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천우혁을 인계받고 경찰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십여 명이 나타나서 경찰을 때리고는 천우혁을 데리고 선착장을 떠났다....강주환이 운성시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은 새벽 4, 5시쯤이었다. 그는 운성시에 구입한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바로 지사로 가서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이 되어서 안씨 가문에 찾아왔다.안진강은 강주환이 왔다는 말을 듣고는 곧바로 명령했다.“들어오지 못하게 해! 나가서 전해. 우리 안씨 가문은 귀한 손님을 환영하지 않으니까 당장 가라고 해!”강주환은 안씨 가문 별장 바로 앞에서 제지당했다. 그는 들어갈 수 없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강제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안진강과 서연우가 워낙에 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들의 딸을 데려가려면 신중해야 했다. 강주환은 하는 수 없이 윤성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때 윤성아와 나엽, 원이림 등을 포함한 안씨 가문 식구들은 모두 거실에서 강하성과 윤지안의 재롱잔치를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윤성아는 안진강이 하인들에게 강주환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다 들었다. 심지어 안진강은 일부러 윤성아를 보며 물었다.“성아야, 강주환 저 자식이 예전에 너를 그렇게 괴롭혔는데 아빠가 지금 이 정도 하는데 불만 없지?”“없어요.”“그래.”안진강은 만족해하며 멀리서 놀고 있는 윤지안과 강하성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강하성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강주환 그놈 예전에 거만하게 내 딸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잘 됐다. 이제 와서 잘못했다고 하면 뭐. 봐줄 줄 알고? 늦었어. 우리 안씨 가문의 사위가 되겠다고,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윤성아가 강주환이 전에 한 짓에 대해서 더 이상 따지지 말라고 해서 안진강은 참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의 딸을 내연녀로 몰아세우며 괴롭혔던 모든 것에 대해 당장 달려가서 죄를 물었을 것이다.그때 윤성아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강주환의 전화인 것을 확인한 그녀는 조용히 전화를
강주환도 고은희와 안씨 가문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자신은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있는 것 그거 하나 바랄 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도 힘들까. “꼭 어머니의 동의를 얻고 큰아버지 쪽에서도 나를 허락하시게 할 거야.”그것은 앞으로 강주환이 노력해야 할 일이었다. 쉽지 않은 건 알지만 그는 꼭 해내야 했다. 하성이가 운성에 남아 이 여자와 같이 가는 일은 그도 허락하지 못할 건 없었다. 윤성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내려다보는 강주환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였다. “오늘 밤엔 나랑 있어. 나랑 같이 있어 주면 당신 말대로 할게. 하성이를 데려가도 좋아.”거부할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 순간 윤성아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대답이 들리자 강주환은 기다렸다는 듯 윤성아를 차 안으로 이끌었다. 강주환은 몸을 기울여 윤성아의 입술에 깊은 입맞춤을 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차 안의 공기가 뜨거워졌다. 얼굴은 이미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강주환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다 이내 손을 뻗어 윤성아의 안전띠를 매주었다. 욕정에 불타오른 눈동자가 윤성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잠시만 기다려. 집에 도착하면 제대로 해줄게.”“저는 급하지 않아요.”자신에게 눈을 흘기며 말하는 윤성아를 보고 강주환은 기분 좋은 웃음을 띠었다. 기분이 좋아진 강주환은 짙은 첼로 소리를 닮은 목소리로 애간장을 태우듯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내가 급해. 더는 못 기다릴 것 같아.” 말을 마치기 바쁘게 강주환이 엑셀을 있는 힘껏 밟자 매끈하게 잘빠진 차체가 급하게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별장에 도착한 차가 멈춰서고 운전석에서 내린 강주환은 윤성아의 손목을 끌어당겨 급하게 별장 밖 계단을 올랐다. 집안에 들어서자 강주환의 뜨거운 키스가 시작되었다. 밤은 깊었고 방안의 두 사람은 불이 붙은 장작처럼 서로 엉켜 가장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윤성아, 성아야, 넌 내 거야.”어느새 밤은 더욱 깊어졌고 모든 정사를 끝낸 윤성아는 샤워를 마치고 찰랑거리는
예상대로 또다시 안 씨네 별장 밖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강주환은 저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강주환은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한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기회가 있어야 했다. 다행히 안 씨 집안에 그의 조력자가 있었고 강주환은 바로 전화를 했다.“아들, 아빠 지금 별장 밖에 왔는데.”강하성은 순간 멈칫하다가 이내 반응했다. “할아버지가 아빠를 못 들어오시게 하나요?”강주환은 잠시 할 말을 못 찾다가 본론을 말했다.“하성아, 아빠가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알았어요.”키즈 워치로 전화를 끊은 하성이는 윤지안을 보고 물었다.“아빠를 들어오시게 할 방법이 있을까?”윤지안은 가만히 생각하다 머리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애교를 부리면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사람이었다. 그렇게 되면 아빠를 들어오시게 하는 거는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할아버지는 아빠를 싫어하셔. 이림파파도 아빠를 싫어하시고.”할아버지와 이림파파가 싫어하시는 일을 하게 될까 봐 윤지안은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아빠는 우리 친아빠잖아. 너는 친아빠와 같이 있기 싫어? 엄마랑 친아빠가 같이 계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당연히 보고 싶지.”“아빠와 엄마가 같이 계시게 되면 우리 가족 4명이 같이 살 수 있어. 그럼 지안이는 앞으로 오빠 사랑도 받을 수 있고 아빠 사랑도 받을 수 있어. 그러면 지안이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공주님이 될 거야.”윤지안은 자신이 이미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공주님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하성이의 진지한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거기다 만약 엄마랑 아빠가 같이 계시지 못하면 아빠는 나를 데려가실 거야. 그럼 우리는 또 헤어지게 될 거야. 지안이는 오빠랑 헤어지게 돼도 좋아?”“싫어!”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하는 윤지안을 보고 강하성은 웃음이 났다. 하성이도 엄마나 지안이랑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강하성은 윤지안을 보고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서 지안이는 아빠랑 엄마랑 같이 계시는 게 좋아?”
강주환은 원이림을 보고 웃는 강하성을 보자 속이 뒤집혔다. ‘이 자식 저쪽이 적군인 걸 모르나?’ 강주환은 큰 보폭으로 걸어가 강하성을 데리고 가고 싶었으나 어제저녁 하성이를 여기에 두기로 한 약속이 생각났다. 게다가 강주환은 지금 안진강의 집 안에 있었다. 안진강과 서연우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했다가는 더욱 자신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강주환은 표출할 수 없는 분노를 누르고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여자한테 고자질했다. 그러자 한연그룹 책상 위에 놓인 윤성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왜 아직도 안 와? 내가 얼마나 더 냉대를 받아야 와줄 거야?]핸드폰을 들어 강주환이 보낸 메시지를 발견한 윤성아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어쩔 수 없어요. 아마도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어요.]사실 바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집으로 가지 않은 건 안진강의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강주환이 집으로 왔으니 윤성아 보고 집에 오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윤성아도 방법이 없었다. 강주환은 불쌍해 보이는 이모티콘을 보내왔고 그것을 본 윤성아는 강주환이 보낸 게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 대단한 대표님께서 이런 이모티콘도 보내실 줄 알았던가? 보낸 사람을 확인하던 중 다른 문자가 하나 더 울렸다. [내가 안 씨 집안에서 무시당하고 냉대받는 건 그렇다 쳐. 하지만 원이림이 나한테서 당신을 뺏어가려고 하고 있어. 게다가 내 아들까지 구워삶아서 자기편으로 만들었고 더 중요한 건 하성이가 그 사람을 보고 웃었다는 거야. 어제 당신과 한 약속만 아니면 정말 지금 당장이라도 하성이를 데리고 나가고 싶어.]두 사람은 연신 문자를 주고받았다. 강주환이 그래서 언제 올 거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윤성아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아마도 당신이 그 집에서 나온 다음에 들어갈 것 같아요.]강주환은 이해되지 않은 듯했지만 바로 문자를 보냈다. [내가 데리러 갈게.]강주환은 그 길로 안 씨 집 안에서 나와
두 사람은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달콤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런 달콤함 한도 초과한 연애 감정은 핸드폰 화면을 뚫고 나올 지경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열흘이 지나갔다. 이날은 송아름이 퇴원하는 날이었다. 고은희는 송아름을 데리고 강주환의 본가로 가서 자신의 친딸처럼 보살펴주었다. “은희 이모, 주환씨는요? 요새 엄청 바쁜가 봐요. 며칠째 주환씨를 못 봤어요.”고은희는 자기 아들의 일만 생각하면 화가 났다. “바쁘기는 무슨, 불여우한테 마음을 홀려서 영주와 운성을 왔다 갔다 하느라고 바쁜 거지. 게다가 하성이마저 불여우한테 주겠다고 나서니 나 원 참.”고은희는 연신 투덜댔고 송아름은 듣다가 중간중간 맞장구를 쳐주었다.“아름아, 혹시 우리 주환이가 보고 싶은 거니?”바로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져서 쑥스러워하는 송아름을 보고 고은희가 웃었다. “아이, 아름 이모.”“하하,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이따가 주환이한테 전화해서 오늘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하마.”그날 저녁, 본가로 온 강주환과 전에 없이 분위기가 좋았으나 고은희의 한마디에 또다시 냉랭해졌다. “주환아, 이제 아름이의 몸도 회복됐으니 다음 달 3일 너희 두 사람 약혼하는 건 어떻겠니?”“어머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성아 말고 다른 사람하고는 약혼을 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강주환은 바로 몸을 일으켜 밥을 채 먹지도 못하고 자리를 떴다.“너 어디를 가려고 그래?”“갈게요.”“거기 서!”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강주환을 보자 고은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가 소리쳤다. “당장 서지 못해!”여전히 무시하는 강주환을 송아름이 달려가 붙잡았다.“주환씨, 은희 이모는 주환씨 어머니잖아요. 별일 아닌 거로 서로 마음 상하지 말아요. 이렇게 가면 이모 심장이 또다시 힘들어지실 거예요. 며칠 동안 잠을 잘 주무시지 못해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그 말을 들은 강주환은 잠시 멈칫했고 송아름은 계속 말을 이었다.“약혼하기 싫은 주환씨 마음 알아요. 저도 약혼 얘
송아름은 삼계탕을 들고 강주환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똑똑.”노크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송아름은 강주환이 영상통화 화면을 꺼버리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얼굴에는 자상한 웃음을 띠고 애정 가득한 눈길로 보고 있었다. 방금까지 영상 통화한 사람은 당연히 그 여자겠지? 송아름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최대한 웃음을 띠고 말했다.“주환씨, 방금은 성아 씨랑 통화 중이셨어요?”“네.”송아름을 쳐다보며 대답하는 얼굴에는 방금까지 자상하고 애정 가득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주환은 침대에서 내려오며 송아름과 마주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따뜻함이 있었지만 아까랑은 차원이 달랐다. 어떠한 애정도 없었고 송아름이 그토록 원하는 끈적하고 깊은 사랑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밤에 무슨 일이에요?”“저녁을 제대로 못 드셨다고 은희 이모가 특별히 삼계탕을 우려줬어요. 저한테 전해주라고 하셔서요.”송아름은 웃으면서 강주환을 쳐다보았다.“은희 이모 마음이에요. 주환씨, 아무리 두 분이 싸우셔도 은희 이모도 어쩔 수 없는 엄마예요. 마음속에는 항상 주환씨를 생각하고 계세요.”“알고 있어요.”방안은 강주환의 남자 피부 냄새로 가득했다. 어스름한 방안 불빛에 비친 강주환의 체격은 키가 크고 날렵했다. 선이 굵은 이목구비가 시선을 끌었고 정장 바지와 단추를 두게 정도 풀어놓은 하얀 셔츠 속으로 얼핏 보이는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는 송아름이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강주환의 냄새로 가득한 방안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잠시 후에 일어날 일이 생각나서 송아름은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다. “주세요.”강주환이 걸어와서 손에 있는 탕을 가져가려고 하자 송아름의 시선은 강주환의 단단한 팔뚝에 향했다. 살짝 접어놓은 셔츠 소매가 강주환이 움직이자 팔꿈치까지 올라가며 그 밑으로 굵은 전완근이 드러났다. 송아름은 심장이 북을 치는 것처럼 둥둥 울렸다. 게다가 탕을 가져가려고 할 때 슬쩍 닿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간 강주환의 주변은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머니, 어머니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에요. 어릴 적부터 저랑 주혜를 힘들게 키우신 거 알아요. 하지만 이번 일에서만큼은 저도 물러나지 않을 거예요. 아까 그 탕약은 어머니가 꾸민 일이 아니라 저에 대한 사랑이라고 믿고 싶어요.”“주환아, 엄마 말 들어.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아름이랑 잘되기만 하면 엄마가 뭐든 네 말을 들어줄게.”“그럴 수 없어요.”방문은 잠겼고 강주환과 송아름은 나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아까 그 탕약은 너무도 효과가 좋았다. 인삼, 녹용은 물론 정력에 좋다는 온갖 귀한 약재들이 들어갔다. 강주환은 온몸이 불타올랐고 이마 우에 핏줄마저 튀어나왔다. 송아름이 부끄러운 듯 발그스름한 얼굴을 하고 걸어와서 말했다.“주환씨, 아름 이모 말을 들어주세요. 이모는 정말 주환씨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아름 이모가 말씀하시길 성아 씨가 운이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전에 그렇게 주환씨를 망쳐놓고 지금은 또 모자 사이를 갈라놓잖아요. 게다가 제가 주환씨를 좋아해요.”마음을 고백한 송아름은 이를 악물고 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면 소재의 원피스 하나를 입고 있던 송아름의 옷은 살짝만 잡아당기면 바로 벗겨질 수 있었다. 강주환은 미간이 좁혀졌다. 몸은 버티기 힘들었고 몸속의 열기가 날뛰었지만 보이는 표정은 더없이 냉랭했다. “지금 뭐 하는 것에요? 빨리 옷 입어요.”송아름은 모든 걸 내던진 듯 계속해서 옷을 벗었다. “주환씨, 저를 봐주세요. 정말로 저를 좋아하는 마음은 없나요?”계속 쳐다볼 수 없어 눈을 감아버린 강주환은 천천히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침대 위의 얇은 이불을 챙겨 송아름 몸에 던져주었다. “저는 송아름 씨가 선을 지킬 줄 아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친구가 되겠다 한 거예요. 하지만 오늘의 이 모습은 너무도 실망스럽네요.”강주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나 당당했던 송아름이었지만 송아름도 지금의 자기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그러
송아름은 중심을 못 잡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바닥에 앉아서 강주환이 잡아주지 않는 바람에 접질리게 된 발목을 붙잡고 원망 섞인 얼굴로 강주환을 올려다보았다.“저를 잡아주실 생각은 없으세요?”강주환은 차가운 얼굴로 내려다보며 일으켜 세워줄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갔다. “주환씨!”바닥에 앉은 채로 강주환을 불러세운 송아름은 얼굴을 들어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날 밤 일은 저도 정말 몰랐어요. 은희 이모가 하신 일이에요. 저는 정말로 주환씨를 좋아해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강주환은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아름 씨는 잘못 없어요. 그저 제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에요.”차가운 눈동자가 송아름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는 회사예요. 부사장님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옷은 앞으로 주의해주세요.”이렇게 입은 것도 다 강주환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인데 그렇게 말하니 괜히 억울했다. 강주환이 마음을 접고 더는 윤성아 그 여자한테 휘둘리거나 정신을 팔게 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 말했잖아요. 저한테 시간과 정성을 들일 필요 없다고. 당신이 옷을 다 벗고 있어도 저는 아무런 마음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옷을 어떻게 입었든 저한테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강주환은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리며 망설이는 기색이 없이 말했다. 송아름은 부끄러워 어찌할 줄 몰랐다. 강주환이 이렇게 자신을 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주환씨, 정말 저를 이렇게 대하실 거에요? 우리 친구잖아요. 술도 같이 마시고 속마음도 털어놓고 했잖아요. 아니에요?”“제가 사람 잘못 봤어요. 당신이 눈치 있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같은 행동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냉담하게 말하고는 강주환은 몸을 돌려 문으로 가서 밖에 있는 진하상을 불렀다. “송아름 씨를 병원에 모셔다드려.”“네.”진하상은 앞으로 걸어가 송아름을 일으켜 세우고 병원으로 향했다.강주환을 꾀는 일이 번번이 실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