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수현의 동정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소영은 답답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쳐다봤다.“엄마, 이 방법을 쓰면 무조건 될 거라면서요? 하지만 수현 씨 지금 전화도 안 받아요. 설마 나한테 정떨어진 거 아니에요? 앞으로 다시는 보기 싫어서 그러는 걸 수도 있잖아요.”유지혜는 입술을 깨물었다.“수현이가 이렇게 고집스러울 줄은 몰랐네.”“다 엄마 때문이에요.”소영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약 타라는 말만 안 들었어도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분명 계속 만날 수 있었을 텐데...”징징거리는 소영의 모습에 유지혜는 짜증이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영이 자신을 탓하자 표정이 일그러지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네가 잘났으면 내가 그런 방법을 댈 필요가 없었겠지. 모자란 너를 탓해. 손에 들어온 먹잇감을 그렇게 놓치고도 내 잘못이다? 그 머리로 퍽이나 더 만났겠다.”유지혜의 욕설에 소영은 어젯밤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게 떠올라 더 원망스러웠다.모자란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그딴 방법을 대준 엄마도 원망스러워 주먹을 불끈 쥐었고 긴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갔다....깊은 밤.잠에 들기 전에 윤이가 엄마에게 물었다.“엄마, 아저씨 오늘도 우리 집으로 와서 자요?”윤아는 이 물음에 하마터면 표정 관리가 안 될 뻔했다. 잠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말했다.“아저씨는 아저씨 집에서 잔대. 오늘 안 와.”윤이는 약간 실망한 것 같았다.“알겠어요.”“왜? 아저씨가 집에 오는 게 좋아?”윤이가 얼른 달콤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곧 아빠가 되어줄 거잖아요. 그때가 되면 아저씨가 나쁜 사람 쫓아줄 거예요.”아이의 마음은 제일 간단하고 단순했다. 그러니 생각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말한다.“그리고 아저씨가 엄마도 되게 잘해주잖아요. 엄마를 챙겨줄 사람도 필요한데.”윤아는 이 말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고 손을 내밀어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
전에는 없었던 기억이 퍼즐 조각처럼 하나하나 맞춰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그날 수현은 부주의로 물에 빠졌다.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기에 수현은 물을 무서워했고 수영을 배우기 꺼렸고 끝내 배우지 않았다.윤아와 수현은 같은 반이 아니었기에 나갈 때면 대부분 같은 반 친구들과 어울렸다.그때도 짝꿍이 강가에 새우를 잡으러 가자고 해서 나간 것이었다.분명 약속하고 출발했는데 절반쯤 갔을 때 갑자기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면 먼저 강가로 가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고 윤아가 먼저 목적지로 향했다.봄날의 강가는 아직 한기가 맴돌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윤아는 목을 움츠렸다. 날이 너무 추워 새우고 뭐고 친구에게 그냥 돌아가자고 하는 게 어떤지 고민하고 있었다.새우를 잡고 나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내적 갈등을 하다가 몸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윤아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영이 큰소리로 다급한 목소리로 구조를 부르고 있었다.“거기 사람 없어요? 살려주세요!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강소영이 왜 여기 있지?’윤아는 주변을 빙 둘러보았지만 사람이라고는 그녀밖에 없었다.‘누가 물에 빠진 거지?’물에 빠진 사람이 있다는 걸 들은 윤아는 얼른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앞으로 내달리며 확인했다.그 사람이 수현이라는 걸 확인한 윤아는 놀라서 혼비백산했다.‘어쩌다 물에 빠진 거지? 물 무서워하는 거 아니었나?’이 생각은 윤아의 뇌리를 잠깐 스치고 사라졌다. 그녀는 얼른 옷에 걸친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안에 받쳐입은 얇은 옷만 남기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소영을 지나쳐 그대로 강에 뛰어들었다.물은 정말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금방 강으로 뛰어든 윤아는 순간 손발이 얼어붙는 걸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수현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열심히 물을 갈랐다. 하지만 강물의 유속이 너무 빨라 안간힘을 다 써서야 겨우 수현의 옆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수현은
결국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과거의 기억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윤아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고 까맣게 잊었던 것들이 디테일하게 다 기억났다.모든 퍼즐이 맞춰지자 윤아는 숨이 가빠와 저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수현을 구한 건 바로 그녀였다.‘그럼 소영 씨는?’전에 소영이야 말로 수현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만약 이 기억이 잘못된 거라면 왜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까.한참이 지나도 윤아는 숨을 제대로 고를 수가 없었다.십여 분쯤 지나고 윤아는 몸을 일으키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수현에게 전화를 걸려고 번호를 찾아냈다.신속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갑자기 후회가 몰려와 얼른 다시 전화를 끊었다.그러더니 이내 머리가 복잡한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그녀도 자기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다.이 시간에 수현에게 전화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설마 그를 구한 사람은 소영이 아니라 나라고 말하려는 걸까?그런다고 수현이 그녀를 믿어주기나 할까?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그녀가 몇 마디 한다고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수현이 아니라 윤아라도 누군가 그녀에게 수현을 구한 사람은 소영이 아니라고 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증거를 찾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증거를 찾는단 말인가.수현이 그를 구한 건 소영이라는 걸 믿은 것도 그가 그때 혼수상태라 누가 구해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때 윤아는 물살에 떠내려갔고 수현의 곁을 지킨 건 소영 밖에 없었다. 그러니 누구든 소영이 구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근데 이 시점에 윤아가 나서서 수현을 구했다고 하면 아마 소영의 공을 뺏은 파렴치한 사람으로 되었을 것이다.사색에 잠겨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윤아는 표정이 살짝 변했다.수현이었다. 아까 윤아가 전화를 하다가 말았으니 수현이 먼저 걸어온 것이다.윤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전화했었어?”수현의 목소리가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왜 전화를 하
전화를 끊고 윤아는 핸드폰을 바로 옆에 놓아두었다.잘 시간이었다.오늘 생각난 일은 증명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말로 해서 믿어줄 사안이 아니었다.하지만 오래전 일이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윤아는 침대에 누웠지만 전혀 졸리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어렵게 살아난 기억으로 가득했다.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답답했다.수현은 그때 소영을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늘 그녀를 각별하게 대했다. 원래는 둘밖에 없었던 세상에 소영이 들어온 것이다.윤아는 수현과 소영 사이를 질투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더 어이없는 건 수현을 구한 사람이 자기였으면 좋겠다는 환상까지 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수현을 구한 건 정말 윤아가 맞았다. 그냥 소영이 그 공을 뺏어간 것일 뿐이다.공을 뺏어갔다라, 윤아의 예쁜 눈매가 점점 구겨졌다.소영은 수현을 물속에서 구해낸 윤아를 당겨주지는 못할망정 그녀가 물살에 휩쓸려간 틈을 타 그녀의 공까지 뺏어간 것이다.바꿔 말하면 소영은 분명히 윤아가 물속에 있는 걸 알면서, 그녀가 물살에 휩쓸려간 걸 알면서도 사람을 더 부를 생각은커녕 그녀가 물살에 휩쓸려갔다는 사실조차 꺼내지 않았다.곰곰이 생각하자 윤아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소영이 심씨 가문이 망한 후 손을 내밀다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었다.윤아가 넋을 잃은 채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얼떨결에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정신을 차려보니 수현이 걸어온 전화였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또 전화를 걸어온 건지 알 수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도 할 말이 없었기에 윤아는 덤덤하게 걸려 오는 전화를 지켜보며 끊을 때까지 받지 않았다.늦은 시간이니 전화를 받지 않아도 연거푸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벨소리가 멈추고 수현은 더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지만 문자를 한 통 받았다.[안 자고 있는 거 다 알아. 지금 집 앞이야.]문자를 확인한 윤아는 멈칫했다. 수현이 집 앞에 있을 줄은 몰랐다.이렇게 오래 있다 다시
윤아가 입을 열려는데 수현이 성큼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오며 현관문을 닫았다.그는 안으로 몇 걸음 더 들어오더니 아예 그녀를 벽에 바짝 몰아세웠다.“나 왜 찾은 거야?”수현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 있었고 눈빛도 우물처럼 깊이를 알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야심한 밤에 먹잇감을 찾은 늑대와도 같았다.“...”윤아는 할말을 잃었다. 그런 수현이 파렴치하다고 생각했다. 어젯밤만 아니었어도 그는 절대로 그녀를 이렇게 대하지 못했을 것이다.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는 심지어 그녀의 이마에 뽀뽀까지 했다.이를 떠올린 윤아는 얼른 수현을 밀쳐냈다.“뭐 하는 거야? 말했잖아. 잘못 눌린 거라고.”“안 믿어.”수현은 아예 윤아의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게 부여잡더니 느끼한 멘트를 날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너처럼 이성적인 사람이 이 야심한 밤에 내 번호를 잘못 눌렀다고?”윤아가 멈칫했다.“그러니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건 나한테 용건이 있었다는 거지.”수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하지만 네가 전화로 말하긴 싫어하는 것 같으니 내가 이렇게 직접 찾아올 수 밖에.”윤아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수현인지라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윤아는 그런 수현을 쳐다보며 입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말을 하려다 마는 윤아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왜? 무슨 말인데 이렇게 어려워해? 설마...”수현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는 걸 윤아가 즉시 말렸다.“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 생각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건 맞아.”수현은 예상이 적중했다는 표정이었다.일단 말을 꺼낸 바에 윤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한 말 믿을 수 있겠어?”“당연하지.”수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럼, 강소영 씨를 믿어 나를 믿어?”이 물음에 수현은 살짝 난감했지만 손으로 윤아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당연히 너지.”수현의 대답에 윤아는 살짝 안심이 되었다.수현이 조금만 대답을 망설여도 윤아
수현의 입술이 가까워지자 윤아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아 자기도 모르게 몸을 뒤로 기울였다.수현은 큼직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꼭 끌어안고는 그녀에게 키스했다.“읍!”지금 무슨 상황인지 자각한 윤아는 힘껏 그를 뿌리쳤다.“얘기 중에 뭐 하는 거야?”윤아에게 밀쳐진 수현은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질투하는 네 모습 보니까 갑자기 키스하고 싶어졌어.”“누가 질투한다고 그래?”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부정했다.수현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수현의 모습을 보니 윤아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기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수현의 태도에 윤아는 혹시나 수현이 자기를 믿지 못하고 일부러 윤아의 정신을 다른 데에 분산시키려는 수작이 아닌가 싶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참지 않고 바로 쏘아붙였다.“혹시 지금 일부러 내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는 거야?”“...”“무슨 소리야, 나는 너 믿는다니까.”수현은 손으로 윤아의 볼을 꼬집으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를 구한 사람은 소영이라고 했는데 그럼 너는? 왜 전에는 말하지 않은 거야?”수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 문제를 토론하려 하자 윤아는 그제야 수현이 그저 겉으로만 믿는 척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이에 윤아도 다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왜냐면 내가 너를 구하고 힘이 다 빠져서 물살에 떠내려갔거든.”이를 들은 수현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러다 겨우 강에서 기어 나왔는데 바로 의식을 잃었어. 그 뒤로 나는 고열에 시달렸고 이 일을 잊어버리게 된 거야.”윤아는 수현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그때 세게 아팠던 건 기억하지?”수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굳힌 채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그가 깨어났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영이 그를 구하기 위해 손까지 다쳤다고 했다. 물에 빠지기 전 수현의 곁에 있던 사람은 소영뿐이었고 의식을 잃기 전 자신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됐어.”윤아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어차피 오래전 일이잖아. 내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누구든 소영 씨가 널 구했다고 생각할 거야.”수현은 윤아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앙다물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세운 공을 다른 사람이 파렴치하게 가져가게 할 수는 없지.”윤아가 차갑게 웃었다.“지금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모든 사람이 너를 구한 건 소영 씨라고 생각하고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나기도 했고. 설마 지금 와서 너를 구한 건 소영 씨가 아니라 나라고 할 거야? 증거는 있어?”“없어.”“그러면 뭐...”순간 어깨에 무게가 느껴졌다. 수현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그를 마주 보게 몸을 한바퀴 돌렸다.“증거라는 건 내가 있고 싶으면 있는 거야.”윤아가 멈칫하더니 되물었다.“뭐?”수현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원래는 그냥 관계만 잘 정리하려고 했지. 나를 구해준 은혜가 있으니까. 근데 나를 구한 적이 없으니 간단하게 관계만 정리할 수는 없지.”윤아가 그런 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심 공주.”현관 쪽에 달린 어두운 조명 아래,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윤아를 불렀다.“증거는 내가 찾을게. 내일 양가 집안이 모여서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할 거야. 정리가 끝나면 너를 쫓아다닐 기회라도 줄래?”Comment by 韩晓瑛: 小说的时间线上,今早就说过了,所以不用加这一句~수현은 이렇게 말하더니 다시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가만히 있다간 그가 또 코앞까지 다가올 것 같아 윤아는 얼른 그의 손을 뿌리치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것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허둥지둥하는 윤아의 모습에 수현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가 꽤 듣기 좋았다.“지금 바로 답안을 주지 못하겠다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서 다시 물으러 올게.”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침묵을 지키다가 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 이제 가봐야겠다.”윤아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온 지 꽤
수현이 가고 윤아는 혼자 현관에 서서 흐트러진 호흡과 기분을 정리했다.한참 지나고 손으로 얼굴을 만져봐도 여전히 뜨거웠다.분명히 그저 포옹이었을 뿐인데 말이다.하지만 수현이 아무것도 캐묻지 않고 바로 그녀의 말을 믿은 건 정말 의외였다.이는 수현의 마음이 그래도 조금은 그녀에게 치우쳐 있다는 방증 아닐까?“엄마?”그때 뒤에서 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훈이가 언제부터 나와 있었는지 그쪽에 서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훈이와 눈이 마주친 윤아는 화들짝 놀랐다.“훈아, 왜 일어났어?”잠든 걸 분명히 확인하고 나온 그녀였다.윤아는 흔들리는 눈빛을 애써 감췄다.‘얼마나 서 있은 거지? 설마 다 본 건 아니겠지.’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훈이 쪽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는 그를 안아 들었다.“나올 때 뭐 좀 챙겨입지 그랬어.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윤아의 품에 안긴 훈이는 두 팔을 벌려 윤아의 목을 감싸안았다.윤아는 켕기는 게 있어 훈이에게 물었다.“언제부터 나와 있었어?”“마침 아저씨 봤어요.”“...”정말 그대로 다 본 것이었다.윤아는 난감한 듯 웃어 보였다. 하지만 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여러 번 본 적이 있으니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였을 것이다.그녀는 훈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훈이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녀도 함구했다.하지만 예상외로 훈이가 질문했다.“엄마, 정말 아저씨랑 사귈 거예요?”이 말을 들은 윤아는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 윤이가 아침에 했던 말이 떠올라 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건 몰라. 어린이는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안 돼. 엄마가 결심하면 우리 훈이와 윤이에게 바로 알려줄게, 어때?”훈이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아이고, 착해라.”윤아는 훈이를 방에 데려다주고 다시 이불을 덮어주며 자라고 했다....병원.소영은 이래저래 버티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그녀를 지키던 유지혜는 수현이 계속 나타나지 않자 피곤하다며 바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