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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결국 윤아는 복잡한 마음으로 수현과의 통화를 끝마쳤다.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있는 윤아는 마음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사실 수현에게 굉장히 불리한 내용이었다.

그에게 아이들의 양육비는 물론 시간에 에너지까지 투자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는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양육권도 줄 수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는 남의 아이를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두 아이가 그와 혈연적으로는 관계가 있다지만 성씨는 윤아의 성을 따르는 데다가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으니.

사실 수현이라면 얼마든지 이 황당한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다. 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밀어붙이거나.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걸 다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윤아는 손을 올려 미간을 꾹 누르며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이건 진수현의 계략이야. 쉽게 믿어선 안 돼. 또다시 상처받진 않을 거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진수현도 이제 어릴 적 그 애가 아니야.”

윤아는 스스로를 세뇌 하며 겨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야 윤아는 다시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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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물건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선 윤아의 앞엔 익숙한 검은 차량이 입구에서 보란 듯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수현이 차에 기대어 서있었는데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마침 퇴근 시간이라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을뿐더러 회사 사람들 중에 수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수현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에서 나오던 윤아는 이 광경을 보고는 주춤하더니 곧바로 발길을 돌려 구석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도망간 윤아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

진짜 어이없는 사람이다. 분명히 얘기 했는데 또 이렇게 약속을 어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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