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고 윤아는 핸드폰을 바로 옆에 놓아두었다.잘 시간이었다.오늘 생각난 일은 증명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말로 해서 믿어줄 사안이 아니었다.하지만 오래전 일이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윤아는 침대에 누웠지만 전혀 졸리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어렵게 살아난 기억으로 가득했다.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답답했다.수현은 그때 소영을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늘 그녀를 각별하게 대했다. 원래는 둘밖에 없었던 세상에 소영이 들어온 것이다.윤아는 수현과 소영 사이를 질투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더 어이없는 건 수현을 구한 사람이 자기였으면 좋겠다는 환상까지 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수현을 구한 건 정말 윤아가 맞았다. 그냥 소영이 그 공을 뺏어간 것일 뿐이다.공을 뺏어갔다라, 윤아의 예쁜 눈매가 점점 구겨졌다.소영은 수현을 물속에서 구해낸 윤아를 당겨주지는 못할망정 그녀가 물살에 휩쓸려간 틈을 타 그녀의 공까지 뺏어간 것이다.바꿔 말하면 소영은 분명히 윤아가 물속에 있는 걸 알면서, 그녀가 물살에 휩쓸려간 걸 알면서도 사람을 더 부를 생각은커녕 그녀가 물살에 휩쓸려갔다는 사실조차 꺼내지 않았다.곰곰이 생각하자 윤아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소영이 심씨 가문이 망한 후 손을 내밀다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었다.윤아가 넋을 잃은 채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얼떨결에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정신을 차려보니 수현이 걸어온 전화였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또 전화를 걸어온 건지 알 수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도 할 말이 없었기에 윤아는 덤덤하게 걸려 오는 전화를 지켜보며 끊을 때까지 받지 않았다.늦은 시간이니 전화를 받지 않아도 연거푸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벨소리가 멈추고 수현은 더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지만 문자를 한 통 받았다.[안 자고 있는 거 다 알아. 지금 집 앞이야.]문자를 확인한 윤아는 멈칫했다. 수현이 집 앞에 있을 줄은 몰랐다.이렇게 오래 있다 다시
윤아가 입을 열려는데 수현이 성큼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오며 현관문을 닫았다.그는 안으로 몇 걸음 더 들어오더니 아예 그녀를 벽에 바짝 몰아세웠다.“나 왜 찾은 거야?”수현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 있었고 눈빛도 우물처럼 깊이를 알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야심한 밤에 먹잇감을 찾은 늑대와도 같았다.“...”윤아는 할말을 잃었다. 그런 수현이 파렴치하다고 생각했다. 어젯밤만 아니었어도 그는 절대로 그녀를 이렇게 대하지 못했을 것이다.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는 심지어 그녀의 이마에 뽀뽀까지 했다.이를 떠올린 윤아는 얼른 수현을 밀쳐냈다.“뭐 하는 거야? 말했잖아. 잘못 눌린 거라고.”“안 믿어.”수현은 아예 윤아의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게 부여잡더니 느끼한 멘트를 날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너처럼 이성적인 사람이 이 야심한 밤에 내 번호를 잘못 눌렀다고?”윤아가 멈칫했다.“그러니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건 나한테 용건이 있었다는 거지.”수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하지만 네가 전화로 말하긴 싫어하는 것 같으니 내가 이렇게 직접 찾아올 수 밖에.”윤아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수현인지라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윤아는 그런 수현을 쳐다보며 입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말을 하려다 마는 윤아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왜? 무슨 말인데 이렇게 어려워해? 설마...”수현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는 걸 윤아가 즉시 말렸다.“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 생각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건 맞아.”수현은 예상이 적중했다는 표정이었다.일단 말을 꺼낸 바에 윤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한 말 믿을 수 있겠어?”“당연하지.”수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럼, 강소영 씨를 믿어 나를 믿어?”이 물음에 수현은 살짝 난감했지만 손으로 윤아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당연히 너지.”수현의 대답에 윤아는 살짝 안심이 되었다.수현이 조금만 대답을 망설여도 윤아
수현의 입술이 가까워지자 윤아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아 자기도 모르게 몸을 뒤로 기울였다.수현은 큼직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꼭 끌어안고는 그녀에게 키스했다.“읍!”지금 무슨 상황인지 자각한 윤아는 힘껏 그를 뿌리쳤다.“얘기 중에 뭐 하는 거야?”윤아에게 밀쳐진 수현은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질투하는 네 모습 보니까 갑자기 키스하고 싶어졌어.”“누가 질투한다고 그래?”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부정했다.수현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수현의 모습을 보니 윤아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기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수현의 태도에 윤아는 혹시나 수현이 자기를 믿지 못하고 일부러 윤아의 정신을 다른 데에 분산시키려는 수작이 아닌가 싶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참지 않고 바로 쏘아붙였다.“혹시 지금 일부러 내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는 거야?”“...”“무슨 소리야, 나는 너 믿는다니까.”수현은 손으로 윤아의 볼을 꼬집으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를 구한 사람은 소영이라고 했는데 그럼 너는? 왜 전에는 말하지 않은 거야?”수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 문제를 토론하려 하자 윤아는 그제야 수현이 그저 겉으로만 믿는 척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이에 윤아도 다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왜냐면 내가 너를 구하고 힘이 다 빠져서 물살에 떠내려갔거든.”이를 들은 수현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러다 겨우 강에서 기어 나왔는데 바로 의식을 잃었어. 그 뒤로 나는 고열에 시달렸고 이 일을 잊어버리게 된 거야.”윤아는 수현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그때 세게 아팠던 건 기억하지?”수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굳힌 채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그가 깨어났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영이 그를 구하기 위해 손까지 다쳤다고 했다. 물에 빠지기 전 수현의 곁에 있던 사람은 소영뿐이었고 의식을 잃기 전 자신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됐어.”윤아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어차피 오래전 일이잖아. 내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누구든 소영 씨가 널 구했다고 생각할 거야.”수현은 윤아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앙다물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세운 공을 다른 사람이 파렴치하게 가져가게 할 수는 없지.”윤아가 차갑게 웃었다.“지금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모든 사람이 너를 구한 건 소영 씨라고 생각하고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나기도 했고. 설마 지금 와서 너를 구한 건 소영 씨가 아니라 나라고 할 거야? 증거는 있어?”“없어.”“그러면 뭐...”순간 어깨에 무게가 느껴졌다. 수현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그를 마주 보게 몸을 한바퀴 돌렸다.“증거라는 건 내가 있고 싶으면 있는 거야.”윤아가 멈칫하더니 되물었다.“뭐?”수현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원래는 그냥 관계만 잘 정리하려고 했지. 나를 구해준 은혜가 있으니까. 근데 나를 구한 적이 없으니 간단하게 관계만 정리할 수는 없지.”윤아가 그런 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심 공주.”현관 쪽에 달린 어두운 조명 아래,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윤아를 불렀다.“증거는 내가 찾을게. 내일 양가 집안이 모여서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할 거야. 정리가 끝나면 너를 쫓아다닐 기회라도 줄래?”Comment by 韩晓瑛: 小说的时间线上,今早就说过了,所以不用加这一句~수현은 이렇게 말하더니 다시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가만히 있다간 그가 또 코앞까지 다가올 것 같아 윤아는 얼른 그의 손을 뿌리치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것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허둥지둥하는 윤아의 모습에 수현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가 꽤 듣기 좋았다.“지금 바로 답안을 주지 못하겠다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서 다시 물으러 올게.”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침묵을 지키다가 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 이제 가봐야겠다.”윤아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온 지 꽤
수현이 가고 윤아는 혼자 현관에 서서 흐트러진 호흡과 기분을 정리했다.한참 지나고 손으로 얼굴을 만져봐도 여전히 뜨거웠다.분명히 그저 포옹이었을 뿐인데 말이다.하지만 수현이 아무것도 캐묻지 않고 바로 그녀의 말을 믿은 건 정말 의외였다.이는 수현의 마음이 그래도 조금은 그녀에게 치우쳐 있다는 방증 아닐까?“엄마?”그때 뒤에서 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훈이가 언제부터 나와 있었는지 그쪽에 서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훈이와 눈이 마주친 윤아는 화들짝 놀랐다.“훈아, 왜 일어났어?”잠든 걸 분명히 확인하고 나온 그녀였다.윤아는 흔들리는 눈빛을 애써 감췄다.‘얼마나 서 있은 거지? 설마 다 본 건 아니겠지.’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훈이 쪽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는 그를 안아 들었다.“나올 때 뭐 좀 챙겨입지 그랬어.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윤아의 품에 안긴 훈이는 두 팔을 벌려 윤아의 목을 감싸안았다.윤아는 켕기는 게 있어 훈이에게 물었다.“언제부터 나와 있었어?”“마침 아저씨 봤어요.”“...”정말 그대로 다 본 것이었다.윤아는 난감한 듯 웃어 보였다. 하지만 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여러 번 본 적이 있으니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였을 것이다.그녀는 훈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훈이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녀도 함구했다.하지만 예상외로 훈이가 질문했다.“엄마, 정말 아저씨랑 사귈 거예요?”이 말을 들은 윤아는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 윤이가 아침에 했던 말이 떠올라 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건 몰라. 어린이는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안 돼. 엄마가 결심하면 우리 훈이와 윤이에게 바로 알려줄게, 어때?”훈이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아이고, 착해라.”윤아는 훈이를 방에 데려다주고 다시 이불을 덮어주며 자라고 했다....병원.소영은 이래저래 버티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그녀를 지키던 유지혜는 수현이 계속 나타나지 않자 피곤하다며 바로 집으로
소영은 수현에게 항상 대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만 보여줬지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소영은 어쩔 바를 몰라 얼른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수현 씨, 여긴 어쩐 일이야?”말을 채 하기도 전에 소영은 눈물을 흘리며 수현 쪽으로 냉큼 다가왔다.“나는 수현 씨가 다시 나 안보는 줄 알았어요.”수현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더니 그녀의 손목에 멈췄다.“왜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이에 소영은 얼른 해명했다.“나, 나는 수현 씨가 이제 나랑은 얘기도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잡쳐 있었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나영아, 너 괜찮아?”나영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속으로 나영을 가식적이라고 욕하면서도 자리를 피했다.“그럼 전 먼저 나가볼게요. 말씀 나누세요.”그렇게 나영은 병실에서 나가며 친절하게 병실 문까지 닫아주었다.소영은 지금이 몇 시인지 몰랐지만 늦은 밤인 것쯤은 알고 있었다. 수현이 이 시간에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수현 씨, 혹시 아직도 화났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다 해명할 수 있어. 밖에 돌아다니는 소문 절대 믿지 마. 나 하태훈이랑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이 말을 들은 수현의 입꼬리가 천천히 당겨졌지만 딱히 대꾸하지는 않았다. 그저 소영을 피해 안에 비치된 의자에 앉았다.수현이 차가워졌음을 느낀 소영은 불안해지기 시작해 얼른 그의 뒤를 졸졸 따랐다.“나 못 믿는 거야?”수현은 느긋하게 물을 한 잔 따르며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소영은 하는 수 없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어젯밤에는 어디 갔어?”소영은 이렇게 말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혹시 윤아 씨 찾으러 간 거야? 나도 알아. 수현 씨 아직 윤아 씨 못 잊었다는 거. 근데 5년 전에 수현 씨를 그렇게 모질게 대하던 사람이 지금 와서 수현 씨와 다시 이어진다 해도 결국 또 5년 전처럼 매정하게 버릴 거야. 하지만 나는 달라. 내 마음속엔 수현 씨밖에 없어. 나는 절대 수현 씨를 저버리지 않을뿐더러 수현 씨
소영은 수현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 그 자리에 선 채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한참 지나서야 소영은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설마 다른 사람의 공을 뺏은 걸 수현이 눈치채기라도 한 걸까?아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구조됐을 때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게다가 윤아는 이 기억을 잃었기에 수현은 이 일을 알아낼 곳이 없었다. 윤아가 기억을 회복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돌아올 기억이었으면 진작 돌아오고도 남았지 지금까지 기다렸다가 돌아올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소영은 윤아가 진짜 기억을 회복했다면 지금까지 꾹 참고 찾아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온 세상에 수현을 살린 건 사실 그녀였다고 떠들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이렇게 생각한 소영은 조금 전 꾼 꿈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민감해진 것이라고 자신을 달랬다.수현이 지금 이걸 묻는 건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이 기회에 이미지를 조금 더 불쌍하게 만들면 수현이 그녀를 더욱 아껴줄 거라고 착각했다.그때가 되면 다시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를 꺼내면 된다.그래도 안 되면 목숨으로 위협할 계획이었다. 병원에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의료진이 제때 응급처치만 해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소영은 얼른 방향을 잡고 억울한 척을 조금 더 하기로 작정했다. 그녀가 처지를 불쌍하게 말하면 할수록 수현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더 가슴에 새길 것이라 여겼다.수현이 이 일에 묶여만 있으면 언제든 자연스럽게 결혼하자고 해볼 생각이었다.이렇게 마음을 먹은 소영은 수현의 앞에서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때 사실 힘이 거의 다 빠지긴 했는데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수현 씨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렬해서였어. 수현 씨와 같이 죽기는 싫었거든. 만약 그렇게 죽어버리면 우리는 아무 기회도 없는 거니까, 그런 일념으로 수현 씨를 물 밖으로 끌어낸 거야.”소영의 진술을 듣고도 수현은 전혀 감동하지 않은 듯 덤덤한 표정이었다.“그럼 너는 어떻
수현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소영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소영은 수현이 이 일을 물은 이유가 그냥 과정을 듣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그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소영은 자신이 어떤 비참한 결과를 맞을지 눈에 선했다. 당황한 소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말도 더듬거렸다.“수현 씨, 당신을 구한 건 내가 맞아. 다른 사람이 하는 소리 듣지 마. 다 수현 씨를 현혹하기 위한 수작일 뿐이야. 우리가 헤어졌으면 해서 이간질 하는 거라고.”수현은 소영의 말에서 끝내 듣고 싶었던 관건 정보를 얻어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물었다.“나 누구라고 말한 적 없는데.”소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때 강가에 있었던 사람은 나와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었을 텐데 넌 왜 하필 윤아가 말한 거라고 단정 짓는 거야? 만약 윤아가 현장에 없었다면 무슨 말을 하든 뭐가 중요해?”수현은 다소 매서워진 말투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니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우리 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었다든지.”“아, 아니야!”소영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지만 수현의 시선은 피했다.“난 수현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그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정말 수현 씨랑 나뿐이야. 수현 씨를 살린 것도 나고.”“내가 윤아 씨를 꺼낸 건 어젯밤에 찾으러 갔다길래... 아, 맞다. 어젯밤에 만나러 간 거지? 그래서 오늘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변한 거네. 수현 씨, 어젯밤에는 내가 비굴하게 수현 씨 컵에 약을 탄 건 맞아. 하지만 그것도 수현 씨를 윤아 씨한테 뺏길까 봐 잠시 이성을 잃어서 한 짓이야. 그 행동 하나로 내가 수현 씨를 살린 것까지 부정하지 말아줘.”“수현 씨, 더는 윤아 씨한테 속지 마. 무조건 당신을 속이고 있는 거야. 어젯밤 있었던 일 때문에 일부러 이야기를 지어내서 나를 해치려 드는 거라고.”소영은 미친 사람처럼 수현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소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