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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떠나기 전에 너랑 잠깐 얘기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

소영은 수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당기며 말했다.

수현은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피해 뒤로 물러났지만 결국 얘기는 들어주기로 했다.

“할 말 있으면 해 봐.”

그러자 소영은 집 쪽을 힐끔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말할까?”

수현은 그런 소영을 한 번 훑어보더니 얇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러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들어와. 할 말 있으면 오늘 밤에 다 해.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볼 일 없을 테니까.”

수현의 쌀쌀맞은 말에 소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오늘 밤이 지나면 난 사라질게. 다시는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_

방 안.

소영은 소파에 앉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뜨거운 물을 받아 들었다.

추위 속에서 반나절을 서 있었더니 몸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니 다행히 체온이 서서히 돌아오는 듯했다.

소영은 한참 동안 말없이 물컵을 바라보다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돌려 수현을 보며 말했다.

“술 있어?”

그 말에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타이밍에 내가 너한테 술을 먹일 것 같아?”

그러자 소영은 처연한 미소를 띠었다.

“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일 텐데. 오늘 밤이 지나면 널 귀찮게 하는 일도 없을 거야. 나랑 조금만 마셔주라.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이제 네 생명의 은인이고 뭐고 그런 것도 다 없던 걸로 해줄게. 응?”

그녀의 말을 끝으로 실내에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소영은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수현이 곧바로 차갑게 쳐낼 것 같아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

수현이 대답을 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한참 후, 수현이 몸을 돌렸다.

소영은 그가 거절할 줄 알고 낯빛이 더더욱 창백해졌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마지막이야.”

소영은 그제야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걱정하지 마. 약속은 꼭 지킬게.”

수현은 곧장 술과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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