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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윤아는 원래 함부로 말을 지어내는 여자애들한테 몇 마디 해주려던 것뿐인데 이것들이 면전에서 남의 집안까지 들먹일 줄이야.

윤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그들을 노려봤다.

“뭐라고?”

“왜? 우리가 뭐 틀린 말 했어? 하긴 애초에 가정환경에 문제 있는 애들이 선우같이 모자란 애들이랑 노는 거지. 모자란 것들끼리 아주 그냥 끼리끼리네.”

“아참. 우리 심씨 가문 아가씨가 선우랑 사귀게 되면 과연 누가 먼저 바람을 필까?”

윤아는 그들의 선 넘은 막말에 이성의 끈이 뚝 끊기는 걸 느꼈다. 화가 치밀어 당장 다가가 따지려던 그때, 난데없는 굉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학교 쓰레기통이 주먹에 맞아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주먹을 쓴 사람은 옆에 있던 선우였다.

아직 애티 나는 얼굴에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 풍겼다.

그의 스산한 눈빛은 윤아를 지나쳐 그 뒤의 막말을 쏟아내던 여자애들에게 향했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 때아닌 미소가 피어나더니 말했다.

“알고 싶은 게 많은가 봐... 내 주먹한테 한 번 물어보는 건 어때?”

“미친놈.”

여자애들은 공포에 질려 외마디 욕설과 함께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제야 선우는 조금 전의 살기는 온데간데없는 자상한 남자아이 모습으로 윤아에게 다가갔다.

“너 왜 이렇게 멍청해? 쟤네들이 말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잖아. 뭣 하러 거길 껴?”

윤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쟤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좀 정정해 줬어.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말을 마친 윤아는 그대로 몸을 돌려 쌩하니 가버렸다.

그날, 선우는 윤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동시에 그날은 윤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까지 크게 화를 내는 선우를 본 날이었다.

사실 그때 일은 윤아에게 이제 거의 잊혀가는 어릴 적 헤프닝일 뿐이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선우의 어린 시절은 정말 엉망진창이었겠다 싶었다.

오합지졸인 집안은 한 부모 가정보다 못하다. 적어도 윤아네 집은 평화로웠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아빠가 있었으니.

잠시 옛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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