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82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민기는 이 말들을 다 마음속에 담아 두었고 또 똑똑히 알고 있었다. 지금 집안의 좋은 생활은 모두 이 갑자기 나타난 ‘삼촌’이 준 거라는 걸.

그래서 그를 소홀히 대하더라도 마음속에 조금의 불만도 없었다.

오늘 수현은 패스트 푸드 대신 특급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도시락에 넣어 갖고 왔다. 그는 지금 하나하나씩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수현도 자신이 어느 날 아이 아빠처럼 아이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러 학교에 올 줄은 몰랐다.

이런 일은 예전의 그였다면 절대 생각도 하지 못한 거였고 심지어 해라고 해도 절대 하지 않을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달갑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음식을 테이블에 차려 놓은 후, 그는 두 아이의 눈빛 변화를 관찰했다. 모두 놀라운 시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아마 그가 이토록 푸짐한 음식을 가지고 올 줄 몰라서인 것 같았다.

수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깨끗이 손 씻었어?”

“네, 깨끗이 씻었어요.”

윤이는 수현을 향해 자신의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수현은 조용히 앉아 있는 훈이를 한번 본 후. 시선을 윤이에게 두며 조용히 물었다.

“윤아, 아까 한 얘기 네 엄마는 알고 있어?”

“무슨 얘기요?”

“고독현 아저씨가 네 아빠로 되어 달라고 했던 얘기 말이야.”

“알죠. 어제 엄마한테 말 했는 걸요.”

이 말을 듣자 수현의 안색은 조금 변했다.

‘어제 말했다고? 어제 윤아한테 말한 다음 오늘 바로 나한테 말했다고? 설마 거절하지 않은 거야?’

이 가능성을 의식한 다음 수현은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그럼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데? 허락... 했어?”

그는 이 답이 긍정임을 바라면서도 또 아니길 바랐다.

긍정이라면 아마 기쁘지는 않을 거다. 지금의 ‘고독현 밤’은 윤아에게 있어서 아주 낯선 사람은 아니어도 또 그렇게 익숙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허락할 수 있을까?

아무튼 지금 수현은 다중 신분 때문에 지극히 주저하는 정서 속에 푹 빠졌다.

“음.”

윤이는 고기를 한 입 먹고 입을 열었다.

“아저씨, 그냥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83화

    비록 겉으로 보기엔 수현은 이미 절반쯤 성공했지만 실은 훈이의 환심을 사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남은 50%를 잘 해내지 못한다면 거의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아들은 나이가 어리긴 해도 성격이 비교적 어른스러웠는데 정말 어릴 때의 그와 똑같았다.수현은 갑자기 자신의 성격이 못마땅했다. 아들마저 이런 성격을 물려받아 지금 상황이 꽤 어려워진 것 같아서였다.윤이는 다 먹은 후, 민기를 끌고 놀러 갔고 훈이는 혼자 남아 수현의 정리를 도왔다.아이는 그 어떤 원망도 없었고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일 처리가 듬직했다. 수현은 조용히 아이를 관찰한 후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아저씨가 혼자 하면 돼. 훈이는 친구들이랑 놀아.”그러나 훈이는 조용히 고개를 저은 후,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엄마가 공짜로 먹으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뭐라도 해야 해요.”이 말을 듣자 수현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공짜로 먹으면 안 된다고?”“네.”그는 잠시 고민한 후, 또 웃었다.“그래. 나중에 시간 되면 네 엄마 앞에서 아저씨에 대한 좋은 말 좀 해줘. 많이 칭찬해 주는 거라면 공짜로 먹는 게 아니지 않아?”아주 놀라운 말을 들은 듯, 훈이는 고개를 들어 수현을 보았다. 아마 그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던 것 같다.아이는 수현의 시선 하에 입을 꾹 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훈이 모습에 수현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고 아이 앞에서 몸을 굽혔다.“훈아?”“네, 아저씨.”“너는 아저씨가 싫어?”싫다는 말이 너무 심했는지 아이는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싫지 않아요.”“싫지 않으면? 그럼 아저씨가 좋아? 만약 아저씨가 훈이 아빠로 되고 싶다면 허락할 거야?”훈이는 수현을 조용히 바라보며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수현도 서두르지 않았다. 부자는 이렇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한참이 지나서야 훈이는 조용히 말했다.“아저씨, 그건 훈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84화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고독현 아저씨였고 심지어 그들의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한다.그래서 훈이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고독현 아저씨가 사실 엄마를 예전부터 알고 있어서 계속 라이브 방송에 들어가 후원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훈이의 질문에 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반응했다. 그는 눈앞에 서 있는 조그마한 아이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어린 꼬마인데 아주 예민했다. 이런 질문은 일시적인 호기심에 한 것이 아니다.수현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머금고 훈이에게 물었다. “훈아, 네 생각은 어때?”훈이는 입술을 움찔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능구렁이.훈이 머릿속엔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는데 눈앞의 고독현 아저씨랑 너무 잘 어울렸다. 훈이는 갑자기 엄마가 고독현 아저씨랑 만나면 아저씨의 계략을 못 따라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훈이는 갑자기 경각심이 생겼다. 수현은 아이를 한번 떠보려던 자신의 말 한마디에 녀석이 갑자기 이렇게 경계심을 곤두세울 줄은 몰랐다.아이는 그의 말을 알아들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뭔가를 연상했을 거다.훗, 역시 내 아들이군. 똑똑해.수현은 당연히 훈이가 자신에게 이런 위화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호감을 쌓을 수 있겠는가.수현은 앞으로 다가가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해명했다. “사실 아는 사이야. 하지만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야, 알겠지?”말을 들은 훈이 눈에는 의아함이 비쳤다. “고독현 아저씨, 정말 우리 엄마를 알아요? 그러면 우리 엄마도 아저씨를 아는 거예요?”수현은 입술을 움찔했다.눈앞에는 비록 다섯 살짜리 꼬마지만 경각심이 대단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한 뒤에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지.”아니나 다를까 무표정하던 훈이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고독현 아저씨?”“다만 고독현 아저씨가 잘못한 게 있어서 네 엄마는 당분간 나를 보고 싶지 않아 해. 하지만 아저씨는 만회하고 싶으니까, 당분간은 아저씨의 비밀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85화

    항상 그랬다.그는 자기가 오빠인 것을 묵인했다. 게다가 윤이가 먹성이 좋고 유달리 활동적이기 때문에 그는 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 시선은 영원히 자기 여동생에게 초점을 맞추었고 윤이가 함부로 말하지 않았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주시했다.그런데 지금 수현이 한 말을 듣자 아이는 눈시울을 붉혔다. 훈이는 다른 사람이 그의 표정을 볼까 봐 매우 두려운 듯 강한 자존심에 고개를 숙였다.수현은 어떻게 아이의 감정을 모르겠는가. 이때 그는 어린 아이에게도 자존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니 반드시 존중해야 했다.그 생각에 수현은 속삭이듯 말했다.“얼른 들어가. 윤이가 기다리겠어.”“네.”꼬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다만 이번에 그는 몇 걸음 걷고 나서 수현을 돌아보았다.“아저씨, 훈이가... 아저씨를 위해 비밀을 지킬게요.”“그래? 그럼 아저씨는 감사하지.”수현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심서훈이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점차 입꼬리가 내려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치켜 올라갔다. 이번 대화로 뜻밖의 기쁨이 있을 줄은 몰랐다.훈이가 비밀을 지켜준다고 했으니 두 사람의 관계도 더 가까워졌다.-이때 윤아는 훈이가 수매당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그날 이후로 선우가 찾아오지 않아 요즘 인간관계를 처리할 때 한결 쉬워졌다. 선우는 마치 세상에서 증발한 듯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다.의외라고 생각했다. 만약 선우가 다시 찾아온다면 더 심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는데 다행히 찾아오지 않았다.하지만 그때가서 지난번처럼 상처 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정말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역시 수현이었다. 그날 차를 보러 간 후로 그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그날 무슨 일 때문에 수현이 갑자기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렇게 된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아마 그녀의 주위는 천천히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지금은 윤이와 훈이가 아직 어리지만 몇 년 후에 두 아이가 성장하고 그녀의 회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86화

    어쩔 수 없이 윤아는 휴대전화를 받았다.위의 숫자를 본 윤아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진수현!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자 회사 직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고?그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윤아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수현, 이러는 게 재밌어?”전화기 너머 긴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옆에 있던 민우는 그녀의 노기등등한 모습에 순간적으로 두피가 저려왔다. 비록 윤아가 예전에 수현과 결혼한 적이 있어 두 사람이 매우 가까운 사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수현이었다.평소에는 차갑고 매서운 사람이었고 지금은 또 회사의 투자자이기도 한데 말을 좀 부드럽게 할 수 없을까?하지만 지금 민우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애써 숨을 죽이며 존재감을 떨어뜨렸다.상대방은 말이 없었고 윤아도 그냥 전화를 끊을 생각이 없어 따져 물었다.“말 좀 해.”그녀가 재촉하자, 저쪽에서 비로소 나지막한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왜 우리 회사 직원에게 전화했어?”수현이 되물었다.“그럼 왜 내 전화를 안 받았어?”“웃겨. 내가 왜 당신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한참 뒤에야 수현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심윤아, 내가 사적인 신분으로 전화한 줄 안 거야?”“?”“지금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잊은 건 아니지?”수현의 말투는 다소 무심하게 들렸다.“내가 일깨워줘야 해?”여기까지 들은 윤아는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던 화가 한순간에 꺼져버렸다.수현은 현재 그녀 회사의 투자자였다.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차갑게 말했다. “근데 뭐? 협력관계라고 해도 굳이 내 직원에게 전화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의 계약서에 직원을 괴롭히는 것도 있어?”“하.”수현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그럼 우리 계약서에는 투자자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게 있어?”윤아는 입을 오므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귀띔해 줘야 해? 디자인 시안을 아직 가져오지 않았어.”수현의 무뚝뚝한 말투와 내용에 윤아는 정신을 차렸다.디자인 시안?그녀는 민우를 바라보았는데 두 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87화

    윤아는 기획안을 다 정리한 후 수현에게 전화 걸었다.“메일 주소 알려줘. 기획안 보낼...”“회사로 가져다줘.”잠시 멍해 있던 윤아는 수현이 또 말하는 것을 들었다.“주소는 이 비서에게 보내라고 할게.”“메일로 보내면 안 될까?”“심윤아, 내가 투자한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야. 당신이 놀라고 준 돈도 아니고. 진지하게 임했으면 해.”전화를 끊은 후 윤아는 심호흡하고 성질을 가라앉힌 다음 일어나 기획안을 프린터에서 인쇄했다.그녀가 다 끝내자 민재가 진 씨 그룹 지사의 주소도 보내왔다.윤아는 기획안을 서류봉투에 넣고 일어나 문을 나섰다.그녀는 민재가 알려준 주소를 따라 지점 아래층에 일찍 도착했다.역시 진 씨 그룹이었다. 수원에 있는 지사라 해도 빌딩이 장관이다.어쩐지 그가 자신의 작은 회사에 투자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많은 직원이 와서 취직하더라니.윤아는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갔다.지사라도 사람을 만나려면 예약이 필요했다. 윤아는 이미 똑똑해져서 프런트에 직접 수현을 찾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이 비서님과 약속이 있습니다.”역시 이비서의 이름에 프런트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윤아의 깔끔한 옷차림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바로 조회해 드리겠습니다.”1분 후.프런트에서 전화를 끊고 말했다. “아가씨, 5번 엘리베이터로 바로 16층에 올라가 비서실로 가세요.”“감사합니다.”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윤아는 생각에 잠겼다.이제 평온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업무상의 이유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수현이 일을 빌미로 다른 요구를 제기한다면 윤아는 전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자신의 미간을 만지작거렸다.엘리베이터 밖, 민재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아가 나오자 얼른 미소를 지었다.“윤아 아가씨.”윤아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윤아는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88화

    수현은 그 자리에 서서 처음에는 무표정했지만, 무엇을 보았는지 눈살을 찌푸렸다.“이 기획안은 누가 만든 거야?”윤아는 그의 말투에 눈을 부릅뜨고 그를 보았다.“왜 그래?”“당신이 한 거야?”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왜?”말이 끝나자마자 수현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5년 동안 이것밖에 못 배웠어?”윤아는 말을 듣고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무슨 뜻이야? 내 기획안에 문제 있어?”“당신의 기획안대로라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회사를 아예 열지 마.”“...”이런 말이 수현의 입에서 나와서 윤아는 매우 화가 났지만 그녀는 수현이 업무와 관련해서 항상 진지하고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수현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윤아의 기획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윤아는 마지못해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무슨 의견이 있는데?”수현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기획안을 들고 자신의 책상 앞으로 가서 책상 위에 집어 던졌다.수현이 자신을 상대하지 않자, 윤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다가갔다.“문제가 뭔데? 수정할게.”수현는 입술을 옴짝달싹했다.“이건 폐기해야 하니 수정할 필요 없어.”“...”그녀가 만든 기획안이 이렇게 형편없단 말인가?”수정은 둘째치고 전부 폐기해야 한다고?윤아는 갑자기 수현이 일부러 복수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그녀는 기획안을 들어 보고는 말했다.“진짜 이걸 폐기할 거야?”이 말을 들은 수현은 입을 열었다. “당신이 그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면 사용해도 의견 없어.”잠시 침묵하다가 윤아가 말했다. “알았어. 만약 이 기획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낼게.”말을 마친 윤아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내가 가라고 했어?”윤아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수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왔다 갔다 하면서 길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할 거야? 내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야?”“길에서 시간 낭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89화

    '비밀번호가 내 생일이라고?''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이 노트북은 새것처럼 보였는데 아마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컴퓨터 비밀번호를 자신의 생일로 설정했다고?''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이혼을 주동하고, 심지어 아이를 유산시키고도 그녀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사용했다고?'윤아는 자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무표정한 얼굴로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컴퓨터가 진짜 켜졌다. 정말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왜?''진수현, 너 도대체 왜?'윤아는 한스러워하며 새 파일을 만든 다음 타자했다.생각하지도 말고 속지도 말자.설령 그가 자신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사용한다고 해도,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과거는 이미 지났고 지금 그녀는 미래를 내다보고 마주한 일을 완성해야 한다.그러나 기획안이 수현의 마음에 들지 않으니 윤아는 당연히 그의 의견을 물을 것이다.수현은 비밀번호가 윤아에게 약간의 파장도 일으키지 않은 것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남긴 것이니.기획안도 자연히 오늘 만들어야 한다.그는 손끝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는데 표정과 동작이 모두 무심해 보였다.“당신은 광고회사를 하고 있는데, 방금 그 기획안은 마치 한 사람의 계획처럼 너무 이상적이야. 작은 회사가 빠르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기회를 잘 잡아야 해.”말하는 동안 그의 손끝은 원래 기획안 중 어느 하나에 떨어졌다. “너무 고전적이어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야. 외국에서 5년 동안 이런 걸 배웠어? 아니면 이선우가 당신에게 이것만 가르친 거야? 보아하니 그를 선택한 것도 그저 그렇네.”마지막 한 마디에는 사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섞여 있었다.그러자 열심히 듣던 윤아의 얼굴에 다른 표정이 더해졌다. 윤아는 찡그린 얼굴로 불쾌하듯 그를 바라보았다.“진 대표님, 저와 업무 이야기를 하실 겁니까, 아니면 사생활 이야기를 하실 겁니까?”수현의 눈동자는 칠흑같이 어두웠다.“일 얘기하면 어떻고 사생활 얘기하면 어때?”“만약 일에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90화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기획안 안 할 거야?”그가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인지 윤아의 마음도 편해졌다. 기획안은 원래부터 해야 하는 것인데 체면 때문에 수현에게 몇 마디 쏘아붙이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 이후 일하는 시간 동안 수현은 예전처럼 자꾸 신랄한 말을 하지 않고 진지하게 그녀와 기획안을 논의했다.아마도 그녀가 오랫동안 귀국하지 않은 탓인지 전후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현의 지도와 조언으로 윤아는 확실히 많은 것을 배웠다.그래서 마지막에는 윤아도 옆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전남편이었다는 것을 잊고 일에 몰두했다. 수현과 말하는 말투는 마치 그를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처럼 정상적이었다.이를 깨달은 수현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윤아는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민재가 두 사람에게 식사하라고 문을 두드렸을 때 그녀의 기획안은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노트북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민재는 어쩔 수 없이 수현을 바라보았다.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입을 열었다.“밥 먹어야지.”“응.”윤아는 대답했지만 화면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니, 수현는 그녀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않고 다만 소리가 나니 대꾸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이 지나도 윤아는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수현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귀띔했다.“심윤아.”윤아는 또 엉겁결에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진수현:“...”그는 손을 뻗어 윤아 노트북 옆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먼저 밥 먹고 일하자.”잦은 방해 탓인지 집중이 안 된 윤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일이 거의 끝나가는데 네가 먼저 가서 먹으면 안 돼?”게다가 윤아는 여기서 수현과 함께 식사할 계획이 없다.수현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를 지켜보던 민재는 얼른 다가와서 말했다.“아가씨, 일도 중요하지만 식사를 제때 하지 않으면 위병이 생

최신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