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윤아는 훈이의 손을 잡고, 모두 함께 이곳을 떠났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겹겹이 에워싸고 길을 완전히 막았다.이 사람들을 보자 윤아는 가슴이 싸늘해졌다.“그 사람들이야.”수현은 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윤아를 자기 곁으로 끌어안았다.“내가 있잖아.”그 말을 듣고 윤아도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윤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물었다.“경찰에 신고 안 했지?”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왜? 내가 신고해서 그가 잡혀갈까 봐 걱정돼?”그의 검은 눈동자에 윤아는 시선을 내렸다. “예전에 많이 도와줘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그 사람은 지금 너를 해치고 있어.”“나를 데리고 떠났을 뿐, 해치지 않았어.”윤아는 강조했다. “그는 나랑 아이들을 해치지 않았어.”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지만, 윤아가 자신의 면전에서 그를 이렇게 감싸고 편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욱신거렸다.이때, 선우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걸어 나오자마자, 선우는 군중 속에서 윤아를 정확하게 찾아낸 다음, 마치 수현을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우의 시선에 사로잡힌 윤아는 입을 꾹 다물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눈을 피하려는데 수현이 껴안았다. 수현은 소유욕이 발동해서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듯 윤아를 꼭 껴안고, 선우를 바라봤다. 선우는 윤아의 잘록한 허리에 내려앉은 큰 손을 본 후에야 천천히 시선을 옮겨 수현과 눈을 마주쳤다. 잠시 후 선우가 입을 뗐다. “오랜만이야.”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수현아, 오랜만이긴 하지만 네가 오자마자 내 사람을 데려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아?”“네 사람?”수현은 코웃음을 쳤다. “윤아가 언제부터 네 사람이야. 나는 왜 몰랐지?”두 사람이 팽팽히 맞섰다. 수하들도 무기를 든 자, 빈손인 자,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고 팽팽히 대립하며 명령만 기다
윤아가 귀국한 것은 수현과 재결합하려는 것이 아니다.일이 지금까지 발전한 것은 모두 사고였다.선우가 자기를 가두고 우진까지 다치게 할 줄은 전혀 몰랐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윤아는 자신을 탈출시켜 준 우진이 떠올랐다. “비서님은?”말을 들은 선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진 비서? 윤아야, 그 소식을 알고 싶다면 나랑 같이 돌아가자.”윤아가 입을 다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허리춤에 내려앉은 수현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고 수현이 차갑게 말했다. “윤아를 데려가려고? 꿈도 꾸지 마.” 선우는 오히려 윤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윤아야, 나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네 말만 들을 거야. 말해봐, 나랑 돌아갈래? 나랑 함께 돌아가기만 하면 진 비서는 무사할 거라고 약속해.”“지금 협박하는 거야? 그는 당신 비서이지 내 비서가 아니야.”“응.”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 비서인 줄 알아. 하지만 내 비서로서 내 사람을 놓아줬잖아. 윤아야, 이런 사람을 벌을 주지 않으면 앞으로 다들 따라 하지 않겠어?”윤아는 선우가 진 비서를 이용해 자신을 협박해 돌아가게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윤아가 마음이 약해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계산 한 것이다. 지금 선우의 손에는 오직 이 카드 하나뿐이다. 하지만, 그가 진 비서를 이용해서 윤아를 견제하려면 진 비서가 무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카드는 무용지물이다. 그러자 윤아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진 비서가 다칠까 봐 같이 갈 것 같은거지? 그럼 지금 말할게. 만약 돌아갈 거라면 애초에 진 비서랑 나오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야. 그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으니, 나도 그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거야.”선우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꼬리만 움찔거렸다.“그래?”그의 목소리는 매우 담백해서 듣기에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보아하니 진 비서도 별 쓸모없겠네.”그러자 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한참 동안 속삭이는 두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던 선우는 늘어뜨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곁에 있을 때, 윤아는 언제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나와 교류한 적이 있었는가?’질투는 마음속에서 빠르게 자라나 마치 어떤 양분을 섭취한 듯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를 본 옆에 있던 부하들의 눈빛이 번뜩거렸다.“이 대표님, 싸우지 말라고 하신 건 윤아 씨가 다칠까 봐 그런 거 아닙니까? 하지만 사실 우리 쪽 사람이든 그들 쪽 사람이든 모두 윤아 씨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 싸워도 윤아 씨와 아이들은 안전할 것입니다.”“하지만 저희가 손을 쓰지 않는다면, 여기서 대치하거나, 아니면 저쪽에서 윤아 씨를 데려갈 것입니다.”선우는 고민하는 듯 말을 안 했다. 그의 신념이 흔들리자 부하들은 계속 부채질했다.“이 대표님, 생각해 보세요. 만약 정말 저 사람들이 윤아 씨를 데려가면 저희가 나중에 다시 모셔 올 기회가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저희는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어요.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을 수도 있어요.”마지막 기회라는 말은 선우를 일깨웠다.수현과 손을 잡고 있는 윤아를 멀찌감치 바라보던 선우는 시무룩해졌다. 그래, 이번이 아마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만약 수현이 데려가면 나에게 다시 기회가 있을까?’“이 대표님, 어차피 형제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으니, 대표님의 말 한마디면 제가 목숨 걸고 달려들어 윤아 시를 빼앗아 올 수 있습니다.”뺏다...“이 대표님, 저희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망설이지 마세요.”선우의 시선은 여전히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을 주시하고 있다.머릿속에서는 지금 그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이고, 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한다면 그녀가 받아줄지 생각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윤아의 곁을 지켰지만 한 번도 윤아의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가끔 그녀가 자신에게 무방비 상태일 때 그녀를 살며시 안아줄 뿐이었다.다른 친밀한 동작은 한 적이 없다.그런데 윤아
선우의 명령을 받은 후, 수하는 마침내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그는 눈을 들어 맞은편 윤아를 보더니 갑자기 팔을 흔들며 큰소리쳤다. “돌진! 윤아 씨와 아이들을 뺏어 오자.”그가 손을 들었을 때, 윤아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윤아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옆의 수현이 허리를 잡았다.“가자.”윤아는 황급히 훈이를 끌고 함께 돌아섰다.“막아!”민재는 평소처럼 점잖지 않게 소리를 지르더니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따라나섰다.오기 전에 그들은 만약 양측이 싸운다면, 그들은 윤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논의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뒷수습해야 한다.윤아는 사람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그 사람들의 생각을 깨달았다.그러나 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차에 탔다. 자리를 고쳐 앉기도 전에 윤이와 훈이도 탔고 민재는 재빨리 조수석에 탔다. 원래 수현이 함께 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윤아는 수현이 그들을 차에 태운 후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랑 같이 안 가?”“이 비서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 거야.”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당신은?”“난 여기 일을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같이 가자고?”“당신...”윤아의 입술이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눈앞에 서 있던 수현이 문득 몸을 숙여 큰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고 그녀의 약간 벌어진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흡.”윤아는 예상치 못하게 받은 키스에 정신 차리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는데 수현이 이미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떠나지 않고 그녀의 이마에 대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말이 끝나자 그는 그녀의 뒤통수를 놓고 민재에게 말했다. “윤아와 내 아이들을 잘 보호해요.”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진 대표님.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겠습니다.”그런 뒤 수현은 윤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차 문을 닫았다.윤아는 창문 너머로 수현의 얼굴이 멀어지는 것
자기 이름을 들은 윤아는 고개를 들어 민재를 바라보았다.“누구예요?”민재가 핸드폰을 건넸다.“윤아 씨 친구 현아 씨에요.”현아라는 말에 윤아는 즉시 핸드폰을 받았다.“현아야!”“윤아야!”현아는 감정이 윤아보다 더 격앙되었다. “수현 씨가 드디어 널 찾았네. 미안해. 재수 없게 우리 차가 길에서 고장 나서 널 구할 시간이 지연되었는데 다행히 진수현이 널 찾았네.”고장? 어쩐지 줄곧 현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괜찮아, 까칠남이 있잖아. 해결할 거야. 지금 마침 이 비서님 전화가 통했어.”“그럼 다행이야.”“돌아가면 찾아갈게.”“알았어.”두 사람은 잠깐 통화 후 전화를 끊었다. 현아 쪽의 차가 고장이 나서, 그녀도 지금 골치 아프겠다. 민재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윤아는 말했다. “어떻게 저를 찾았어요?”민재는 핸드폰을 넣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실 현아 씨가 연락하셨어요. 호텔에서의 소식을 접한 후 바로 왔는데 저희가 도착했을 때 아가씨의 구체적인 위치를 몰랐어요. 모두 현아 씨가 알려준 거예요.”“그렇군요.”여기까지 듣고 윤아도 깨달았다. 수현이 진작에 왔는데 자신이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뿐이다.윤아는 원래 수현이 나타나지 않은 줄 알았다. 왜냐하면 전에 그에게 연락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그래서 윤아는 모처럼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기회를 낭비할까 봐 두려워서 수현에게 전화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재는 윤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대표님께 연락하지 않으셨어요?”“연락해 봤는데 그때 안 받았잖아요. 저는 기회를 낭비할까 봐 두려웠어요. 비서님도 아시겠지만 상황이 안 좋았잖아요.”그 말에 민재는 어색한 듯 손을 뻗어 코를 만졌다.“그렇네요. 그때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은 확실히 대표님의 문제지만 제가 대신 변명하자면 그때 대표님이 윤아 씨가 사고나 났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출국했어요.”“그래요?”그들이 지금 여기에
하지만 그 웃음은 얼마 가지 않아 수현의 걱정으로 바뀌었다.그녀의 낌새를 눈치 빠르게 알아챈 민재는 서둘러 위로의 말을 건넸다.“마음 놓으세요. 정말 걱정하실 것 없어요. 대표님은 절대 확신이 없는 일은 하지 않으세요.”“알아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과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확실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성격이란 것쯤은 윤아도 알고 있었다.머리로는 알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사실 수현이 그곳에 남아 뒤처리를 해준 덕분에 윤아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안전한 곳에 도착해서는 민재가 세 사람을 방으로 안내해 줬다.이곳까지 오는데 꽤 오래 걸렸기에 민재가 떠나기 전에 윤아가 그를 붙잡고 물었다.“진수현은 언제쯤 올 수 있대요?”“그게...”민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쪽 일이 잘 처리되면 곧바로 오실 겁니다.”“아직도 답장이 안 온 거예요?”“윤아 님. 저와 이곳까지 함께 오셨잖습니까. 제 핸드폰으로 걸려 온 전화는 현아 씨밖에 없었습니다.”그 말에 윤아의 눈동자에 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그때, 때마침 다시 울리는 민재의 핸드폰 알림음에 윤아는 눈을 반짝였다.“혹시 수현...”발신인을 확인한 민재가 말했다.“아니요.”수현이 아니란 말에 윤아의 안광이 다시 스르륵 사라졌다.“알겠어요.”민재는 핸드폰을 한 번 보더니 윤아에게 슬쩍 물었다.“윤아 님. 별다른 일 없으시면 전 먼저 가봐도 될까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 보세요.”민재는 곧바로 자리를 떴고 남겨진 윤아는 깊은 한숨만 내쉬다 방 문을 닫아버렸다.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방을 보고 윤아는 처음엔 그녀를 위해 마련한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곳곳에 누가 살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옷장에 걸려있는 남성용 옷은 딱 봐도 수현의 것이었다.아무래도 민재가 그녀를 수현의 방으로 안내한듯 싶었다.시간도 늦은데다 하루종일 바쁘게 다녔던 터라 두 아이도 어느새 지쳤는지 소파에
“방문진료니까 너무 긴장 안 해도 돼요. 편하게 있어요.”의사는 하윤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다쳤다는 오른쪽 발을 주물렀다.“다친 발이 이 말 맞나요?”의사의 손길에 하윤은 긴장되는지 옷을 질끈 움켜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하윤의 하얀 발등을 한참 관찰하더니 어딘가를 꾹 눌렀다. 그러자 하윤은 아픈지 저도 모르게 엄마를 외치며 몸을 움츠렸다.윤아는 마음이 아파 하윤이 잡을 수 있게 자신의 손을 뻗었다.“여기가 아픈가 보네요. 다른 쪽은 안 아파요?”그는 한참을 꼼꼼하게 진단한 후 말했다.“큰 문제는 아니고 발이 조금 삐었네요. 약을 처방해 줄 테니 며칠 쉬는 게 좋겠어요. 조만간은 걷는 건 자제해주시고요.”윤아는 연신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고 의사는 처방 약을 건네준 후 짧은 인사와 함께 곧바로 떠났다.그렇게 반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의사가 떠난 후, 윤아는 하윤을 안아 원위치로 돌려놓으며 당부했다.“다음부턴 아픈 데 있으면 혼자 참고 있지 말고 엄마한테 바로 말해야 돼. 알겠어?”하윤은 쓴맛을 본 이후라 그런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됐어. 얼른 먹어. 다 먹고 오빠랑 들어가서 좀 자.”하윤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지만 계속 먹는 대신 윤아를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엄마. 고독현 밤 아저씨는 왜 우리랑 같이 안 왔어요? 그 아저씨는 어디 갔어요?”그 질문은...윤아도 묻고 싶은 거다. 벌써 한참은 지난 것 같은데, 게다가 조금 전 이동시간까지 더하면 꽤 오래 지났다. 그런데 수현 쪽에서는 아직도 소식 하나 없으니...윤아는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아이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고독현 밤 아저씨는 바쁜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가셨어. 자고 일어나면 내일엔 아저씨도 와있을 거야. 응?”“네.”한참 후, 윤아가 겨우 두 아이를 재우고서야 방 안은 비로소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걸 확인한 뒤에야 윤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이곳
생각 끝에 윤아는 결국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이 늦은 시각까지 그녀의 안전을 위해 보초를 서주는 사람들한테 괜히 나갔다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생각을 마친 윤아는 곧바로 말했다.“안 나갈게요. 대신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윤아 님. 저희는 대표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윤아 님은 대표님의 사람이니 윤아 님 일이 곧 대표님의 일이죠. 무슨 일이든 편하게 시켜만 주십쇼.”“이 비서가 오면 볼일이 있으니 잠깐 들러달라고 해주시겠어요?”“그럼요. 지금 바로 물어볼까요?”“...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굳이 사람을 부를 필요 없이 그저 이쪽으로 오면 잠깐 들러달라는 거였는데 이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민재에게 전화를 걸 줄이야.민재가 전화를 받자 경호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 비서님. 윤아 님이 잠시 뵙자시는데요. 지금 바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됐어, 그냥 두자.’윤아는 그의 엄청난 추진력에 적잖이 놀랐다.“윤아 님, 비서님이 곧 오신답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고마워요.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볼게요.”여기서 뭐라 더 하겠는가. 윤아는 군말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소파에 앉은 지 몇분도 채 되지 않아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윤아는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줬다.“윤아 님. 찾으셨다고요?”“진수현은요? 아직도 소식 없어요?”첫마디는 역시 수현에 관한 질문이었다.민재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윤아 님,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세요. 소식 있으면 제가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사실 수현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찾을 사람은 윤아이니 민재가 굳이 전달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윤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기가 한국이라면 모를까 해외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윤아는 심란한듯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이런 말이 실례가 될 줄은 알지만 그래도 해야겠어요. 이곳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쪽으로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