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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윤아는 수현이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도 지금 온몸이 뜨거운 원인을 알아챘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놀라서 그런 건지, 윤아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꽉 깨물었다.

“그래서? 이미 어떤 상황인 걸 알면서도 왜 날 찾아온 건데?”

수현은 그녀를 한참 동안 안고 있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 도 모르겠어.”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너 말고는.... 누구한테 가야 할지 모르겠어.”

말을 마치고 얼마간 더 안고 있다가 얼굴을 그대로 그녀의 어깨에 묻었다.

지금 참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데 이렇게라도 그녀를 안고 그녀의 숨결을 느끼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최소한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윤아라는 사실만으로도 말이다.

“누구한테 갈지 몰라서 나한테 왔다고?”

“아니...”

그의 목소리는 마치 의식을 잃은 사람마냥 더듬거리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

“난... 그저... 널 만나러... 오고 싶었어. ”

윤아는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없었다.

“나를 찾아와도 무슨 소용이 있어? 내가 너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어?”

말을 마치고 윤아는 힘껏 그를 밀어내면서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났다.

수현은 뒤로 두 발짝 밀려나면서 벽에 부딪혔다. 눈은 반쯤 풀린 상태에 얼굴은 여전히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지금 죽을힘을 다해 참고 있는데 처량한 모습이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았다.

단순히 열만 나는 상황인 줄 알았으나...

윤아는 지금 당장 그를 몽둥이로 정신 차릴 때까지 때려서 내쫓고 싶었다. 그도 이번이 처음으로 여자의 속임수에 당했다.

“어디 가든 난 상관 안 해. 여자한테 속아서 이 모양 이 꼴이 되다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윤아는 모진 말을 내뱉은 뒤 문을 닫았다.

쾅!

문을 닫는 소리가 너무 큰 나머지 메아리가 쳤다. 그리고 잠시 후 메아리가 사라지고 나니 복도는 삽시에 조용해졌다.

남은 건 오직 지금 애써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수현이었다.

남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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