으로 사랑을 위해 기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은 태경과의 결혼은 계약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와 태경은 여전히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 불과했던 것이다.다빈과 사랑은 고등학교의 짝꿍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자연히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특히 태경이 회사에서 수많은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본 뒤, 그를 극악무도하고 냉혈하며 매정한 상사라고 욕했다.사랑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아니야.”다빈은 가정형편이 아주 좋았고, 집안에 아이라곤 그녀 하나밖에 없었으니, 어릴 때부터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다빈은 다른 재벌 집 아가씨에 비해, 욕심도 나쁜 마음도 없었다.그녀는 툴툴거렸다.[하긴, 심태경은 정신적 폭력을 선호했으니까!]태경은 빙산과 같았다. 사랑은 그를 무척 좋아했지만, 그걸로 이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순 없었다.다빈은 줄곧 태경을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다.‘너무 무정해.’[사랑아, 심태경은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야?]“뭐가?”[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도대체 왜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태경은 확실히 잘생겼고, 일반 남자들에 비하면 외모가 빼어났다. 거기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또 수단도, 박력도 있으니
다빈은 사랑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좀 아팠다.[사랑아, 내가 병원으로 찾아갈게. 그리고 밥 사줄 테니까, 우리 이런 나쁜 일들 모두 잊어버리자.]사랑은 얌전하게 대답했다.“그래.”전화를 끊자, 사랑은 계속 차에 앉아 멍을 때렸다.‘내가 직접 임신한 사실을 태경에게 말했을 때, 그게 어떤 장면일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태경은 결혼에 대한 동경이 별로 없었기에, 아이를 낳는 것을 신성하고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작년 설날에 심씨 가문에 많은 손님이 찾아왔다.태경의 사촌누나는 그때 금방 아이를 낳았는데, 귀엽고 예쁜 딸이었다. 동글동글한 작은 얼굴은 하얗고 부드러우며, 눈은 포도처럼 맑았다.어르신들은 아이를 안으며 결코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태경은 한가할 때, 자신의 조카딸과 놀아줬지만, 그것도 불과 몇 초일 뿐이었다. 그는 그 아이에 대해 흥미가 없었다.그날 밤, 사랑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는데, 침실이 너무 조용해서 먼저 말을 꺼냈다.“그 아이,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태경은 불을 끄며 그녀의 몸에 올라탔다.“울면 너무 시끄러워.”그는 사랑의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사랑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울지 않는 아이가 어디 있겠어요.”태경은 벌을 주고 싶은 듯, 사랑의 입술을 깨물었다.“다른 사람 언급하지 말고, 집중 좀 해.”그 조카딸은 사랑이 본 아이들 중 가장 귀여운 어린이였다. 그러나 태경은 그 아이에게 아무 호감도 없었다.‘내 뱃속에 갑자기 나타난 아이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뻔한데.’...다빈은 집안의 기사에게 부탁하여 병원까지 찾아왔다.사랑은 차를 몰고 다빈과 함께 화성로에 있는 새로 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엄청 기뻤다. 특히 다빈은 사랑을 안으며 뽀뽀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사랑은 입맛이 없어서 우유 한 잔을 시켰는데, 다른 것은 먹고 싶지 않았다.다빈은 사랑을 안고서야 그녀가 지금 임산부라는 것을 떠올렸다.“
사랑은 태경의 변덕스러운 태도에 영문을 몰랐다. 그녀는 몰래 집사를 찾아가서 물었다.“오늘 집에 누가 왔었나요?”“아무도 오신 적이 없습니다, 작은 사모님.”사랑은 더욱 이상하다고 느꼈다. 진지하게 생각한 다음, 그녀는 태경이 그저 이런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다행히 태경은 대부분 시간 동안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사랑은 지금 잠이 많아서, 태경의 마음을 알아맞힐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사랑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이불로 자신을 꽁꽁 감싸며 깊이 잠들었다.태경은 식탁 위에 빈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그 사람은요?”“위층으로 올라가신 후에 줄곧 내려오시지 않았습니다.”“가서 불러요.”박나은은 태경의 까칠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집에 네 원수라도 있어? 집에서도 그딴 표정 지을 거면 당장 나가.”태경은 침묵을 지키며 서서히 눈살을 찌푸렸다.‘난 강 비서의 일 때문에 이성을 잃으면 안 되는데.’태경은 일어섰다.“필요 없어요. 내가 올라가서 부를 테니까.”박나은은 이런 아들을 보며 그저 한심하다고 느낄 뿐이었다.“내가 어째서 이렇게 인정머리도 없는 아들을 낳았을까?”그건 아니었다. 예전에 태경은 세영을 아주 잘 달랬는데, 그 방식은 어찌나 다양한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줍음을 느끼게 했다....커튼이 두꺼웠기에, 침실은 무척 어두웠다.태경이 불을 켜자, 침대가 볼록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그는 잠시 지켜보면서 소리도 내지 않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다.‘정말 작은 여린 존재인 것 같아. 자칫하면 남에게 쉽게 안겨갈 수도.’태경은 처음으로 사랑을 깨웠고, 그 목소리는 무겁지도 않고 무척 부드러웠다.그러나 침대 위의 사람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태경은 침대에 앉아 사랑이 덮은 이불을 젖히며,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사랑이 간지럼을 타는 것을 알고, 손을 쓸 준비를 하다가 실수로 그녀의 배를 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