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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훈이도 엄마 말대로 동생이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게 잘 살펴보았다.

하지만 윤이의 성격이 너무 활발했던 지라 훈이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튿날 윤이가 ‘고독현 밤’을 만난 후 한 첫마디가 바로 이거였다.

“아저씨 정말 잘생겼어요.”

윤이 뒤에 있던 훈이는 이 말을 듣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윤이의 입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그가 막으려고 할 땐 이미 늦었다.

“고독현 아저씨가 내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훈이는 순간 풀이 죽었다. 엄마가 맡긴 임무를 이렇게 실패하다니...

수현은 손에 뭘 들고 있었는데 윤이의 말을 듣자마자 온몸이 경직된 채 원래 자리에 멍해 있었다. 심지어 너무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봉지도 바닥에 툭 떨어졌다.

봉지가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보았다. 하지만 학교엔 거의 어린아이뿐이어서 본다 해도 그저 호기심 때문이었지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수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채 윤이를 보았다. 한참이 지나서 그는 윤이 앞에 몸을 굽히고 큰 손으로 아이의 작은 어깨를 감싸며 물었다.

“아까 뭐라고 했어?”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다시 한번 말해 줄래?”

윤이는 자신의 어깨에 닿은 손힘이 아주 센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 아저씨에게서 아주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친근감이 들었다.

그래서 윤이는 수현을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윤이는 아저씨가 너무 좋아요. 그러니까 윤이 아빠 해주면 안 돼요?”

아이의 입에서 다시 이 말을 듣자 수현은 심장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그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빠 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그의 아이가 그가 아빠로 되기를 원했다.

아이의 환심을 사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고독현 아저씨.”

이때 훈이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긴장된 듯 수현에게 말했다,

“아저씨, 윤이가 장난친 거예요.”

수현은 갑자기 훈이를 보며 물었다.

“너도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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