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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그래도 얼굴 한 번 보는 것쯤은 선우가 들어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우가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

우진과 윤아가 생각해낸 걸 선우라고 생각을 못 했겠는가? 하지만 윤아는 그런데도 한 번 내기를 걸어보는 거다. 기억을 잃었든 안 잃었든 간에 이곳에 자발적으로 온 거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

과거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본능적인 신체 반응과 성격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결정은 아마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것일 거다.

“윤아야. 내가 말했잖아. 만나는 건 안 된다고.”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는 선우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만나는 거 말고 다른 건 뭐든 들어줄게. 뭐든 말해.”

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

“날 곤란하게 만드는 거지? 내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야.”

“확실해?”

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만난 이후엔? 그놈 상처는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아?”

그는 말하는 동시에 윤아의 손목에 가볍게 올려져 있던 손에 힘을 주더니 손목을 확 잡았다.

“내가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

윤아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다.

“만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낼 것인가.”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윤아가 말했다.

“이것도 우리가 전에 약속했던 거야?”

“아니.”

그녀의 이 질문에 선우는 오히려 매우 태연했다.

“이건 약속이 아니야. 내가 주는 선택이야.”

윤아는 한참 동안 그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목을 빼내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렸다.

그녀의 태도에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한 거지? 괜찮아, 우리 사이엔 시간이 많으니까. 나도 급하지 않아. 생각 정리되면 알려줘.”

“...”

‘그래. 넌 급하지 않겠지. 급한 건 병상에 누워 있는 그 사람일 테니.’

기억상실증에 걸린 최근 며칠 동안 그 사람은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윤아는 숨이 턱 막혔다. 만약 그녀가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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