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랑은 손에 들린 임신 테스트기를 오래도록 응시했다. 테스트기 위에 선명한 두 개의 빨간 줄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녀는 화장실 칸막이 안에 앉아 언제 임신이 된 건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마 지난달쯤이었겠지.’그때 사랑은 심태경을 따라 C시로 출장을 갔었다. 마침 호텔 스위트룸에 준비된 콘돔은 떨어져 있었고, 온천에서 막 나온 사랑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태경이 그녀를 침대에 눕혔을 때에도 사랑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를 받아들였다.달콤하면서도 짜릿한 그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모든 것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눈을 떴을 때, 태경은 이미 말끔한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었다.사랑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그날 떠나기 전에 병원에 가서 피임약을 처방 받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사랑은 원래 기억력이 나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며칠은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태경을 따라다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까다로운 상사였고, 사랑을 봐주는 일 따위는 없었다.사랑이 모든 일이 끝나고 병원에 가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며칠이 지나버렸다. 그녀는 그때 잠시 고민했지만, 이렇게 쉽게 임신할 리 없다는 안일한 생각에 그 일을 뒤로 미뤘다.현실로 돌아온 사랑은 조용히 임신 테스트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을 나와 찬물로 얼굴을 씻으며 진정하려 애썼다.세수를 마친 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은 생각했다.‘내가 임신을 했다니... 이제 어떡하지?’...사랑이 사무실로 돌아가자, 비서실 신입 비서가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왔다.“강 비서님, 또 누가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사랑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누군데?”비서실 신입 이미현이 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다소 거만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또 그 송예진 아가씨예요.”소문에 의하면, 얼마 전 태경과 사귀던 여자라고 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안 되어 차인 뒤로, 송예진은 두 번이나
고등학교 때, 태경은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 시절의 사랑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고, 마치 동화 이야기 속 지나가는 행인처럼 왕자와 공주의 달콤한 사랑 묵묵히 지켜보았다.언제부터 태경을 짝사랑해왔는지, 사실 사랑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태경이 결혼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언제든 깨어날 수 있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3년 동안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사랑은 태경과 말 한마디밖에 한 적이 없었다.“안녕, 난 강사랑이라고 해.”그러나 태경은 사랑이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심지어 그녀가 수줍어하며 자신에게 말을 건 적이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사랑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침실 불을 켜지 않아, 방안은 무척 어두웠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만졌다. ‘내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니. 그것도 나와 태경의 아이. 아니야, 임신 테스트기도 정확한 건 아니니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사랑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할 시간이 없었기에, 내일 다른 브랜드의 테스트기를 몇 개 더 사서 검사해 보려 했다.‘임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만약 정말 아이를 가졌다면... 그건 너무나도 골치가 아픈 일이야.’태경은 자신의 계획을 벗어난 그 어떤 일도 좋아하지 않았고, 사랑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태경은 매번 주의를 했지만, 유독 지난달 출장 갔을 때 콘돔을 쓰지 않았다.‘그때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지. 태경은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가 만약 태경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면... 그 사람은 직접 병원에 예약해서 수술 날짜를 잡겠지.’아무도 태경이 결정한 일을 바꿀 수 없었다.막 결혼했을 무렵, 사랑은 천진난만하게 태경이 자신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그것이 단지 자신의 환상이란 것을 깨달았다.사랑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 생각하면 슬플 것이 뻔했기에, 그녀는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며 억지로 잠을 잤다.그날 저
사랑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시간 나는 대로 갈게요.”덕훈은 멋쩍게 웃었다.“건강검진은 내일로 예약했으니 꼭 병원에 가보세요.”사랑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알았어요.”그녀는 태경이 이렇게 예리할 줄 몰랐다.“제시간에 도착할게요.”...오후 내내 사무실에서 진한 커피 냄새가 퍼졌고, 사랑은 토할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서야 좀 나아졌다.퇴근하기 전 사랑은 화장실에 가서 한번 더 토했다. 그녀는 자신의 입덧이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찬물로 세수를 하자, 가방 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사랑이 전화를 받는 순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화장실이에요.”[지하 차고에서 기다릴게. 오늘 저녁 본가에 가서 밥 먹어야 하니까.]“네, 대표님.”다행히 두 사람이 매달 본가에 가서 식사를 하는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박나은은 사랑이 하루 빨리 손자를 낳아주기를 기대했다.차에 타자, 태경의 곁에 앉은 사랑은 조금 긴장했다. 태경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사람에게 압박감을 가져다주었다.차 안에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듣기 좋게 울렸다.“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한 거야?”사랑은 방금 토했으니 지금 안색이 좋을 리가 없었다.“그래요? 괜찮은 것 같은데.”태경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입술은 오히려 빨갛군.”이 말에 사랑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태경은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강 비서, 나 몰래 바람피운 거 아니지?”무심코 한 농담이었지만, 사랑은 가슴이 떨리며 잔뜩 긴장이 됐다“그럴 리가요.”태경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요즘 고생했으니, 며칠 휴가 내서 푹 쉬어.”사랑은 생각해 보았다.‘이참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되겠다.’그녀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잘 알고 있었기에, 태경이 예약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지 않을 것이다. 두려운 동시에 태경에게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좋아요.”차는 본가의 정원에 세워졌다.사랑이
사랑의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눈가에서 떨어진 눈물에 글씨가 번졌다. 그녀는 눈물을 닦은 다음, 메모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사랑은 태경을 잘 알고 있었다.‘그 사람은 줄곧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 내가 조금 기분 상하게 했다고, 배로 돌려주다니.’손에 들어간 힘에 수표가 꼬깃꼬깃 해졌다. 점차 냉정해진 그녀는 바로 수표를 가방에 넣었다.‘난 억지를 부릴 자격이 없어. 그 누구보다도 이 돈이 필요하니까.’...사랑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을 먹었다.덕훈은 제시간에 사랑에게 전화를 하며, 건강검진 하러 가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일깨워 주었다.사랑은 전화를 끊은 다음,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검사를 받을 때, 그녀는 돈을 써서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았다.그 사람이 나오자, 사랑은 택시를 타고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보고는 며칠 후에야 볼 수 있었다.의사는 사랑의 배를 만지더니, 임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랑이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태경의 전화가 걸려왔다.[검사 다 받았어?]“네.”태경은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묻지 않았다. 얼마 뒤면 덕훈이 그녀의 건강검진 보고서를 그의 사무실로 보낼 것이다.간단하게 물어본 다음, 태경은 전화를 끊으려 했다. 이때 사랑이 그를 불렀다.“대표님.”태경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강 비서, 또 무슨 일 있어?]사랑은 자신이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했다.“수표는...”그녀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무슨 뜻이죠?”태경은 목소리가 담담했고,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였다.[내가 분명하게 쓴 것 같은데?]그는 펜을 돌리며 쌀쌀하게 말했다.[네가 받아야 할 보수.]사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태경은 계속 말했다.[어젯밤 강 비서의 서비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그는 이런 말을 할 때도 무척 담담했다.모욕인지 아닌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지만, 이는 여전히 날카로운 바늘처럼 사랑의 심장을 찔렀고, 무
정헌은 대답을 듣지 못하자, 잠시 생각했다.“왜, 신경 쓰여?”태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전혀.”정헌이 다시 입을 열려 하자, 태경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강 비서에게 달렸지.”정헌은 쯧쯧 소리를 냈다.“너도 참 매정하다.”'강 비서는 예쁘고, 성격도 아주 좋고, 몸매까지 섹시하니 어떻게 봐도 미인인데, 안타깝게 태경처럼 감정도 없는 상사를 만났다니.'정헌과 태경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그래도 태경을 잘 아는 편이었다. 태경은 세영을 제외한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었다.'그때 태경씨는 세영이에게 정말 잘해줬는데.'소년 시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했던 소녀였기에, 태경은 그녀를 뜨겁게 사랑했다.태경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별 감정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장사일 뿐, 누구와 하든 다 똑같지.”정헌도 사실 농담을 했을 뿐인데, 태경이 이렇게 ‘대범’할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이것도 예상했던 바였다. 태경은 원래 이성적이었으니까.정헌은 참지 못하고 조언을 했다.“좀 작게 말해, 강 비서 들으면 슬퍼하겠다.”태경은 나른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는데, 목소리는 차가우면서도 냉담했다. “나랑 상관없어.”계약 결혼한 이상, 절대로 상대방에게 마음이 움직여선 안 된다. 그럼 일이 매우 번거로워질 것이다.태경은 사랑이 그렇게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 적어도 이 반년 동안 그녀는 처신을 아주 잘했다.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않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절대 하지 않았다.눈치가 있고 능력이 있는 비서 겸 아내였다.정헌은 태경이 화를 낼지 안 낼지가 무척 궁금했다. 잠시 후 정헌은 술잔을 들고 사랑의 앞으로 다가갔는데, 그녀의 얼굴이 유난히 창백한 것을 발견했다.사랑은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다 들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손은 떨리기 시작했고, 가슴도 이미 마비될 정도로 아팠다.정헌은 신사처럼 입을 열었다.“강 비서, 또 만났네.”사랑은 바로 뒤로 물러섰다.“구 대표님.
사랑은 얼굴을 붉혔지만 또 안색이 창백해졌다.태경은 항상 그녀를 쉬운 여자로 취급했다. 아마도 사랑의 역할은 그의 욕망을 해소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술자국에 얼룩진 사랑의 손가락을 보며, 태경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고개를 숙여 진지하게 손수건으로 사랑의 손을 닦아줬다.사랑은 갑자기 부드러움을 베푸는 태경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태경의 마음에서 새어 나오는 그 사소한 사랑을 갈망했다.‘많이 안 줘도 돼, 조금이면 충분해.’사랑은 저도 모르게 어느 해 여름방학 전의 마지막 체육수업을 떠올렸다. 그녀는 교실 창밖을 지나고 있었고, 바람은 강의동 밖의 꽃나무를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이때, 찬란한 햇빛은 마침 태경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소년은, 장난스럽고 유치하게 자신의 손목과 세영의 손목을 리본으로 묶었다. 세영은 책상에 엎드려 깊이 잠들어 있었다.태경은 머리를 받치고,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예쁜 눈에 환한 미소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렇게 애정이 넘치는 눈빛으로 자고 있는 소녀를 지켜보았다.교실이 시끄러워지자, 그는 다른 사람에게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다. 세영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니, 사랑은 마음이 쓰라리면서 씁쓸했다. 태경은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뿐이었다.‘그치만 분명히 내가 먼저 태경과 만났는데. 이 남자도 날 직접 찾아와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전부 잊어버렸다니...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뿐이야.’사랑은 정신을 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선 연회가 끝났을 때, 사랑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배고파서 무척 괴로웠다.‘뱃속의 아이는 입맛이 아주 좋은 것 같아.’지금 사랑은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냉장고에 케이크가 있었기에, 그걸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차에 타자, 사랑은 태경에게서 나는 술기운을 맡았다. 그리 짙은 냄새는 아니었다.태경은 술을 마셔도 항상 자제했다. 그는 접대할 필요가 없었고, 모두
사랑이 자신을 세 번이나 거절해서 흥이 깨졌는지, 태경은 기사에게 그녀를 별장으로 데려다 주라고 한 다음, 다시 이곳을 떠났다.샤워를 마치자, 사랑은 거실에서 케이크를 먹었다. 달짝지근한 케이크였지만, 지금 그녀는 맛이 없다고 느꼈다.순간, 눈물이 손등에 뚝뚝 떨어졌다. 임신해서 그런지, 사랑은 엄청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사랑은 눈물을 닦고 거실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마음을 점차 가라앉힌 다음,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눈이 자꾸 감겼지만, 사랑은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사랑은 옆에 놓은 핸드폰을 꺼내 카카오톡을 클릭했다. [태경 씨, 나 임신했어요.]삭제하고 또 편집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됐어. 말하면 뭐가 달라진다고.’사랑은 주말에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우기로 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잤다.꿈에서 사랑은 열 몇 살의 태경을 보았다. 그의 손발은 철사에 묶여 있었고, 눈은 검은 천으로 뒤덮였다. 호흡 소리가 어찌나 작은지, 거의 죽은 것만 같았다.밧줄을 풀어헤친 사랑은 힘이 없어서, 손가락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철사를 풀어줄 수 있었다.그들을 납치한 남자가 다시 돌아왔다. 남자는 사랑의 뺨을 때렸는데, 귓가가 윙윙 때렸다.그때의 태경은 숨을 거두기 직전이었고, 경찰들도 줄곧 남자를 쫓고 있었기에, 그는 태경을 때리며 분풀이 했다.사랑은 태경이 죽을까 봐 매일 그와 얘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심지어 동화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꼭 살아야 해.”이것은 사랑이 태경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었다.잠에서 깨어날 때, 마침 날이 밝았다. 사랑은 사실 납치 사건과 관련된 꿈을 꾼 지 오래였다. 어릴 적에 받은 상처는 심지어 그녀에게 후유증을 남겨 주었다.왼쪽 귀는 자극을 받았을 때, 윙윙거리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손가락은 철사에 베여 아물 수 없는 흉터를 남겼다.사랑은 간단히 세수를 하고 병원에 갔다. 남청연은 아직
사랑은 태연하게 돈을 받은 다음, 주방에 가서 저녁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담담한 척하며 태경에게 문자를 보냈다.[저녁에 밥 먹으러 돌아올 거예요?]결혼한 후에도 사랑은 태경과 동거를 하며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솥 안의 국은 이미 끓기 시작했다.오랜 기다림 끝에, 사랑은 냉담한 답장을 받았다.[아마도.]사랑은 식탁에 앉아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임산부는 감정이 예민해서, 설령 이미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오늘 밤 여전히 외로움을 느꼈다.그녀는 시계를 바라보았는데, 이미 밤이 되었다. 식탁 위의 음식도 다 식기 직전이었다.사랑은 다시 음식을 데웠고, 또 30분이 지났지만 시종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신중하게 문자를 여러 번 편집했다.[저녁을 준비했는데, 돌아올 거예요?]사랑은 눈을 드리우며 이 몇 글자를 쳐다보더니 또 무뚝뚝하게 편집한 문자를 삭제했다.집안의 가정부도 곧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사랑이 그녀에게 말했다.“이모님, 이 음식들 다 버려요.”윤미숙은 이 여주인을 무척 동정했다. 집안의 가정부까지 사랑의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네, 아가씨.”가정부의 월급도 태경이 지불했다.처음에 그들은 사랑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는데, 한 번은 태경이 이를 듣고, 불쾌해하지 않았지만, 그저 앞으로 그녀를 아가씨라 부르라고 했다.깍듯한 호칭인 동시에 거리감이 있었다....밤 10시가 되자, 사랑은 소파에 앉아 멍하니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안에 나오는 게스트를 잘 알고 있었다.얼마 전 이 여자 연예인과 태경이 함께 찍힌 사진이 기사로 떴다. 텔레비전에서 시크한 여신은 태경 앞에서 활짝 웃으며, 다정하게 그의 팔을 안고 한밤중에 호텔을 드나들었다.사랑은 태경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태경에게 고백할 수 있었지만, 유독 사랑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태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