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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그래.”

윤아는 차에서 내려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수현이와 평온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 때문인가.’

아니면 정말 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가 아이를 지우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걸 알아서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일지라도 윤아는 따지기 싫었다. 그저 두 아이가 온전한 사랑을 받고 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윤아는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낼까 두려웠다. 사무실에 도착한 윤아는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민우가 와서 면접 인원 몇 명 있다고 보고하자 그녀는 할 수 없이 같이 다녀왔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윤아는 돌아와 계속 계약서를 마무리했다.

자신과 수현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며 관계가 있다면 아이들 때문에 이어진 관계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둘은 그저 이혼한 남남이었다.

윤아는 조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작성한 후 예전의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윤아가 자신의 의도를 간략하게 설명하자 변호사도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윤아 씨의 의견은 아이들의 양육권은 여전히 윤아 씨에게 속하며 남자 측은 그저 아버지의 의무를 다할 뿐 실질적 권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시다는 거지요?”

“네. 맞아요.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일단 작성한 조항을 제가 한번 볼게요.”

변호사는 윤아가 작성한 계약서를 빠르게 훑어본 후 말했다.

“네.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한 번 더 보완해서 드릴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수현이라면 이런 불공평한 계약서에 절대로 사인을 안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5년의 세월도 그녀에게 불공평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인 안 하면 말지 뭐. 아이들을 떠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지. 내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잖아.’

윤아가 생각에 잠겨있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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