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계속해서 말했다.“며칠 출장 간 사이에 당신이 이렇게 일 때문에 힘들어서 쓰러질 줄 알았다면 그냥 한연 그룹을 우리 회사에서 인수해 올 걸 그랬어. 당신은 집에서 애들을 돌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낫겠어.”강주환은 자신이 말한 방법이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실행하고 싶었다. 만약 한연 그룹을 인수해 온다면 자신의 여자가 더는 몸을 혹사하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이렇게 쓰러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여자가 한연 그룹 대표가 아니게 된다면 양준회와 만날 기회도 적어질 것이다. “그러기만 해봐요.”그녀는 나타났다 하면 자신을 화나게 하는 남자를 매섭게 쳐다보며 말했다.“왜 왔어요? 혹시 한연 그룹을 인수하기 위해서 온 거라면 그만 나가요.”윤성아의 냉랭한 태도에 놀란 강주환은 그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한 후로 이 여자가 이렇게 냉담한 태도로 자신을 대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한가지 가능성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당신, 혹시 마음이 변한 거야?”강주환은 냉수마찰을 한 것처럼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순식간에 두려움이 몰려왔다.“설마 당신 정말 양준회에게 마음이 생긴 거야? 그래서 그 자식이랑 같이 있기로 한 거야?”윤성아는 뾰족하게 노려보며 말했다.“당신은 제가 준회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주환은 윤성아가 양준회의 침대에서 잠을 자고 그 남자의 셔츠를 입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 그 일은 계속해서 강주환의 마음에 남아 있었고 언젠가 윤성아가 자신에게 해명해 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호진 그룹에 일이 터지고 급하게 영주시로 돌아가게 되면서 결국 그녀에게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이번에 회사에서 생긴 일은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일이라 어쩔 수 없이 출국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윤성아에게는 화난 마음이 남아 있어 그녀에게 전화 한 통 남기지 않고 떠났다. 해외에 있는 며칠 동안 그녀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당시의 자신을 회억하며 강주환은 말을 이었다.“그때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그는 그때 죽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윤성아를 쳐다보며 말했다.“그때쯤에 하성이가 내 곁에 오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나한테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었어. 그렇게 살아 있었기에 결국엔 네가 나한테 왔잖아.”윤성아는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이때, 그가 새까만 눈동자로 윤성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성아야, 그날 밤에는 왜 양준회의 옷을 입고 그 집 침대에서 잔 거야?”그는 여전히 그날 밤의 일에 마음이 쓰였다. 윤성아는 눈을 흘깃했지만, 자세하게 그날의 일에 관해 설명했다.“그날 야근하고 있는데 준회 씨가 찾아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어요.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저도 모르게 차에서 잠들었어요. 그걸 보고 준회 씨가 힘들어 보인다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거에요.”“옷은 그날 저녁 음식을 먹다가 옷에 튀었는데 그대로 재울 수가 없어서 옆집에 계시던 여성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더라고요. 옷은 그분이 입혀주신 거예요. 그날 준회 씨 셔츠를 입은 건 맞지만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이었어요.”상황설명을 끝내고 윤성아는 또 한 번 강주환을 째려보았다. “제가 말했잖아요. 준회 씨는 정직하고 바른, 신사 같은 사람이에요.”강주환은 양준회가 신사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았다. 확실한 건 강주환은 신사가 아니었다. 자신의 여자 앞에만 서면 그는 고집스럽고 소심한 사람이 되었다. 다른 남자들이 이 여자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강주환은 그저 남자친구에 불과했다. 그것도 아직은 제대로 허락받지 못한 절반 짜리 남자 친구였다. 그는 자신이 윤성아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잘 달래며 최대한 윤성아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래야 했다.“성아야, 양준회 사장이랑 거리를 두는 게 어때? 나...”강주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성아는 단칼에 거절했다. “안돼요. 강주환 씨, 다시 한
간호사는 병실에서 나와 간호사실로 돌아온 후 바로 동료들에게 얘기했다.“있잖아, 그 옆에 간이침대 하나 더 놓고 있는 그 환자분, 두 사람이 아주 서로 좋아 죽어.”“두 사람 너무 잘 어울려. 근데 잠깐!”어린 간호사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멈췄다.“그 여자 환자분, 얼마 전 기자회견을 한 한연 그룹 대표님인 것 같아. 그럼 그 잘생긴 남자는 아마도 그분 남자 친구인 호진 그룹 대표님이겠네!”간호사실은 온통 두 사람의 얘기로 떠들썩했다. 대화 내용은 대부분 두 사람에 대해 부러움과 동경이 담겨 있었다. 어린 간호사도 인터넷에 떠도는 양준회와 윤성아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그녀는 정의감에 불타서 그 밑에 댓글을 달았다. 「실례지만 기자님, 앞으로 기사를 쓰실 때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연 그룹 대표님은 이미 기자회견에서 영주시의 강 대표님과 애인 사이라고 밝힌 거로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너무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저의 병원에 두 사람이 같이 계십니다.」어린 간호사가 글을 단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기사는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일 분 후, 아까 그 기자가 공개적으로 호진 그룹 대표, 강주환과 한연 그룹 대표, 윤성아에게 사과를 했다. 자신의 기사가 사실과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두 사람에게 용서를 구했다.그리고 얼마 후 강주환의 SNS에 공개 글이 올라왔다. 그는 확실하고 간략하게 전 세계에 선언했다. 「윤성아는 제 여자입니다!」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두 사람이 깍지를 낀 사진이었다. 사진 속 가녀리고 하얀 여자의 손은 피아노를 쳐도 손색없을 정도로 길고 커다란 남자의 손과 대비되어 아름다운 한 쌍을 이뤘다. 이내 윤성아도 글을 올렸다. 사진은 강주환과 같았으나 글은 한 글자로 더욱 간결했다.「네.」두 사람의 행동은 공개 열애를 인정하거나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인터넷이 떠들썩했다.이틀 후, 두 사람은 나란히 퇴원 절차를 밟았다. 병원을 나서는 강주환의 얼굴에는 아이 같은
우양주를 쳐다보는 강하영의 눈동자에는 돈에 대한 갈망이 여실히 드러났다. “하.”우양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 중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술 서빙이나 하는 웨이터 주제에 감히 나를 그런 눈으로 보다니, 경멸하고 별 볼 일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강하영이 우양주는 못마땅했다. 그는 언제나 여자들에게 다정했고 너그러웠다. 이런 못생긴 여자한테는 더더욱 이런 시답잖은 일로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왜 그런지 괜히 이 여자를 보면 괴롭히고 싶어졌다.이상하게 당당하고 흔들림 없는 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싶었다. 강하영을 쳐다보던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웃을 듯 맬듯한 얼굴로 말했다.“와서 술이나 한잔 따라봐요. 혹시 내가 기분 좋으면 팁 몇 장 줄 수도 있잖아요.”강하영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좋아요.”할머니의 병원비와 수술비를 마련하려면 한 푼이 아쉬운 강하영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우양주와 그 옆에 앉아있는 여자들에게 술을 따랐다.우양주와 여자들은 계속하여 게임을 진행했고 이번에는 강하영이 따라준 술잔 밑에 여러 장의 지폐를 놓았다. 그는 모든 술잔 밑에 지폐를 놓고 여자들에게 말했다. “한잔 마실 때마다 그 밑에 놓인 지폐를 가질 수 있으니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는 게임이야.”말을 하며 우양주는 스치듯 강하영의 앞에서 눈길을 멈췄다 이내 돌렸다.룸안의 여자들은 이미 우양주와 게임을 하며 많이 마신 상태였다. 술을 마시며 돈도 꽤 챙긴 상태였지만 돈이라면 그들은 언제나 마다하지 않았다. 이때, 어떤 여자가 바로 앞으로 나와 술잔을 들고 입속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들뜬 목소리로 우양주에게 애교를 떠는 것도 잊지 않았다.“오빠, 고마워요.”다른 여자들도 하나둘 마시기 시작했고 지켜보는 우양주와 그의 친구들도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이곳에 모인 그의 친구들도 모두 우양주처럼 여자들과 노는 것에
그는 순식간에 떨어진 여자 때문에 제일 연약한 곳을 공격당했다. 게다가 처음에 여자를 안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반응이 온 터라 타격이 더욱 컸다. 우양주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잘생긴 얼굴은 통증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여자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당장 일어나지 못해!”강하영은 방금 자신이 앉았던 곳이 어딘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속으로는 남자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젠장, 변태 같은 자식!’이미 취한 상태였지만 의식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죄송합니다.”그녀는 다시 한번 사과하며 빠르게 일어났다. 우양주는 아까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까 봐 이번에는 강하영이 일어서자 바로 그녀를 밀어버렸다. 우양주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이번에도 아까처럼 강하영이 주저앉는다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양주의 무릎 위에서 일어서자마자 퍽하고 밀려난 강하영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테이블 탁자 모서리에 부딪힌 탓에 두 배로 통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손을 허우적대다가 남아있던 술을 모두 넘어뜨렸다. 강하영은 머리가 아픈 걸 느낄 새도 없이 넘어진 잔 밑에 있던 돈을 빠르게 챙겼다. 돈을 손에 꼭 쥐고 우양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당신이 저를 밀어서 잔이 전부 넘어졌으니 술은 제가 마신 거로 하죠.”그녀는 여전히 손에 있는 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누가 가져가면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였다. 강하영은 보기에도 이미 많이 취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려고 했고 심지어 정말 모든 술을 마실 기세였다.강하영은 빠르게 남아있는 몇 잔을 마시고 취해서 머리가 울렸다. “돈 필요해요?”우양주는 화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네, 필요해요.”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강하영을 보고 우양주는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 좋은 웃음이 아닌 냉소였다.“얼마나 필요해요?”강하영은 흐리멍덩한 눈동자로 우양주를 바라보다 손가
강하영의 실제 얼굴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 모든 사람이 숨죽이고 지켜보다 일제히 감탄이 터져 나왔다.“와, 너무 예쁘다.”강하영은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청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 좌우로 대칭되는 까만 눈썹과 가지런한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순흑빛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사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선명한 옆선과 작고 도톰한 입술은 한입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이렇게 예쁜 여자가 존재할 수 있나? 신이 잘 빚어놓은 도자기 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한번 보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얼어버렸고 예쁜 여자를 수없이 만났던 우양주조차 심장박동이 멈춘 듯 서 있었다.강하영은 술을 마셔 빨개진 얼굴로 자신 있게 우양주를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못생기지 않았다고 말했잖아요. 게다가 저 동정 맞아요. 깨끗해요.”이어서 강하영은 자신이 제일 관심 있던 물음을 물었다.“당신과 하룻밤을 보내기만 하면 6억을 가질 수 있는 거예요?”우양주는 흥미 있는 눈길로 강하영의 완벽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당신이 깨끗하다는 말을 믿으려면 검증을 해야죠.”강하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머리가 아파 왔고 거만한 귀족처럼 자리에 앉아있는 우양주의 모습이 두 개로 겹쳐 보였다. 그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보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됐어, 상관없지 뭐. 그녀는 구름 위에 떠 있는듯한 다리를 들어 비틀비틀 우양주에게로 걸어가 품에 안겼다.소예가 했던 모습을 따라 하며 작은 손을 우양주의 가슴에 대고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그리고는 술에 취한 눈길로 우양주를 바라보았다.“어떻게 검증하실 거예요?”술에 취했다고 하나 강하영은 지금 진심이었다. 그 돈만 있다면 할머니가 수술받을 수 있는데 못할 일이 어디 있을까. 그녀는 우양주의 옷깃을 잡고 가까이 다가가며 남자의 도톰한 입술을 앙 하고 깨물었다. 우양주는 자기도 모르게 목울대가 움직였다. 뜨거운 피가 몸 안에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이 형편없는 남자가 병원 주차장에서 자신을 치고도 고작 5만 원을 던져 주었는데 만약 이번에도 자신을 속이고 인정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룻밤을 보낸 후 6억을 주지 않으면 자신이 너무 손해가 아닌가.우양주는 웃었다. 명실상부 이 바닥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18살이 지나 성인이 된 후 우양주는 한 번도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났던가. 얼마나 많은 연예인과 모델들과 스캔들이 터졌던가. 수없이 술집을 드나들고 노는 것에 거리낌이 없이 살았다. 그런 행동들이 모여 30살이 된 지금 밖에서는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실은 대부분은 그저 여자들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었을 뿐이다. 사실 그는 여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까다로웠다. 언제나 모든 여자에게 다정하고 너그러웠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밤을 보내고 싶은 여자는 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였다. 오늘 밤 이곳에 있던 여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여자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침실로 들이고 싶은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눈앞에 있는 강하영은 그가 보아도 정말 예뻤다. 얼굴뿐만 아니라 그녀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분위기와 몸에서 나는 은은한 동백꽃 향은 그의 온 신경이 그녀에게 쏠리게 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피가 끌어 올랐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술이나 서빙하는 여자에 불과한데 어떻게 이런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혹시 너무 오래 여자를 들이지 않아 욕구불만이 쌓인 건 아닐까? 지금으로서는 그게 제일 정답에 가까웠다.우양주는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여유로운 시선으로 강하영을 보며 말했다.“여기에 6억이 있어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동정이 아니라면 난 다시 이 돈을 가져갈 거에요.”“동정 맞아요.”우양주는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이런 술집에서 일하고 돈을 이 정도로 밝히는 여자가 아직도 처음을 간직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우양주한테 그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나와서 우양주의
그녀는 이마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잠시 뒤척이다 다시 잠이 들었다.우양주는 베란다에서 돌아온 후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그제야 안에 있는 여자가 생각났다.욕실로 들어서자 볼품없게 엎어져서 자는 강하영이 보였다. 자면서도 이 여자는 가방을 품에 꼭 끼고 있었다.우양주는 샤워기 물을 잠그고 강하영을 안으려고 했지만 온몸이 젖은 강하영을 감히 안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몸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의 구토로 인해 시큼한 냄새까지 났다. 하지만 강하영을 이대로 욕실에서 재울 수는 없었다. 차가운 바닥에서 자게 뒀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이었다. 우양주는 할 수 없이 다시 한번 강하영의 옷을 벗기고 몸을 씻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저 여자가 보물처럼 끌어안고 있는 가방부터 치워야 했다 우양주가 살살 힘을 주며 겨우 가방 절반을 꺼냈을 때 강하영이 잠에서 깨 뒤척이며 가방을 쏙하고 다시 품 안에 가뒀다. 우양주는 다시 한번 가방을 꺼내려 했고 몇 번의 시도 후 강하영이 드디어 눈을 떴다. 강하영은 눈 뜨자마자 눈앞에 샤워 가운만 입은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자신의 가방을 가져가려고 하는 장면을 보았다. “뭐 하시는 거예요?”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강하영은 우양주가 몹쓸 짓을 한다고 생각하여 손을 들어 우양주의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 우양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피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강하영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당신 가방에 있는 거, 제 돈이에요.”“그게 왜 당신 돈이에요?”우양주는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강하영은 우양주의 말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왜 그녀의 가방에 우양주의 돈이 있는 건지, 왜 그녀가 이런 곳에 있는 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술 마시기 전 기억을 더듬어 보던 강하영은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녀는 품 안에 있는 가방을 더욱 꽉 끌어안으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