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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울지 마

사랑은 세영과 화장실에서 치근덕거릴 생각이 없어, 이 말을 하고 바로 돌아섰다. 세영은 그녀를 가로막으며 두 팔을 안고 사랑을 비웃었다.

“태경은 널 사랑하니?”

사랑은 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태경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침대 위에서도 오직 욕구를 발산하는 것뿐이었다.

태경은 예진 그녀들에게 아주 작은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 또는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오래 사귀지 않았어도, 태경은 그 여자들을 아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직 사랑을 대할 때만 그녀를 계약을 이행하는 동료로 취급했고, 부부로 가장하는 배우로 취급했으며 유독 감정이 없었다.

학교 다닐 때, 태경은 세영과 연애하기 전에도 여자친구가 많았다. 모두 엄청 예쁘거나 몸매가 섹시한 미녀들이었다. 그는 얌전하고 줏대가 없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제나 붉은 장미처럼 열렬하고 화려한 사람들을 좋아했다.

사랑은 차갑게 얼굴을 들었다.

“날 사랑하든 말든, 전혀 중요하지 않아. 난 상관이 없으니까.”

세영은 웃기 시작했다.

“그래?”

말하면서 세영은 앞으로 걸어갔고, 하이힐을 신고 있어 사랑보다 키가 더 컸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굽히며 웃으며 사랑에게 귓속말을 했다.

“고등학교 때, 칠판에 붙인 그 연애편지, 네가 쓴 거지?”

사랑은 주먹을 꽉 쥐고서야 진정을 할 수 있었다.

이 일은 오래전의 일이라서 그녀는 거의 잊어버렸다.

졸업하기 전, 사랑은 용기를 내 고백의 편지를 썼고,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태경의 책상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귀족 학교를 다녔기에 교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나중에 태경은 그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데다, 그의 책상에 연애편지를 넣는 여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누가 사랑이 쓴 편지를 주웠는지, 그녀의 이름을 자른 다음, 칠판에 붙였다.

반 친구들은 폭소를 하며 사춘기 소녀가 쓴 고백편지에 손가락질을 했다. 심지어 편지에 담긴 오글거리는 내용을 일부러 읽어내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일종의 잘못인 것 같았다.

소녀의 용감하고 뜨거운 사랑은 오히려 농담으로 여겨졌다.

사랑은 세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붙였어?”

세영은 인정하지 않았다.

“누가 알겠어.”

그녀는 다시 웃었다.

“정말 불쌍해. 태경은 영원히 너 같은 사람에게 마음을 줄 리가 없으니까.”

‘비천하고 보잘것없어서 아무런 가치도 없잖아.’

세영은 점점 하얘지는 사랑의 얼굴을 보며, 화가 풀렸는지 거들먹거리며 화장실을 떠났다.

그녀는 태경 앞에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여야 했다. 부드럽고 착하며 활발하고 명랑한 동시에 또 약간 심술쟁이였다.

세영은 문을 두드리지 않고 곧장 태경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대담하게 태경의 컴퓨터를 덮더니,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말했다.

“나 오늘 이렇게 예쁜 화장을 했는데, 왜 날 보지도 않는 거야?”

태경은 눈을 들어 세영의 메이크업을 진지하게 훑어보았다.

“화장 안 하는 게 더 예뻐.”

세영은 전에 태경이 자신의 생얼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그는 지극히 아름다운 동시에 또 청순한 여자를 좋아했다.

세영은 눈을 붉혔고, 태경은 항상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세영도 일부러 연약한 척했다.

“태경아, 이제 내가 싫은 거야?”

태경은 눈을 들어 따뜻한 목소리로 일깨워 주었다.

“세영아, 애초에 날 버린 사람은 너인 것 같은데.”

‘아, 그건 실수였지. 정말 후회돼.’

세영은 이때부터 태경이 통제되지 않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얼굴을 숙이고 불쌍하게 눈물을 흘렸다.

조금 지나자, 남자는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깨끗한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울지 마.”

세영은 이미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태경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울다가 화장이 다 번지겠어. 내일 눈까지 부을 거야.”

사랑은 더 이상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때 마침 태경을 찾아야 할 일이 생겼다. 그녀는 사인해야 할 서류를 들고 유리문을 살짝 열었다.

문을 사이에 두며, 사랑은 마침 태경이 한 말을 들었다.

사랑은 며칠 전의 그날 밤을 떠올렸다.

태경은 무덤덤하게 자신이 우는 것을 바라보며, 눈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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