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강과 서연우의 마음에 쏙 든 윤성아의 맞선 상대는 놀랍게도 양준회였다!“성아야, 준회 어릴 적부터 봐 온 사람으로서, 정말 괜찮은 친구야. 여러모로 너와 어울리기도 하고. 하지만 와이프가 운이 나빠 일찍 사별했으니 참... 전에 네 언니가 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니, 너도 본 적이 있을 거야.”윤성아는 부모님의 부추김에 못 이겨 양준회와의 맞선 자리에 나갔다.운성 시의 어느 레스토랑 창가 자리.윤성아는 온몸에 명품을 두른 맞은편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준회 씨, 죄송해요. 전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이 자리에 나온 건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예요.”윤성아는 단호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양준회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버님한테서 이미 성아 씨와 강 대표님의 사정을 들었어요.”윤성아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입꼬리를 끌어올려 방긋 웃었다.“아빠가 주환 씨 많이 욕했죠?”“그렇죠.”두 사람의 만남은 생각보다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갔다.식사가 끝날 무렵, 양준회가 윤성아에게 넌지시 물었다.“저와 잘 안되면, 아버님께선 다른 맞선 자리를 마련하시겠죠?”“...”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양준회와의 식사 자리에 가기 전, 안진강은 윤성아에게 당부했었다.“성아야, 부담 갖지 말고 평범한 식사 자리라고 생각해. 준회 너무 괜찮은 친구지만, 네 마음에 드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과 또 맞선 보면 되지! 운성 시의 미혼남들은 아빠가 다 알아봐 놨어.”윤성아가 필요하다면, 안진강은 다른 남자들의 프로필을 한 트럭 가져와 그녀더러 고르게 할 수도 있었다.양준회가 제안했다.“그러니 차라리 아버님에게는 제가 마음에 든다고 하세요. 그럼 다른 맞선 자리를 피할 수 있잖아요.”“하지만...”“전에 언니분을 도와서 연기해 드린 적도 있는데, 성아 씨 도와드리는 것도 큰 문제는 없어요. 저도 적당한 아내를 찾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제 딸이 계속 졸라요, 빨리 재혼해 엄마 만들어달
윤성아는 화제를 바꾸고 강주환과 계속 통화를 이어갔다.통화가 끝나자 강주환은 샤워하러 갔다.샤워를 마치고 난 강주환은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윤성아가 다른 남자랑 소개팅하고 있음.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 같던데 더 구체적인 내용은 메일로 보냈으니 확인 바람.」강주환은 바로 수신함에 익명으로 된 메일이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윤성아랑 양준회 사진들로 가득했고 음성파일도 있었다.강주환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정리된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다.자기 여자가 양준회랑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웃고 산책하고 또 몇 번 만났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그리고 둘은 서로의 집에도 놀러 갔었다.이 모든 사진의 공통점은 사진 속 윤성아의 밝은 웃음이었다.둘은 실제 커플인 것처럼 어울려 보였다.이뿐만이 아니라 윤성아는 양준회 딸이랑 한 가족처럼 장난치는 사진도 있었다.강주환은 문뜩 강하성이 어느 날 양준회한테 전화를 걸었던 일이 생각났다.‘하성이는 다 알고 있었구나. 양준회가 윤성아랑 소개팅하고 있는 것도 알고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은 줄도 알고 그래서 전화를 걸 수 있었구나.’‘아! 그때 바빠서 자기랑 엄마를 버릴 거냐고 투정 부린 것도 이것 때문이구나! 엄마가 다른 남자랑 떠나면 어쩌냐고 말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강주환은 질투심에 화가 치솟아 올랐다.그러고는 음성 파일을 클릭했다.윤성아의 목소리였다.“아름 씨, 실망하시겠네요.”송아름이 대답했다.“성아 씨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죠?”“주환이는 부족한 것 없이 태어나서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고 신경 쓸 것 없이 살아왔어요.”“이 모든 걸 잃게 된다면 하늘이 무너진 듯하겠죠. 그걸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요? 이건 주환이를 지옥으로 몰고 가는 길이예요!”윤성아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나랑 뭔 상관인데요?”“강주환은 나 아니면 누구랑도 결혼 안 한다고 했어요! 나를 위해 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고요!”강주환은 등골이 서늘했다.가슴이 찢어질
윤성아는 한 번도 강주환에게 복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강주환이 이렇게 말하자 이 또한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송유미랑 약혼한다고 했을 때 윤성아는 강주환과의 모든 인연을 끊으려고 했었으나 강주환의 생각은 달랐다.강주환은 고은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랑 결혼해서 가정의 화목도 지키고 애인도 잃지 않게 되어서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송유미와 안효주는 윤성아를 궁지로 몰아넣고 온갖 시련을 겪게 했다.윤성아가 유산한 아이도 그해 눈밭에서 출산하다가 죽을 뻔한 일도 그리고 안효주에게 아이를 뺏긴 일도 이 모든 불행은 모두 강주환 때문이었다.윤성아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용서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강주환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가 없었고 아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또 자기 자신을 위하여 강주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윤성아는 겉으로 용서한 척하면서 강주환과 같이 있었지만 마음속에 담아둔 그 한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그래서......“왜 저는 그러면 안 되죠?”윤성아는 강주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때 대표님은 결혼도 하고 저랑도 계속 만나려 했던 거 아니에요?”“대표님만 그럴 수 있고 제가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그때 제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요?”침묵이 흘렀다.“......”강주환은 윤성아의 어깨를 더 꽉 잡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대꾸질하는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 느낌 나도 이젠 알았어. 알았다고!”“네가 다른 남자랑 소개팅하고 또 약혼 그리고 결혼까지 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질투 나서 미칠 것 같단 말이야!”“넌 모르지. 내가 얼마나 그놈 죽이고 싶은지.”윤성아는 강주환이 손힘에 어깨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이거 놔요. 아파!”강주환은 손에 힘을 풀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때 내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 알겠어.”“그러니깐 다른 남자랑 소개팅하지 마. 응?”윤성아가 고개를 끄덕이려 하는 찰나였다.그런데.....
강주환은 주주총회에서 그룹 비전과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설립안을 제출했다.소주주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대 의견도 없었다.그들은 몇 해 동안 강주환의 능력을 믿고 따라 많은 돈을 벌었다. 앞으로도 계속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강주환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지지할 분위기였다.주주총회가 끝날 무렵 강태오가 입을 열었다.“내가 호진 그룹 주주로 다시 돌아왔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기엔 민망한데.”“주환아, 이번 기회에 부사장 자리 하나 만들어줘.”강주환은 바로 거절하고 강태오를 보면서 말했다.“둘째 삼촌, 삼촌 나이도 이젠 걱정하셔야죠. 회사 경영에 참여하시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드실 것 같은데.”“이젠 호진 그룹 주주가 되셨잖아요.”“제가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이 주식들을 가지고 집에서 쉬면서 배당금이나 받고 노후생활을 즐겼으면 좋겠어요!”강태오는 강주환을 무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나도 이젠 나이가 있으니 회사 일에서 손 떼는 게 맞는다고 봐.”“하지만 주환아, 네 사촌 누나는 아직 젊잖아!”“걔가 아직도 백수야.”“같은 피가 흐르는 한집 식구인데 일자리 하나 정도는 우리 주환이가 마련해 줄 거로 생각하는데 안 그래?”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마지못해 호진 그룹에서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했다.주주총회가 끝나고 강주환은 사무실로 돌아왔다.“똑똑똑.”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강주환의 말과 함께 송아름은 문을 열고 걸어 들어왔다.송아름은 머리를 숙이고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낮을 목소리로 말했다.“주환 씨, 죄송해요.”“제가 그만 주식을 강태오에게 넘겼어요.”“주식을 넘기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삼십 년 전의 그 일을 밝히겠다고 강태오가 저를 협박했어요.”송아름은 고개를 들고 강주환을 바라봤다.송아름의 눈은 강주환을 향한 애정과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저는 그 20퍼센트 주식을 넘겨도 괜찮아요.”“강태오가 주환 씨를 해치지 않으면 저는 다 포기할 수 있어요.”
고은희가 아무리 뭐라고 말해도 강주환은 받아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은희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말도 했고, 울어도 봤고, 화도 내봤고 심지어 죽음으로 협박까지 했지만 강주환은 귓등으로 듣고 있었다.“내가 봤을 땐 너는 양심도 없는 애야!”“주환아, 아무리 내가 네 친 엄마가 아니라고 해도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웠잖아. 안 그래?”“엄마는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너를 키웠다고 생각해. 심지어 네가 소유할 수 없는 것까지 너한테 다 주려고 했잖아......”“아름이가 이렇게 진심으로 너를 대하는 좋은 아이인데 말이야!”“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아름이를 데리고 가야지!”하지만 강주환은 여전히 거절했다. 참을 만큼 참은 고은희도 드디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주환과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큰 소리로 화를 냈다.“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너 같은 아들 둔 적 없으니깐 꺼져. 강 씨 가문에 이렇게 양심이 없고 이기적인 사람을 둔 적이 없으니깐 꺼지라고!”고은희는 마지막으로 당부하였다.“지금 네 손에 있는 강 씨 가문과 관련되는 모든 걸 아름이한테 넘겨. 앞으로 우린 남남이야!”“안 돼요!”강주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송아름이 막아 나섰다.“은희 아줌마, 아무리 화가 나신다고 해도 이런 장난까지 치면 안 되죠”“은희 아줌마가 주환이를 얼마나 아끼는 걸 제가 아는데.”“주환 씨는 영원히 아줌마 아들이고 저도 아무것도 가질 생각이 없어요!”이날 고은희는 화를 내다 결국 쓰러졌다.강주환과 송아름은 고은희를 병원으로 옮겼다.강주혜도 빠른 걸음에 달려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걱정스럽게 물었다.“오빠, 의사 선생님이 뭐래? 엄마 괜찮아?”“응.”강주환은 짧게 대답했다.송아름은 강주혜 쪽으로 걸어와 위로했다.“은희 아줌마가 화를 내면서 혈압이 갑자기 높아진 탓에 쓰러진 거야.”“걱정하지 마! 주혜야.”강주혜는 송아름을 무시하고 강주환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와 물었다.“오빠, 혹시 엄마가 또 송아름이랑 결혼하라고 잔
고은희는 강주혜의 상처를 세심하게 소독하고 화상연고를 발라줬다.하지만 뺨을 맞은 송아름은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송아름은 혼자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화장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모두 쓸어버렸다.송아름은 화를 내며 말했다.“다 뒤졌어!”‘강주혜, 두고 봐!’어릴 적에 고은희가 오윤미랑 딸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힘든 일들을 겪을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 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고은희가 원망스러웠다. 송아름은 돈과 강주혜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느껴졌다.송아름은 치솟는 분노로 손톱에 찔릴 만큼 주먹을 꽉 쥐다가 그만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강태오에게서 전화가 왔다.“우리 사랑스러운 조카 아름아! 내가 약속했었지? 윤성아를 처리해 주겠다고.”“지금이 제일 좋은 때인 것 같구나!”송아름은 독기를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식을 가졌으면 할 일을 해야죠! 어떻게 하실 계획인데요?”강태오는 웃더니 만나서 말하자고 했다.“이렇게 큰일인데 한 치의 오차도 용납 못하지! 더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고.”“아름아, 더 구체적인 건 만나서 말하자.”송아름이 대답했다.“알겠어요.”송아름은 강주혜 집에서 떠나 강태오가 말한 호텔로 왔다.송아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강태오 같은 변태가 호텔 방으로 부른 건 위험한 신호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에는 강태오의 방문을 두드렸다.‘짐승 같은 새끼!’강태오와 송아름은 일주일 후에 열리게 될 운봉 비즈니스 정상회담에서 실행할 계획들에 관해 토론했다.그러다가 강태오는 송아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송아름은 거절할 듯 말 듯했다.신난 강태오는 송아름을 덮치면서 칼자국이 선명한 부담스러운 얼굴을 들이밀려 말했다.“그렇지. 아름아!”“네가 내 말만 듣는다면 난 네 모든 것을 이뤄줄 거야! 윤성아를 처리해 줄 뿐만 아니라 강주환도 얻게 해 줄게!”“그리고 내 목숨이랑 호진 그룹 주식을 너에게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송아름은 웃음을 참는듯하면서 맑은 눈으로 강태오를 쳐다봤다.“정말이에
윤성아는 양준회와 에릭과 함께 서서 대화 중이었다. 강주환은 온몸으로 한기를 내뿜으며 걸어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한 손으로 윤성아의 손목을 잡아당겨 데리고 떠났다. “주환 씨, 미쳤어요? 여기는 남자 화장실이에요. 여기는 왜 데려온 거예요?”화장실로 윤성아를 끌고 간 강주환은 어두워진 얼굴로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장실 제일 안쪽 칸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좁은 공간에서 남자는 커다란 몸집으로 가로막으며 어두운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눈에는 원망이 가득 담겨있었다.“일주일이야!”“?”“이 여자야! 당신은 정말 나한테 마음이 있긴 한 거야? 내가 저번에 운성에서 떠날 때 화난 거 정말 몰랐어?”“알고 있어요.”강주환의 눈동자에 원망이 한층 더 담겨있었다. “알고 있으면서 나를 달랠 생각은 안 해봤어?”“왜 달래야 하죠?”윤성아는 빛나는 눈동자로 강주환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강 대표님이 제 내연남인가요?”“나는 당신의 남자야!”“그래요? 제 기억에 저는 강 대표님한테 기회를 드린다고 했어요. 그게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잖아요?”눈앞에 있는 여자를 차라리 집어삼키고 싶은 심정의 강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었다. “그래서 정말 양준회랑 붙어있으려는 거야? 그리고 그 XC 그룹의 에릭이라는 사람, 내가 지금까지 묻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랑 당신, 도대체 무슨 사이지?”연회장에서 윤성아에 대한 안 좋은 소리가 작지 않게 들려온 것을 강주환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윤성아도 들었을 것이다. 그런 소리는 누구라도 듣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윤성아가 남들 입에 그렇게 오르내리는 것은 모두 그녀가 전에 강주환의 내연녀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때요? 당신이 보기에 나랑 에릭은 무슨 사이 같은데요?”윤성아는 대답은커녕 오히려 반문했고 강주환의 커다란 몸은 더욱더 숙여왔다. 완전히 윤성아를 감싼 상태인 강주환은 주위가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를 뿜으며 압도적
꼿꼿하게 선 윤성아는 원래 대담하게 여기서 컨실러로 보기 싫은 자국들을 가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공공장소였고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손 씻으러 드나들었다. 게다가 그녀의 가슴에도 자국이 있었기에 급히 자리를 떠난 윤성아는 연회장 2층에 비어있는 휴식실에 가서 화장을 수정했다. 속으로는 조용하게 몹쓸 남자를 욕하며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그 남자를 알은체도 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털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리라 다짐했다. 이때, 일찌감치 자리를 떠나 연회장으로 돌아온 강주환 앞으로 양준회가 한 손에 술잔을 들고 걸어왔다.“강 대표님.”“무슨 일입니까?”냉랭한 얼굴로 물어보는 강주환을 보고 양준회는 웃었다. 양준회는 진중하고 성숙한 군자의 면모가 보였다. 부드러운 신사 같은 양준회는 차가운 강주환과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같이 한잔하실래요?”“저희가 그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요.”강주환의 비꼬는 소리에도 양준회는 화를 내지 않고 여전히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가 여려 있었다.“강 대표님이랑 저, 확실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성아의 맞선 상대고 안 대표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죠. 곧 자주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강 대표님.”눈살을 찌푸리는 강주환을 보고 양준회는 웃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그럼 지금 한잔 같이하실 수 있을까요?”“그러죠.”이를 악물고 마지못해 대답한 강주환은 지나가는 웨이터의 손에서 술잔을 받아들고 양준회를 보고 말했다.“양 사장님은 어디에서 마시고 싶으세요?”연회장 안은 사람도 많고 복잡했고 밖으로 나가서 마시자는 양준회의 제안에 강주환도 동의했다. 두 사람은 연회장을 빠르게 나와 밖의 수영장에 있는 벤치로 왔다. 까맣게 어둠이 내렸고 수영장 옆에 있는 잔디밭에는 어둠을 밝혀줄 화려한 전등들이 켜져 있어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당연히 두 남자는 그런 분위기 따위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두 사람은 벤치 앞에 도착해서 걸음을 멈췄고 양준회가 부드럽게 웃으며 강주환에게 말했다.“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