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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소영이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고? 말이 되나?’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디찬 밤바람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영을 봤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살을 에는듯한 추위 속에서 덜덜 떨고 있는 듯 보였다. 몸뿐만 아니라 두 볼도 이미 빨갛게 얼어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참 불쌍하고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몰래 윤아의 임신 사실이 담긴 메시지를 지우고 오백만이라는 돈까지 쥐여주었다니.

소영이 뭘 하려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윤아가 그녀의 바람대로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수현은 그의 소중한 두 아이를 잃게 되었을 거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수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려왔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

은혜라면 이미 충분히 갚았다.

진씨 집안은 그녀의 집안에도 줄곧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옛정이 계속 남아있는 한 수현은 그 집안에 계속 도움을 줄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소영이 만족할 수만 있다면.

“안 봅니다.”

결국 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 거라면 전화로 하라고 하세요.”

수현이 소영을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거다.

작별 인사인데도 만나주지 않는다니. 운전기사는 수현이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는 꼿꼿한 수현의 모습에 더 뭐라 말하기도 난처해졌다. 그도 어찌 보면 수현의 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결국 얼마 되지 않아 운전기사는 다시 소영에게로 돌아갔다.

소영은 기다리는 수현은 내리지 않고 운전기사만 돌아오는 걸 보며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기사 아저씨? 안 만나주겠대요?”

운전기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돌아가시죠.”

“아, 안 돼요.”

그러자 소영이 울음을 터뜨리며 길가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녀는 체면은 다 내려놓은 듯 엉엉 울며 말했다.

“수현 씨. 나와서 나 좀 만나줘. 나 진짜 인사만 하러 온 거야. 나 이제 곧 떠나.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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