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의 명령을 받은 후, 수하는 마침내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그는 눈을 들어 맞은편 윤아를 보더니 갑자기 팔을 흔들며 큰소리쳤다. “돌진! 윤아 씨와 아이들을 뺏어 오자.”그가 손을 들었을 때, 윤아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윤아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옆의 수현이 허리를 잡았다.“가자.”윤아는 황급히 훈이를 끌고 함께 돌아섰다.“막아!”민재는 평소처럼 점잖지 않게 소리를 지르더니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따라나섰다.오기 전에 그들은 만약 양측이 싸운다면, 그들은 윤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논의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뒷수습해야 한다.윤아는 사람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그 사람들의 생각을 깨달았다.그러나 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차에 탔다. 자리를 고쳐 앉기도 전에 윤이와 훈이도 탔고 민재는 재빨리 조수석에 탔다. 원래 수현이 함께 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윤아는 수현이 그들을 차에 태운 후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랑 같이 안 가?”“이 비서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 거야.”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당신은?”“난 여기 일을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같이 가자고?”“당신...”윤아의 입술이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눈앞에 서 있던 수현이 문득 몸을 숙여 큰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고 그녀의 약간 벌어진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흡.”윤아는 예상치 못하게 받은 키스에 정신 차리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는데 수현이 이미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떠나지 않고 그녀의 이마에 대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말이 끝나자 그는 그녀의 뒤통수를 놓고 민재에게 말했다. “윤아와 내 아이들을 잘 보호해요.”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진 대표님.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겠습니다.”그런 뒤 수현은 윤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차 문을 닫았다.윤아는 창문 너머로 수현의 얼굴이 멀어지는 것
자기 이름을 들은 윤아는 고개를 들어 민재를 바라보았다.“누구예요?”민재가 핸드폰을 건넸다.“윤아 씨 친구 현아 씨에요.”현아라는 말에 윤아는 즉시 핸드폰을 받았다.“현아야!”“윤아야!”현아는 감정이 윤아보다 더 격앙되었다. “수현 씨가 드디어 널 찾았네. 미안해. 재수 없게 우리 차가 길에서 고장 나서 널 구할 시간이 지연되었는데 다행히 진수현이 널 찾았네.”고장? 어쩐지 줄곧 현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괜찮아, 까칠남이 있잖아. 해결할 거야. 지금 마침 이 비서님 전화가 통했어.”“그럼 다행이야.”“돌아가면 찾아갈게.”“알았어.”두 사람은 잠깐 통화 후 전화를 끊었다. 현아 쪽의 차가 고장이 나서, 그녀도 지금 골치 아프겠다. 민재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윤아는 말했다. “어떻게 저를 찾았어요?”민재는 핸드폰을 넣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실 현아 씨가 연락하셨어요. 호텔에서의 소식을 접한 후 바로 왔는데 저희가 도착했을 때 아가씨의 구체적인 위치를 몰랐어요. 모두 현아 씨가 알려준 거예요.”“그렇군요.”여기까지 듣고 윤아도 깨달았다. 수현이 진작에 왔는데 자신이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뿐이다.윤아는 원래 수현이 나타나지 않은 줄 알았다. 왜냐하면 전에 그에게 연락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그래서 윤아는 모처럼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기회를 낭비할까 봐 두려워서 수현에게 전화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재는 윤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대표님께 연락하지 않으셨어요?”“연락해 봤는데 그때 안 받았잖아요. 저는 기회를 낭비할까 봐 두려웠어요. 비서님도 아시겠지만 상황이 안 좋았잖아요.”그 말에 민재는 어색한 듯 손을 뻗어 코를 만졌다.“그렇네요. 그때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은 확실히 대표님의 문제지만 제가 대신 변명하자면 그때 대표님이 윤아 씨가 사고나 났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출국했어요.”“그래요?”그들이 지금 여기에
하지만 그 웃음은 얼마 가지 않아 수현의 걱정으로 바뀌었다.그녀의 낌새를 눈치 빠르게 알아챈 민재는 서둘러 위로의 말을 건넸다.“마음 놓으세요. 정말 걱정하실 것 없어요. 대표님은 절대 확신이 없는 일은 하지 않으세요.”“알아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과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확실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성격이란 것쯤은 윤아도 알고 있었다.머리로는 알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사실 수현이 그곳에 남아 뒤처리를 해준 덕분에 윤아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안전한 곳에 도착해서는 민재가 세 사람을 방으로 안내해 줬다.이곳까지 오는데 꽤 오래 걸렸기에 민재가 떠나기 전에 윤아가 그를 붙잡고 물었다.“진수현은 언제쯤 올 수 있대요?”“그게...”민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쪽 일이 잘 처리되면 곧바로 오실 겁니다.”“아직도 답장이 안 온 거예요?”“윤아 님. 저와 이곳까지 함께 오셨잖습니까. 제 핸드폰으로 걸려 온 전화는 현아 씨밖에 없었습니다.”그 말에 윤아의 눈동자에 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그때, 때마침 다시 울리는 민재의 핸드폰 알림음에 윤아는 눈을 반짝였다.“혹시 수현...”발신인을 확인한 민재가 말했다.“아니요.”수현이 아니란 말에 윤아의 안광이 다시 스르륵 사라졌다.“알겠어요.”민재는 핸드폰을 한 번 보더니 윤아에게 슬쩍 물었다.“윤아 님. 별다른 일 없으시면 전 먼저 가봐도 될까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 보세요.”민재는 곧바로 자리를 떴고 남겨진 윤아는 깊은 한숨만 내쉬다 방 문을 닫아버렸다.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방을 보고 윤아는 처음엔 그녀를 위해 마련한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곳곳에 누가 살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옷장에 걸려있는 남성용 옷은 딱 봐도 수현의 것이었다.아무래도 민재가 그녀를 수현의 방으로 안내한듯 싶었다.시간도 늦은데다 하루종일 바쁘게 다녔던 터라 두 아이도 어느새 지쳤는지 소파에
“방문진료니까 너무 긴장 안 해도 돼요. 편하게 있어요.”의사는 하윤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다쳤다는 오른쪽 발을 주물렀다.“다친 발이 이 말 맞나요?”의사의 손길에 하윤은 긴장되는지 옷을 질끈 움켜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하윤의 하얀 발등을 한참 관찰하더니 어딘가를 꾹 눌렀다. 그러자 하윤은 아픈지 저도 모르게 엄마를 외치며 몸을 움츠렸다.윤아는 마음이 아파 하윤이 잡을 수 있게 자신의 손을 뻗었다.“여기가 아픈가 보네요. 다른 쪽은 안 아파요?”그는 한참을 꼼꼼하게 진단한 후 말했다.“큰 문제는 아니고 발이 조금 삐었네요. 약을 처방해 줄 테니 며칠 쉬는 게 좋겠어요. 조만간은 걷는 건 자제해주시고요.”윤아는 연신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고 의사는 처방 약을 건네준 후 짧은 인사와 함께 곧바로 떠났다.그렇게 반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의사가 떠난 후, 윤아는 하윤을 안아 원위치로 돌려놓으며 당부했다.“다음부턴 아픈 데 있으면 혼자 참고 있지 말고 엄마한테 바로 말해야 돼. 알겠어?”하윤은 쓴맛을 본 이후라 그런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됐어. 얼른 먹어. 다 먹고 오빠랑 들어가서 좀 자.”하윤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지만 계속 먹는 대신 윤아를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엄마. 고독현 밤 아저씨는 왜 우리랑 같이 안 왔어요? 그 아저씨는 어디 갔어요?”그 질문은...윤아도 묻고 싶은 거다. 벌써 한참은 지난 것 같은데, 게다가 조금 전 이동시간까지 더하면 꽤 오래 지났다. 그런데 수현 쪽에서는 아직도 소식 하나 없으니...윤아는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아이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고독현 밤 아저씨는 바쁜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가셨어. 자고 일어나면 내일엔 아저씨도 와있을 거야. 응?”“네.”한참 후, 윤아가 겨우 두 아이를 재우고서야 방 안은 비로소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걸 확인한 뒤에야 윤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이곳
생각 끝에 윤아는 결국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이 늦은 시각까지 그녀의 안전을 위해 보초를 서주는 사람들한테 괜히 나갔다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생각을 마친 윤아는 곧바로 말했다.“안 나갈게요. 대신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윤아 님. 저희는 대표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윤아 님은 대표님의 사람이니 윤아 님 일이 곧 대표님의 일이죠. 무슨 일이든 편하게 시켜만 주십쇼.”“이 비서가 오면 볼일이 있으니 잠깐 들러달라고 해주시겠어요?”“그럼요. 지금 바로 물어볼까요?”“...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굳이 사람을 부를 필요 없이 그저 이쪽으로 오면 잠깐 들러달라는 거였는데 이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민재에게 전화를 걸 줄이야.민재가 전화를 받자 경호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 비서님. 윤아 님이 잠시 뵙자시는데요. 지금 바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됐어, 그냥 두자.’윤아는 그의 엄청난 추진력에 적잖이 놀랐다.“윤아 님, 비서님이 곧 오신답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고마워요.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볼게요.”여기서 뭐라 더 하겠는가. 윤아는 군말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소파에 앉은 지 몇분도 채 되지 않아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윤아는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줬다.“윤아 님. 찾으셨다고요?”“진수현은요? 아직도 소식 없어요?”첫마디는 역시 수현에 관한 질문이었다.민재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윤아 님,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세요. 소식 있으면 제가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사실 수현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찾을 사람은 윤아이니 민재가 굳이 전달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윤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기가 한국이라면 모를까 해외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윤아는 심란한듯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이런 말이 실례가 될 줄은 알지만 그래도 해야겠어요. 이곳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쪽으로 지원
윤아가 현아를 떼어내고 보니 민재는 이미 가버린 이후였다. 윤아의 눈동자에 잠시 우울한 기색이 비쳤지만 그를 계속 잡아둔다 해도 더 뭐라 하지도 못했을 테니 바쁘게 일하는 사람을 붙잡지 않기로 했다.윤아의 달라진 낌새를 눈치챈 현아는 바짝 긴장하며 물었다.“왜 그래?”윤아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다.“아무것도 아니야. 왜 이제야 왔어. 차는 다 고친 거야?”“아니. 내가 네 걱정 너무 한다고 까칠남이 사람 불러서 나 데려다줬어.”현아는 말하다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정정했다.“아니지, 까칠남이라고 하면 안 되지. 이제부터 그렇게 안 부르기로 약속했거든. 앞으론 꼬박꼬박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어.”“까칠남?”“응. 이번에 너 찾으러 같이 와주셨어. 오래 같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까칠남이라고 불러버려서...”“...”‘못살아 정말.’“화내진 않으셔?”“화내긴. 내가 그 별명을 근거 없이 막 지은 건 아니잖아? 그게 사실인걸. 야근을 밥 먹듯이 시키는 바람에 내가 연애를 못한거 아냐. 아냐. 내가 제일 큰 피해자라고. 그러니까 화를 안 내는 게 아니라 못 내는 거 아닐까? 근데 그거 알아? 내가 너 찾으러 간다고 할 때 대표님이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해서 진짜 놀랐잖아. 까칠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의감 넘치는 모습도 있더라고.”“정의감?”어울리지 않는 형용사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러니까 그 사람이 정의감 때문에 널 따라온 거다?”“그렇지?”말을 마친 현아는 턱을 괴더니 다시 생각에 잠겼다.“정의감 때문이 아니라면 뭣 때문일까? 아! 알겠다. 착취할 일꾼을 잃고 싶지 않은거네.”“...”고심해서 얻은 결론이 그거라니. 윤아는 어이가 없어 목이 막혔다.“대체 어떻게 하면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거야?”“내가 사표 낸다니까 따라왔다니까? 나 같은 직원을 잃고 싶지 않은 거지. 쳇. 이번 일 잘 해결하고 마음 편히 돌아가서 개미처럼 일하라는거잖아.”“...”
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눈썹을 씰룩거렸다.조금 전까지는 아예 예상도 못 하더니 한번 그쪽으로 생각을 바꾸니 곧바로 진도를 빼는 모습이다.윤아는 눈썹을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 진짜 너 좋아하는 걸 수도 있잖아?”“그럴 리가!”현아는 곧바로 머리를 흔들며 부정했다.“까칠남이 왜 날 좋아하겠어? 아, 까칠남 아니고 대표님이지. 그렇게 안 부른다고 해놓고 또 이런다. 그 사람이 미쳤다고 날 좋아하겠어?”“그럼 넌 그 사람이 왜 널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그거야 당연하지. 대표님 주위에는 죄다 재벌에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들뿐이잖아. 돈과 명예를 한 손에 쥐고 있는 그런 여자들이 득실대는데 일개 회사 직원인 나를 미치지 않고서야 왜 좋아하겠어.”친구가 자기 비하를 하는 모습에 윤아는 속상해 단번에 반박했다.“네가 뭐가 어때서.”“아이참. 알았어.”현아는 윤아한테 붙으며 배시시 웃었다.“나도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인 거 알지. 그렇지만 친구야, 이건 다른 문제라고. 돈 많고 얼굴 예쁜 다른 여자들이랑은 난 비교도 안 돼. 그리고 대표님 주위엔 그런 여자들이 가득하고. 그런데 어떻게 날 좋아하겠어? 이번에 같이 와준 것도 맘 편히 부려 먹으려는 거 아니면 그냥 그분 정의감 때문일 거야.”윤아는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모든 사랑이 상대방의 조건을 보고 시작되는 건 아니잖아. 난 오래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 아니면 특정적인 어느 순간에 마주친 사람과 한눈에 반한다거나 그런 사랑 말이야.”현아는 듣고 보니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응. 네 말도 맞는 것 같아. 그래도 난 아닐 것 같아. 네가 우리 대표님 주위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그래. 아, 아니다. 너도 아마 알 거야. 진수현 곁에도 그 곁을 노리는 여자들 엄청 있을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일이니 더 이상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만약 그 배주한이라는 사람이 정
“네 탓 아니야.”현아는 그래도 속상한지 말했다.“너 진수현한테서 연락 올 때까지 못 잘 것 같으니까 나도 옆에서 같이 기다려줄게. 진수현 돌아오면 나도 마음 놓고 갈 수 있을 것 같아.”“그럴 필요 없어 현아야.”윤아는 고개를 흔들었다.“나 혼자 기다려도 돼. 너도 오늘 이리저리 다니느라 힘들었을 텐데 얼른 돌아가서 쉬어야지.”“말도 안 되는 소리. 날 내쫓으려 하지 마. 우린 베프잖아. 우리 못 본 지 엄청 오래됐는데 같이 잠도 못 자? 설마 내가 귀찮아졌어?”“그럴 리가 없잖아. 알겠어. 그러면 여기 있어.”결국 현아는 윤아와 함께 수현을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잠들지도 못하니 현아는 야식으로 먹을 간식들과 술을 들고 윤아와 방 옆의 베란다에서 함께 마셨다.“너랑 술 마셔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너 결혼한 뒤로 자주 안 마시긴 하지만 오늘은 특수상황이니 네 무사 귀환 축하 겸 오랜만에 한잔하자.”윤아는 술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를 위해 이 먼 이국 타향까지 와준 맞춰주기 위해 술잔을 들었다.둘 사람이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좋아. 한잔하자. 대신 딱 한 잔만이다?”벌컥벌컥 술을 들이켠 둘, 테이블 위 간식도 잊지 않고 먹어준다.“윤아야 너도 먹어. 탈출하고 나서도 뭐 못 먹었을 거 아냐. 나도 저녁 먹다 말고 나오는 바람에 마침 배고팠거든.”그러나 맛있게 먹고 있는 현아와 달리 윤아의 젓가락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좀처럼 먹질 못하는 윤아의 모습에 현아는 작은 디저트를 집어다 그녀의 앞접시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아이고, 내 밥 친구 해준다고 생각하고 좀 먹어.”“현아야. 나 입맛이 없어.”“알아. 그래도 먹어야지. 지금 안 먹어두면 밤새 쫄쫄 굶을 텐데 무슨 힘이 나서 진수현 기다리겠어?”결국 현아의 성화에 못 이겨 윤아도 몇 입 우물거리기 시작했다.둘은 그렇게 밤이 깊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제 지쳐 나란히 소파에 누워있는데 현아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