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커다란 손이 강주혜의 머리 위에 얹어졌다. 그리고 마치 어렸을 때처럼 동생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어줬다.“바보야, 이게 어찌 보면 더 좋은 일일 수도 있어.”“여태껏 난 호진 그룹에 발이 묶인 채 회사만을 위해 달려왔어. 근데 오늘 호진 그룹의 모든 주식을 내놓았으니, 더 이상 그리 힘들지 않을 거야.”“그럼 나는 더욱 여유롭게 운성시에 가서 성아를 만날 수 있겠지, 하루빨리 내 곁에 둬야겠어!”윤성아는 모든 면에서 매우 뛰어났다. 마치 모래에 파묻힌 보석과도 같았는데, 이제 마침 모래가 걷어져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멀리에 있는 F 국의 원이림, 그리고 오늘날 양준회와 에릭까지.안진강은 자신의 딸인 윤성아와 맞선을 볼 괜찮은 인물들을 물색하고 있었다.때문에 강주환은 더 위기감이 들었다.호진 그룹에서 빠져나오니 몸은 홀가분했다! 마침 사랑하는 여자 곁으로 갈 수 있고, 또 윤성아 곁을 노리고 있는 날파리들도 이 기회에 쫓아버릴 수 있다!강주혜는 그런 오빠가 걱정되었다. “그래도...”아무리 강주환이 성아 언니를 찾으러 간다고 해도 호진 그룹의 주식을 남에게 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호진 그룹에 몸 바쳐 일해왔던 모습과 어머니의 핍박이 문득 떠올랐다.“됐어. 이제 필요 없으니까.”“돈은 그냥 소모품일 뿐이야. 오빠가 행복하면 됐어. 난 그냥 오빠랑 성아 언니 사이에 좋은 결과가 있기만을 바랄게!”강주환이 그녀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강주혜는 조금 잘난체하는 면이 있지만, 개념만은 올바른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남매 사이가 좋았고 종래로 그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강주환은 그래도 주식을 전부 내놓았다.그는 손에 있던 40% 주식을 반으로 나눴다. 그중 20%는 송아름에게 줬고, 나머지 20%는 강주혜에게 줬다.이렇게 되면, 강주혜가 호진 그룹 주식의 30% 소유주가 되는 것이다!송아름의 눈살이 갑자기 찌푸러졌다.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 소식은 강주혜
그는 이런 걸 제일 싫어했다!비록 지금은 호진 그룹의 대표가 아니지만, 이 나이를 먹고 이렇게 유치하고 멍청한 행동을 하라고?하지만!강주환의 블랙 마이바흐가 결국에는 한연 그룹의 1층에 나타났다. 그는 인터넷에서 봤던 것처럼 트렁크에 꽃을 가득 채우는 행위까지는 따라 하지 않았다.어차피 강주환은 시크, 그 자체이니까!그리고 블랙 정장까지 아래위로 맞춰 입었다. 큰 키에 브라운 색깔의 구두까지 신으니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오 마이 갓, 너무 잘생겼어!”“대박...”“저기 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감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지나가던 여자들도 걸음을 멈추고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결코 그녀들의 눈이 낮은 게 아니다. 강주환은 원래부터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었다! 준수한 용모에, 입체적이고 뚜렷한 이목구비, 어느 것 하나가 정교하지 않은 곳이 없다.까맣고 짙은 눈썹, 나비 날개처럼 긴 속눈썹, 심지어 여자보다 더 길어 보였다.소용돌이처럼 빨려들 것 같은 검고 깊은 눈동자.오뚝한 콧날.얇고 차가워 보이는 입술.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완벽한 몸매에 귀티가 흐르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저마다 비명을 지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커다란 장미 다발이 들려져 있었다.길쭉한 몸을 마이바흐에 살짝 기댄 채, 고개를 들어 눈앞에 우뚝 솟은 빌딩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과연 누구를 만나러 왔을까?”“설마! 좋아하는 여자가, 혹은 여자친구가 이 회사의 사람인가? 누굴까?”여자들의 재잘재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잠깐 사이에, 강주환의 주위는 이미 눈에서 하트뿜뿜인 소녀들로 가득했다. 한연 그룹 36층, 대표 사무실.윤성아는 창문으로 1층 로비에 갑자기 사람들이 와글와글한 모습을 발견했다.시간대가 마침 퇴근시간이긴 했다.원래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을 시간대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한연 그룹의 문 어구라, 윤성아는 갑자기 무슨 일이 일
윤성아는 자신을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강주환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강주환 씨는 제 남자친구일 뿐이에요. 저를 기쁘게 하고 필요한 건 해소해 주는 그런 사람이라고요. 아닌가요?”“저도 집이 있는데 당연히 집에 가야죠!”강주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예전의 일로 지금 복수하고 있는 윤성아를 빤히 보며 물었다. “안 가면 안 돼?”“예전에 한 번도 날 붙잡은 적이 없었잖아...”강주환은 원래 윤성아가 예전에 그를 붙잡았으면 분명 그녀와 함께 밤을 보냈을 거라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아직 반밖에 말하지 않았는데 윤성아는 차갑게 거절했다. “안돼요!”윤성아는 여기서 나가려다가, 갑자기 가방에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원래 금수저인 그녀는 이와 어울리게 행동도 시원시원했다. 그녀는 그 카드를 강주환에게 넘겼다. “받아요!”“안에 2억 정도 있을 거에요. 모자라면 다시 말해요.”강주환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빠르게 그는 미소를 지었다. 블랙홀 같은 두 눈이 반짝이더니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 “2억씩이나, 보아하니 내가 아주 마음에 드나 봐?”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커다란 손으로 윤성아의 손을 어루만지더니 다시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언제쯤 남자친구라는 딱지를 떼어줄 건데?”윤성아가 대답했다. “아직이에요.”남편이 되고 싶다고? 어림도 없지. “그래.”강주환은 동의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이긴 하지.”말을 마치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강주환 씨, 그만해요.”“싫어.”남자의 목소리는 조금 잠겼지만, 그것마저도 쓸데없이 듣기 좋아 사람을 매혹시켰다. “지금 너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잖아.”“잘 보여야 그에 맞는 보상도 받지.”“내가 원하는 진짜 보상 말이야!”윤성아가 방금 단정하게 입었던 옷이 다시 벗겨졌다...밤이 깊어졌다. 강주환은 즐겁게 하던 걸 마저 했다. 그의 입술은 점점 아래쪽으로 향했다. 턱을 지나 목...그의 입맞춤은 매우 경건하
강주환은 호언장담했다. “제 능력이라면, 호진 그룹보다 더 큰 기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하지만...”강주환은 비록 호진 그룹의 모든 주식을 내놓은 상태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자산과 쌓아놓은 인맥 등은 다시 새로운 상업 제국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었고 이것 또한 그의 실력이다. 하지만 강주환이 이번에 이렇게 온 목적은 결코 자랑하러 온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 당장 상업 제국을 건설할 생각도 없다!호진 그룹을 넘겨주고 얻은 여유와 시간을 모두 윤성아와의 혼인에 쓸 예정이다! 동시에 불필요한 똥파리들은 처리하면서.그중 제일 중요한 단계가 바로 장인어른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하여 강주환은 다시 말을 이었다. “하물며 제가 호진 그룹을 전부 포기한 원인이 바로 성아랑 함께 하고 싶어서입니다. 이건 저의 진심입니다!”“제 마음속에는 성아가 호진 그룹보다 더 중요하니까요!”강주환의 근엄한 눈동자에서 빛이 났다.그리고 다시 안진강에게 말했다. “호진 그룹은 이제 저와 무관합니다! 우리 어머니 쪽에서도 더 이상 저와 성아가 함께 있는 것을 반대할 이유도 없어졌고요!"안진강은 말할 것도 없이 강주환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객관적으로, 안진강은 어쩔 수 없이 강주환이 모든 방면에서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때 그가 정말 좋아했던 사위 후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강주환은 두 아이의 친아버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안진강도 윤성아가 아직 강주환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진강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아버지로서, 자신의 딸이 강주환에게 그렇게까지 괴롭힘을 당했던 모습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또다시 그를 따라가서 고생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필경 고은희의 반대도 심했다.안진강은 윤성아가 그런 집안에 들어가서 악덕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강주환이 윤성아를 위해 호진 그룹까지 포기한 행위는 안진강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아직 모자라다. 누구 때문에 자신의 딸이
안진강은 경멸의 눈빛으로 강주환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우리 손자랑 손녀를 안전하게 데려다줘.”윤지안은 할아버지의 품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강주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아저씨, 가요.”강주환이 대답했다. “그래.”그는 몸을 숙여 윤지안을 안아 올렸다. 온전히 그들의 도구로 쓰이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강하성도 아무 말 없이 뒤따랐다. “우리 아기, 아까 나보고 아빠라고 하지 않았어?”윤지안의 눈이 순간 동그래지더니 물었다. “제가요?”그러고는 길게 말소리를 늘리더니 무언가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아... 아저씨를 아빠라 한 게 아니라, 오빠의 아빠라고 부른 거였어요.”강주환은 매우 실망했다. 하지만 금방 미소를 지었는데 마치 아기돼지 삼 형제에서 나오는 음흉한 늑대와 같았다. “지안아, 아저씨가 좋아?”“아저씨가 그냥 지안이 아빠 할까?”윤지안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빠는 따로 있었다. 그것도 돌아가신지 한참 된 그 아빠!그리고 큰 눈을 도로록 굴리며 강주환에게 말했다. “아저씨, 지안이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 번호표 뽑아야 돼요.”“하지만...”윤지안이 활짝 웃었다. 어렸을 적부터 반짝이고 이쁜 것만 좋아했다. 한마디로 얼빠! 더구나 눈앞의 이 눈부시게 잘생긴 아저씨는 자신의 친아빠다.때문에 당연히 특권이 있다!윤지안이 말했다. “만약 아저씨가 제게 잘 보이면 새치기해 드릴 수도 있어요.”강주환은 그런 윤지안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강주환은 흐뭇하게 윤지안을 보면서 말했다. “아저씨가 잘할게!”“그래서 말인데, 이 아저씨에게 1등 아빠 자리를 주면 안 될까?”윤지안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주환은 이렇게 귀여운 아기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말랑말랑한 목소리로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면 분명 기뻐서 하늘로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강주환은 두 애들을 데려다줬다가, 네시쯤에 다시 데려왔다. 그리고 윤성아가 거의 퇴근할 때쯤, 다시
사실 윤성아도 마음이 아팠다.하지만...이때, 서연우가 안진강을 보며 말했다.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어찌 되었든 아기들 아빠인데.”“저런 사람이, 언제 이런 일을 해봤겠어요?”안진강이 코웃음을 쳤다.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하라는 거야!”“예전에 호진 그룹의 대표로 있을 때는 기세가 하늘을 찔러 우리 딸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겨우 요 만한 일을 시켰는데 너무하다고?”“게다가, 내쫓았는데도 자기가 결코 안씨 가문에 남겠다고 했잖아! 본인이 안씨 집안의 도우미로 남겠다고 했다고!”안진강이 서연우를 보며 물었다. “도우미가 일을 안 하면 되겠어?”서연우는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빠르게, 안진강은 강주환더러 꽃에 물주는 일을 시켰던 것을 후회했다.안진강이 꽃을 무척 좋아했다.그래서 정원에 진귀한 화초들이 가득했다. 그중에, 그가 오랜 시간을 들여 친구에게 부탁해서 찾아냈던 종자도 심어져있다. 그리고 특별히 어떤 꽃들은 물이 닿으면 안 된다.이 내막을 알 리가 없는 강주환은 모든 꽃들에게 골고루 물을 많이 주었다. 안진강은 가슴이 아파 참을 수 없는 탄성을 자아냈다. “내 꽃...”그는 여전히 열심히 물을 주고 있는 강주환을 보며 문복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하던 일 멈추고, 수영장 청소하러 가라고 해!”강주환은 이번에는 수영장 청소하러 갔다. 이때, 윤지안이 말했다. “제가 도와줄 거예요!”말을 마치고, 재빨리 뛰어갔다.강하성도 두 말 않고 뒤따라가더니 그를 도왔다. 윤성아는 조금 뻘쭘해하고 있는 안진강을 보더니 긴말하지 않았다. “저는 애들 봐주러 가야겠어요.”말을 마치고, 바로 두 아기들의 뒤를 쫓아갔다. 윤성아가 두 애들과 함께 수영장에 왔다.강주환의 옷은 방금 꽃에 물을 주다가 전부 젖어버려서 위에 양복을 벗었다. 하지만 안에 하얀색 셔츠도 젖어서 몸에 달라붙었다.그의 탄탄하고 근육질 몸매가 더욱 드러났다.어깨는 넓고 골반은 좁았는데, 식스팩이 젖은 셔츠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비쳤다.머리도 이미
그는 눈을 감고 숫자를 셌다. 어렵게 12시까지 버티다가, 문복의 코 고는 소리에 냉큼 몸을 일으켜 조용히 빠져나가려고 했다.침대에서 내려와, 문 앞까지 가서 손잡이를 잡았다.이때, 방금까지 코를 고는 소리가 우레와 같던 문복이 갑자기 방안의 불을 켜더니, 비몽사몽한 상태로 강주환을 보며 물었다.“강주환 씨, 어디 가요?”강주환이 답했다. “화장실에요.”“아, 네.”문복은 대답 후, 다시 그에게 물었다. “혹시 같이 가드릴까요?”강주환은 이를 악물며 답했다. “됐어요!”그는 진짜 화장실로 갔고, 담배 한 대를 태운 뒤, 다시 이 불편한 싱글 침대로 돌아와 문복의 코 고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이튿날.강주환은 어김없이 윤성아를 한연 그룹까지 데려다줬다.차가 안씨 집안의 별장에서 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강주환의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는 진짜 내가 얼마나 거지 같은 침대에서 잤는지, 상상도 못할걸?”“지금 허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아, 돌아누우면 바로 땅에 떨어지는 정도라고.”“문제는 아예 잘 수가 없다는 거야!”침대가 작은 것도 있지만, 문복의 천둥 같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아예 잘 수가 없었다.제일 중요한 건, 곁에 윤성아가 없다는 것이다!“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윤성아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환 씨도 알잖아요, 이건 아빠가 주환 씨를 테스트 중이라는걸!”강주환은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옛말에 염라대왕께 미움을 사더라도 집안 어르신께는 미움을 사지는 말라고 했구나.이건 그의 피눈물 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강주환은 며칠 밤 동안 문복에게 단단히 묶여, 윤성아의 방으로 도망치지 못했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올 기세였다!어느 날.윤지안이 물었다. “아저씨, 왜 얼굴이 피곤해 보여요?”강하성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냉랭한 얼굴로 강주환을 보며 물었다. “아빠, 혹시 잘 못 잤어요?”강주환이 냉큼 대답했다. “맞아!”그는 두 애들을 보며
안진강은 믿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고 해도,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두 사람 지금 상태를 한번 봐봐.”“그리고 내가 몇 번이고 네 목에 붉은 자국이 생기는 걸 봤는데, 설마 그게 모기한테 물린 걸까?”윤성아의 얼굴이 빨개졌다.안진강은 금세 엄숙한 얼굴로 윤성아에게 말했다. “잘 들어, 그 자식을 잘 대해주면 안 돼.”“예전에 그 자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는데?”“흥! 이제 와서 우리 집에 기어들어와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삼장법사도 불경을 구하러 가면서 81개의 난관을 극복했다는데.”“이 나쁜 자식, 걸리기만 해, 그때는 내 딸이랑 결혼이고 뭐고 당장 이 집에서 내쫓아 버릴 거니깐!”안진강은 윤성아에게도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윤성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버지.”그리고 안진강의 앞에서 다시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의 말씀대로, 그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윤성아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안진강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CCTV에도 그 자식의 얼굴은 없는데?”안진강은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기계에는 문제가 없었다!“설마, 진짜로 그 자식이 지금까지 얌전히 방에만 있고, 성아 방에 뛰어들지 않았다고?”안진강은 계속 중얼거렸다.근데 왜 이리 안 믿기지!하여 그날 밤, 안진강은 가만히 관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가만히 몸을 숙이고 앉아 있다가, 두 눈으로 직접 강주환이 강하성의 방에서 나와 슬그머니 윤성아의 방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안진강이 핸드폰으로 CCTV 화면을 다시 봤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안 찍힌 채 고요했다.강주환이 윤성아의 방에 들어가서야, 안진강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강하성의 방앞에 가서 카메라에 대로 손을 휘휘 흔들어 보고 다시 핸드폰으로 화면을 봤다...“허!”안진강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분명 카메라 아래에 사람이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