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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윤아는 마음이 누그러져 자발적으로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심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래기도 했다.

“아까는 내가 너무했어, 미안해. 날 구하려고 이렇게 다친 너한테 내가 이런 말투로 말 하면 안 됐어. 이제 네 상처를 보여줘, 응?”

다시 만난 이후로 이런 온화한 말투는 처음이었다. 지금 그녀의 변화된 말투에 수현의 마음속 끈도 따라서 부드러워졌다.

가뜩이나 미치게 보고 싶던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붉은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기 어려워졌다.

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두 번 굴리더니 돌연 손을 뻗어 윤아의 허리를 잡고 몸을 숙였다.

“미안하다는 말은 필요 없어.”

조금 전과 달리 부드러운 말투다. 이윽고 그의 몸이 윤아를 향해 다가오자 순식간에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감싸듯 닿았다.

수현이 키스를 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챈 윤아의 눈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그 독한 피비린내가 손쓸 새도 없이 호흡 속으로 파고들어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렇게 둘의 입술이 맞닿으려던 순간, 윤아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입술을 가로막았다.

수현은 그녀가 손을 뻗어 막을 것이라고 예상을 못 한 듯 잠시 몸을 움찔했다.

그는 그대로 2, 3초 정도 멍해졌지만 곧 굴하지 않고 그녀의 하얀 손바닥에 키스했다.

부드러운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오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뺄 뻔했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행동하기도 전에 수현은 재빨리 그의 야한 입술과 허리춤의 선을 철수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들끓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한 척 말했다.

“나 좀 정리하고 이따 올게.”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

그가 떠나고 문이 닫힌 후에야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

‘상처도 안 보여줘 놓고 자기 좋은 일만 하고 갔네.’

그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맞춤을 받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위에는 아직도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윤아는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뭔가 떠오른 듯 현을 따라나섰지만 어찌나 빨리 나갔는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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