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담담하게 웃었다.“네. 만났어요.”윤아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그러자 심인철은 적잖이 놀란 듯 되물었다.“뭐? 아이에 대해서까지 다 알아버렸다고? 게다가 너와 같이 아이를 키우려 한다고?”“그저 같이 키우는 거지 공동 양육권은 아니에요.”윤아가 정정했다.“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놈이 다시 아이를 빼앗으려 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니?”“합의서를 작성했으니 그러진 못할 거예요.”“합의서에 사인 한다더냐?”“안 한다면 아이들 얼굴 볼 생각은 말아야죠.”윤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때가 되면 아이는 그쪽에 보낼게요. 아빠가 아이들이랑 같이 지내주세요.”그 말에 심인철도 바로 승낙했다.“네 말이 맞다. 아이를 빼앗으려 하면 아빠한테 보내라.”“네.”“다만...”심인철이 또다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그 사람과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거니? 이선우랑 헤어진 데에 정말 그 원인은 없었던 거야?”“그게 무슨 소리세요. 그런 거 아니에요, 아빠. 그 사람 아니었어도 전 선우와 안됐을 거예요. 이건 정말 확신할 수 있어요.”그러자 심인철도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하긴.”오늘 물으려던 것도 다 물어봤으니 그는 윤아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게 짧은 인사를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윤아는 사색에 잠겼다.선우네 집에서 벌써 선우의 짝을 찾고 있다니. 이렇게 서두르는 걸 보니... 이미 마음 정리를 다 끝내고 잘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그도 이제 보통의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도 갖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겠지.윤아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드리웠다.뭐라 해도 한때 그녀에게 참 잘해줬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건 윤아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_오후에 윤아는 변호사에게서 수정을 마친 합의서 내용을 받아 별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이메일을 통해 수현에게 보냈다.윤아의 이메일을 받은 수현은 큰 걱정 없이 내용을 확인했다. 윤아가 얼마나 깐깐하고 세심한 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으
결국 윤아는 복잡한 마음으로 수현과의 통화를 끝마쳤다.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있는 윤아는 마음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사실 수현에게 굉장히 불리한 내용이었다.그에게 아이들의 양육비는 물론 시간에 에너지까지 투자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는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양육권도 줄 수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일도 없을 것이다.어떻게 보면 그는 남의 아이를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두 아이가 그와 혈연적으로는 관계가 있다지만 성씨는 윤아의 성을 따르는 데다가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으니.사실 수현이라면 얼마든지 이 황당한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다. 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밀어붙이거나.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걸 다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윤아는 손을 올려 미간을 꾹 누르며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았다.“이건 진수현의 계략이야. 쉽게 믿어선 안 돼. 또다시 상처받진 않을 거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진수현도 이제 어릴 적 그 애가 아니야.”윤아는 스스로를 세뇌 하며 겨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야 윤아는 다시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_시간은 흘러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물건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선 윤아의 앞엔 익숙한 검은 차량이 입구에서 보란 듯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수현이 차에 기대어 서있었는데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그도 그럴것이 마침 퇴근 시간이라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을뿐더러 회사 사람들 중에 수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수현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수군대기 시작했다.그들의 뒤에서 나오던 윤아는 이 광경을 보고는 주춤하더니 곧바로 발길을 돌려 구석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도망간 윤아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진짜 어이없는 사람이다. 분명히 얘기 했는데 또 이렇게 약속을 어기고
수현은 하는 수 없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알았어.”하지만 윤아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말투도 어딘가 이상한 것이 아무래도 말로만 알겠다고 하고 또 마음대로 행동할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수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런데 난 네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진 않았어.”“?”“지금 주고 있잖아.”그러자 수현이 한참 후에 다시 입을 뗐다.“내가 데리러 오든 말든 넌 평소대로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퇴근도 할거잖아. 내가 와주면 기름값도 아끼고 아침값도 아끼는 거 아닌가.”아침밥을 수현이 사긴 했지.“그럼 내가 뭐 고맙다고 해야 해?”“괜찮아.”수현이 사뭇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내 아이와 아이 엄마한테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윤아는 수현과 말도 섞기 싫어졌다.“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그는 윤아가 거절할까 봐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아이들 기다리겠다.”“...”그는 윤아를 다루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윤아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차에 타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수현도 그걸 눈치챈 듯 말했다.“계약이 성사되면 앞으로 이런 기회는 많을 거야. 어차피 나와 아이들 사이는 숨긴다 해서 숨겨지는 일이 아니야. 사람들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듣고 보니 그렇긴 하다.“알았어.”윤아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그녀는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수현에게 다가갔다.다가오는 윤아를 보자 수현의 입꼬리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서서히 올라갔다. 그는 자상하게 손수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구애하는 공작새와 같이 우아했다.윤아는 회사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피해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쾅.차 문이 닫히던 그때, 윤아는 마침 고개를 돌린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윤아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며 운전기사는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윤아 아가씨.”그의 가벼운 인사에 윤아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이윽고 수현도 빠르게 차에 올
합의서에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건지, 아니면 정말 그의 말대로 차에서 글을 읽는 게 눈에 안좋다고 그러는건지는 알 수가 없다.수현은 이미 합의서를 도로 넣었고 덕분에 윤아도 계속해서 읽을 수 없게 되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윤아는 수현과 더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아졌다.수현도 그런 윤아의 생각을 눈치 챈건지 더 말을 걸지 않았다.둘은 그렇게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침에도 아이들은 수현이 등교를 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도 윤아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현이 능숙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두 녀석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윤아에게 안기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윤이는 수현이 아직 차에 타지 않은 틈을 타 작은 얼굴을 들어올리며 소곤소곤 물었다.“엄마, 고독현 밤 아저씨를 우리 아빠로 허락한거예요?”그 질문은...윤아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주춤하던 그때, 수현이 어느새 차 문을 열고 들어왔다.윤아는 턱끝까지 올라왔던 말을 삼키고 급하게 말을 돌렸다.“우리 애기, 그건 엄마가 돌아가서 얘기해 줄게.”그녀의 말에 윤이는 고분고분하게 알겠다고 한 후 입을 다물었다.운전기사는 빠르게 그들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 수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저녁 같이 먹을래?”그 말에 윤아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말했다.“다음에.”수현은 기어코 그 설계도를 윤아의 손에 쥐어주더니 한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합의서 다 보고 시간 남으면 그것도 봐.”윤아는 어느새 손에 쥐어진 설계도를 물끄러미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이만 돌아가.”말을 마친 윤아는 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수현은 차에 기댄 채 윤아와 그녀의 두 아이가 무사히 집에 들어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는 그제야 차에 탔다.차에 탄 수현은 차창을 내리더니 평소와 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백미러로 그런 수현의 모습을 힐끗 보던 운전기사는 그가 오늘따라 어딘가 좀 이상한 듯 싶어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하지만 소영이 어떤 사람인지 운전기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수현의 말에 바로 차에서 내리는 대신 조심스레 물었다.“소영 아가씨가 안 가시면 어쩌죠?”“이 비서한테 전화하세요. 사람 불러오라고.”그 말에 운전기사는 마음속에 수가 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곧이어 그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었다.소영은 가방끈을 손에 꼭 쥔 채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가방 안에는 엄마가 그녀를 도울 거라며 챙겨준 물건이 들어있었다.소영은 이제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찾아오는 건 승산이 없는 것 같아 며칠 잠자코 있을 예정이었지만 그녀의 엄마인 유지혜가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며 그녀를 부추기는 바람에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다.소영은 조금 긴장한 듯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승패는 한순간에 달려있다. 그녀는 오늘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그러나 차에서 내린 사람은 수현이 아닌 그의 운전기사였다.소영은 그녀에게 다가오는 운전기사를 한 눈 보고는 시선을 돌려 차 안을 보았지만 어두운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운전기사에게 물었다.“수현 씨는?”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그녀의 말투에는 운전기사에게 따지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다.운전기사는 윤아와 다른 소영의 이런 성격을 참 싫어했다. 특히 부잣집 아가씨라고 사람 깔보는 듯한 저 태도.소영은 운전기사에게 뭘 물을 때마다 저런 태도다.그는 원래 예의를 갖춰 돌아가달라고 할 참이었지만 소영이 이렇게 나오자 빈정이 확 확 상해 퉁명스럽게 말했다.“아가씨. 저희 대표님께서 아가씨와 만나고 싶지 않으니 이만 돌아가시랍니다.”그러자 소영은 안색이 확 바뀌더니 차 안을 보았다.“수현 씨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다고요?”운전기사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이 아가씨 보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어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콧대 높게 굴던 소영은 순식간에 풀이 죽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기사 아저씨.”“...”“저 대신 수
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소영이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고? 말이 되나?’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디찬 밤바람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영을 봤다.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살을 에는듯한 추위 속에서 덜덜 떨고 있는 듯 보였다. 몸뿐만 아니라 두 볼도 이미 빨갛게 얼어있었다.겉모습만 보면 참 불쌍하고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여자다.그런 여자가 몰래 윤아의 임신 사실이 담긴 메시지를 지우고 오백만이라는 돈까지 쥐여주었다니.소영이 뭘 하려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윤아가 그녀의 바람대로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수현은 그의 소중한 두 아이를 잃게 되었을 거다.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수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려왔다.마음 약해지지 말자.은혜라면 이미 충분히 갚았다.진씨 집안은 그녀의 집안에도 줄곧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옛정이 계속 남아있는 한 수현은 그 집안에 계속 도움을 줄 생각이다.그렇게라도 소영이 만족할 수만 있다면.“안 봅니다.”결국 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 거라면 전화로 하라고 하세요.”수현이 소영을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거다.작별 인사인데도 만나주지 않는다니. 운전기사는 수현이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그는 꼿꼿한 수현의 모습에 더 뭐라 말하기도 난처해졌다. 그도 어찌 보면 수현의 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이지 않은가.결국 얼마 되지 않아 운전기사는 다시 소영에게로 돌아갔다.소영은 기다리는 수현은 내리지 않고 운전기사만 돌아오는 걸 보며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기사 아저씨? 안 만나주겠대요?”운전기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만 돌아가시죠.”“아, 안 돼요.”그러자 소영이 울음을 터뜨리며 길가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녀는 체면은 다 내려놓은 듯 엉엉 울며 말했다.“수현 씨. 나와서 나 좀 만나줘. 나 진짜 인사만 하러 온 거야. 나 이제 곧 떠나.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얼
“떠나기 전에 너랑 잠깐 얘기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소영은 수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당기며 말했다.수현은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피해 뒤로 물러났지만 결국 얘기는 들어주기로 했다.“할 말 있으면 해 봐.”그러자 소영은 집 쪽을 힐끔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나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말할까?”수현은 그런 소영을 한 번 훑어보더니 얇은 입술을 앙다물었다.그러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들어와. 할 말 있으면 오늘 밤에 다 해.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볼 일 없을 테니까.”수현의 쌀쌀맞은 말에 소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 오늘 밤이 지나면 난 사라질게. 다시는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_방 안.소영은 소파에 앉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뜨거운 물을 받아 들었다.추위 속에서 반나절을 서 있었더니 몸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니 다행히 체온이 서서히 돌아오는 듯했다.소영은 한참 동안 말없이 물컵을 바라보다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돌려 수현을 보며 말했다.“술 있어?”그 말에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타이밍에 내가 너한테 술을 먹일 것 같아?”그러자 소영은 처연한 미소를 띠었다.“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일 텐데. 오늘 밤이 지나면 널 귀찮게 하는 일도 없을 거야. 나랑 조금만 마셔주라.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이제 네 생명의 은인이고 뭐고 그런 것도 다 없던 걸로 해줄게. 응?”그녀의 말을 끝으로 실내에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소영은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수현이 곧바로 차갑게 쳐낼 것 같아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수현이 대답을 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한참 후, 수현이 몸을 돌렸다.소영은 그가 거절할 줄 알고 낯빛이 더더욱 창백해졌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마지막이야.”소영은 그제야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걱정하지 마. 약속은 꼭 지킬게.”수현은 곧장 술과 잔을
이제 수현만 계획대로 나와주면 된다.소영은 이미 수현이 그녀를 거절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분 50퍼센트? 그래.”“안되지? 그럼...”소영은 뒤늦게 된다는 수현의 대답을 인지하고 머리가 띵해졌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 상황에 그대로 굳어버렸다.방금... 잘못 들은 건가?된다고?지분 50퍼센트를?소영은 진 씨 그룹의 이익 창출 정도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영도 진 씨 그룹 지분 50퍼센트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그걸 가지게 된다면 그녀의 입지는 하루아침에 수직상승할 게 분명했다.그런데... 이걸 왜 승낙하는 거지?소영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듯 수현을 쳐다봤다.“수현 씨...”그녀와 인연을 끊을 수만 있다면 지분 50퍼센트도 기꺼이 내어준단 말인가?심윤아를 위해 거기까지 할 수 있다고?수현의 모든 행동이 오로지 심윤아를 위한 거라는 생각들자 소영은 순간 화가 치밀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하지만 곧 정신을 다잡고 그녀의 목적을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며 표정 관리를 했다.“수현 씨. 정말 그 지분을 나한테 준다고? 무려 50퍼센트나 되는걸?”수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말했다.“많다고 생각해?”“많지 않아?”“그럼 50퍼센트 더 더해서 100 채워줄게.”소영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 했다.“뭐, 뭐?”그녀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되물었다.“지분 100퍼센트를 준다고?”짜릿한 나머지 소영은 저도 모르게 냉큼 받겠다고 말할 뻔했다.애초에 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도 그의 옆에 있고 싶어서 지킨 거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의 옆자리는 곧 진 씨 그룹의 안주인 자리니까.진 씨 그룹 안주인 자리를 탐내는 건 결국 돈 때문이 아니던가?지분 100퍼센트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지금 왜 굳이...소영은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수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흥분에 겨운 그녀와 달리 수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응. 대신 합의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