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가 내 생일이라고?''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이 노트북은 새것처럼 보였는데 아마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컴퓨터 비밀번호를 자신의 생일로 설정했다고?''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이혼을 주동하고, 심지어 아이를 유산시키고도 그녀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사용했다고?'윤아는 자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무표정한 얼굴로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컴퓨터가 진짜 켜졌다. 정말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왜?''진수현, 너 도대체 왜?'윤아는 한스러워하며 새 파일을 만든 다음 타자했다.생각하지도 말고 속지도 말자.설령 그가 자신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사용한다고 해도,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과거는 이미 지났고 지금 그녀는 미래를 내다보고 마주한 일을 완성해야 한다.그러나 기획안이 수현의 마음에 들지 않으니 윤아는 당연히 그의 의견을 물을 것이다.수현은 비밀번호가 윤아에게 약간의 파장도 일으키지 않은 것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남긴 것이니.기획안도 자연히 오늘 만들어야 한다.그는 손끝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는데 표정과 동작이 모두 무심해 보였다.“당신은 광고회사를 하고 있는데, 방금 그 기획안은 마치 한 사람의 계획처럼 너무 이상적이야. 작은 회사가 빠르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기회를 잘 잡아야 해.”말하는 동안 그의 손끝은 원래 기획안 중 어느 하나에 떨어졌다. “너무 고전적이어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야. 외국에서 5년 동안 이런 걸 배웠어? 아니면 이선우가 당신에게 이것만 가르친 거야? 보아하니 그를 선택한 것도 그저 그렇네.”마지막 한 마디에는 사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섞여 있었다.그러자 열심히 듣던 윤아의 얼굴에 다른 표정이 더해졌다. 윤아는 찡그린 얼굴로 불쾌하듯 그를 바라보았다.“진 대표님, 저와 업무 이야기를 하실 겁니까, 아니면 사생활 이야기를 하실 겁니까?”수현의 눈동자는 칠흑같이 어두웠다.“일 얘기하면 어떻고 사생활 얘기하면 어때?”“만약 일에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기획안 안 할 거야?”그가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인지 윤아의 마음도 편해졌다. 기획안은 원래부터 해야 하는 것인데 체면 때문에 수현에게 몇 마디 쏘아붙이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 이후 일하는 시간 동안 수현은 예전처럼 자꾸 신랄한 말을 하지 않고 진지하게 그녀와 기획안을 논의했다.아마도 그녀가 오랫동안 귀국하지 않은 탓인지 전후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현의 지도와 조언으로 윤아는 확실히 많은 것을 배웠다.그래서 마지막에는 윤아도 옆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전남편이었다는 것을 잊고 일에 몰두했다. 수현과 말하는 말투는 마치 그를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처럼 정상적이었다.이를 깨달은 수현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윤아는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민재가 두 사람에게 식사하라고 문을 두드렸을 때 그녀의 기획안은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노트북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민재는 어쩔 수 없이 수현을 바라보았다.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입을 열었다.“밥 먹어야지.”“응.”윤아는 대답했지만 화면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니, 수현는 그녀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않고 다만 소리가 나니 대꾸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이 지나도 윤아는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수현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귀띔했다.“심윤아.”윤아는 또 엉겁결에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진수현:“...”그는 손을 뻗어 윤아 노트북 옆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먼저 밥 먹고 일하자.”잦은 방해 탓인지 집중이 안 된 윤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일이 거의 끝나가는데 네가 먼저 가서 먹으면 안 돼?”게다가 윤아는 여기서 수현과 함께 식사할 계획이 없다.수현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를 지켜보던 민재는 얼른 다가와서 말했다.“아가씨, 일도 중요하지만 식사를 제때 하지 않으면 위병이 생
마침내 그녀가 식사를 원하자 민재는 서둘러 준비한 음식을 가져왔다.점심은 그가 미리 준비한 것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샀는데 접시가 매우 아름답고 심지어 보온 효과도 있었다.뚜껑을 열자 향기가 퍼졌다.윤아는 밥을 한입 먹고 무엇이 생각났는지 수현의 식판에 밥을 보았는데, 과연 그의 접시에 놓인 쌀밥도 보였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제 밥 먹어도 돼? 위 괜찮아?”말이 끝나자 주위는 적막해졌다.수현이 그녀를 보기 전 윤아는 얼른 입을 열어 해명했다. “협력관계 때문에 물어본 거야.”그녀가 해명하지 않으면 괜찮은데 해명하자 더욱 이상해졌다. 과연, 윤아의 해명을 들은 수현의 얇은 입술이 살짝 치켜 올랐다.“그래? 당신이 나를 걱정 한다고 생각할게.”이전에 윤아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 때문에 생겼던 부정적인 감정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지고 수현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남아 있었다.윤아가 자신에게 관심 있다는 것.비록 윤아가 어색해 보였지만 이 작은 관심만으로도 수현은 기뻐할 만했다.윤아는 순풍에 돛 단 듯한 수현의 뻔뻔한 행동에 눈썹을 찡그렸다.그녀가 말하지 않자 수현은 적극적으로 물었다. “밥이 위에 좋지 않아? 난 세 끼를 정상적으로 먹으면 되는 줄 알았어.”이 질문을 받은 심윤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삼시세끼를 정상적으로 먹으면 되는데 얼마 전에 위출혈이 나지 않았어? 아직 당신 위가 약해서 회복하는 동안 이것들은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아.”“그럼 뭐 먹어?”수현이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으로 물었다.“죽, 소화 잘되는 음식, 채소, 과일, 그런데 섭취량에 주의하고 많이 먹지 말고 적게 여러 번 먹는 것이 좋아.”예전에 그녀가 막 외국에 갔을 때, 아버지가 한동안 위병을 앓으셨는데, 그 기간 동안 윤아가 관리해 줬다.그래서 지난번에 수현이 위출혈로 입원했을 때 윤아가 적절한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갈 수 있었다.수현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번에 병원에 가지고 온 것처럼?”지
수현은 빠르게 훑어보았다. 원래는 그녀의 문장에서 문제를 찾아서 그녀를 남겨두려고 했다.하지만 윤아는 배우는 것이 너무 빨랐고, 게다가 쓰는 과정은 그가 줄곧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한 치의 실수도 찾을 수 없었다.결국 수현은 오타를 찾아냈다.“여기 틀렸어.”그러자 윤아도 별생각 없이 바로 다가갔다. “어디?”수현의 마우스가 움직이자 윤아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마침내 그의 마우스가 한 글자 위에 멈춘 것을 보았다.처음에 윤아는 멍해져서 수현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하고 물었다.“여기에 무슨 문제 있어?”“마가 아니고 미야.”수현은 담담히 말했다.그제야 윤아는 미래의 미를 마라고 쓴 자신을 발견했다.그녀는 수현을 한번 보았다. 이렇게 많은 글자에서 이렇게 작은 문제를 보아낼 수 있다니.“타자할 때 주의 깊게 보지 못했어. 미안.”윤아는 어쩔 수 없이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글씨를 고친 후 다시 가져다 주었다.“또 다른 문제 있어?”수현은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기다리는 동안 윤아는 하품을 하고 싶을 정도로 지루했지만, 자신의 회사를 위해 손을 뻗어 입과 코를 가리고 하품 충동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기다렸는지, 수현은 마침내 그녀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문법이 틀렸어.”윤아:“...”그녀는 자신의 귀로 들은 내용이 믿기지 않아 수현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는 항상 업무를 엄격하게 대하는데 그녀의 문법과 오타를 찾는 것도 정상이다. 그가 문제를 찾도록 스스로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 그녀의 탓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문법을 다시 고쳐 가지고 왔다.몇 분 후.“이것도 문제 있어.”윤아는 계속 수정했다.또 몇 분 후.“여기 단락을 나누어야지. 글이 너무 촘촘해서 미적 감각을 해쳐.”“...”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참았다.중요하지 않은 일을 몇 차례 반복한 뒤 다섯 번째로 계획서를 살펴보기 시작하자 윤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중요한 문제는 없어?”그는 줄곧 이런 사소한 흠을 들추
“그럼 내 기획안은...”“합격이야.”수현이 말했다. “합격이라고? 이걸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야?”“응.”그래서 그는 처음에 합격이라고 생각해서 작은 문제점들을 골라낸 걸까?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합격했으니 나는...”윤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현은 이미 차 키를 들고 일어섰다.“가자, 데려다줄게.”그러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아니야. 내가 직접 운전해서 왔으니 혼자 돌아가면 돼.”게다가, 그녀는 원래 기획안을 전달하러 온 것이지,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온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가 데려다주겠다는 것을 동의할 수 있겠는가.그 생각에 윤아는 재빨리 자기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몇 걸음 걸었을 때 수현이 윤아의 손목을 잡았다. “면허시험 볼 때 필기시험은 부정행위로 합격한거야?”윤아:“?”수현:“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졸음운전이 안 된다는 걸 모르겠어?”“하품 몇 번 했을 뿐인데 졸음운전이 웬 말이야? 상황이 다르잖아.”하지만 수현은 바로 반박했다. “피곤하지 않은데 하품할 수 있어? 잔말 말고 빨리 가.”“아까 한 거지 지금이 아니잖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아는 또 참지 못하고 하품했다.“...”수현은 웃음이 터졌다. “이래도 안 피곤해?”이번에는 전혀 반박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수현이 자신을 배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말을 돌렸다.“좋아. 운전 안 할게. 대리 기사 불러서 가면 되지?”말을 마친 윤아는 휴대폰을 꺼내 대리운전을 부르려다 수현에게 제지당했다.윤아가 고개를 들자 수현의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이렇게 나를 배척할 거야?”윤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그의 깊은 눈빛을 피했다. “진 대표님, 저희는 협력관계인데 어떻게 당신을 배척할 수 있겠어요?”“그래? 배척하지 않으면 협력자가 데려다주는 게 뭐 어때? 아니면 내가 뭘 알까 봐 일부러 나를 피하는 건가?”마지막 말은 수현이 일부러 그녀를 자극한 것이다.윤아는 눈
말이 끝나자, 수현은 이미 차 문을 열고 차에 탔다.윤아:“...”수현이 안전벨트를 했는데 윤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가 원치 않는 모습과 경악하는 모습을 본 수현은 마음이 통쾌했다. 입가에 미세하게 미소를 지은 후 입을 열었다.“안 타? 아니면 피곤해서 차를 탈 줄 모르는 거야?”심연우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스럽게 차에 올랐다.그녀는 수현을 완전히 운전기사로 삼은 듯 조수석에 타지 않고 곧바로 뒷좌석에 탔다. 차에 탄 후 백미러를 통해 수현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도 그를 운전기사로 취급한 것에 대해 화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회사에서 출발했다.차는 수현에게는 저렴했지만 기술이 좋아 운전할 수만 있으면 상관없었다.윤아는 뒷좌석에 기대어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원래는 수현이 자신에게 몇 마디 푸념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수현은 마치 단순히 윤아를 바래다주려는 듯 줄곧 조용히 차를 운전했다.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2분 정도 지나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길이 평탄해졌다.수현은 백미러를 통해 윤아를 힐끗 보았다.“힘들면 쉬어.”윤아는 입을 다물고 그의 눈을 피하며 무시했다.회사로 돌아가는 데 20분 정도 걸리는데 윤아는 지금 좀 졸리긴 했다.‘잠깐 눈 붙일까?’‘아니다, 진수현 운전하는데 자면 마치 안심하는 것 같으니까 그냥 버티고 회사로 돌아가야겠다.’어차피 기획안은 이미 끝났고 오후에 할 일이 없으니 그때 가서 쉬면 된다.하지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차가 안정적이고 이전에 너무 집중한 탓에 지금 너무 피곤했다.그래서 마지막에 자리에 기대어 무의식적으로 잠들었다.고른 숨소리를 듣고 수현은 뒤돌아 그녀가 이미 잠든 것을 보고는 내색하지 않고 차의 속도를 줄인 다음 앞쪽 사거리를 보고 잠시 생각한 후 방향을 바꾸어 다시 한 바퀴 돌았다.윤아는 휴대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깨어났을 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보았는데 뜻밖에도 20여 분 동안 잠을 잤다는
윤아는 원래 손을 뻗었는데, 그 말을 듣고 다시 움츠러들었다.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혼자 꺼내면 안 돼?”“운전하고 있어서 불편해.”윤아는 원래 꺼내서 음소거만 하면 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자신이 말을 꺼내면 수현이 또 운전 이론 지식으로 반박할 거로 생각해 아예 입을 다물고 자리로 돌아갔다.이대로 회사까지 참자. 곧 도착할 것 같으니까.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수현의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참으려다 소리가 들리자 더 이상 참지 못한 윤아는 몸을 내밀고 손을 뻗어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런데 화면에 표시된 수신인 이름을 보고 윤아는 멍하니 제자리에 멈췄다.휴대폰 벨소리는 계속 울렸다.운전하던 수현은 윤아가 무음 모드를 할 줄 모르는 줄 알고 말했다.“옆의 버튼을 반대로 밀면 무음 모드야.”정신을 차린 윤아는 수현의 말대로 휴대폰 버튼을 밀고는 묵묵히 돌려줬다.그런 다음 윤아는 자리로 돌아가 차가운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수현은 어렴풋이 이상함을 눈치챘지만 윤아가 줄곧 자신을 거부했기 때문에 별 생각하지 않았다.드디어 회사에 도착하고 윤아는 차에서 내린 후 무표정한 얼굴로 수현에게 차키를 달라고 했다.“차키.”수현은 입술을 다물고 윤아를 쳐다보았는데 그의 착각 때문인지 윤아가 그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느껴졌다.왜?분명히 차에 있을 때는 멀쩡했는데.“내가 뭘 잘못했어?”수현이 물었다.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진 대표님 농담도 참. 잘못할 게 뭐가 있어요. 진 대표님,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제 차니 돌아가실 때 택시를 타시거나 운전기사를 부르셔야겠네요.”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윤아의 말투가 매우 나쁘다고 느껴졌다.수현이 말하려고 하자 윤아는 뒤로 물러나 그와 거리를 두었다.“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윤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윤아의 반응에 수현은 얇은 입술을 일직선으로 다물어 입꼬리를 곧게 만들었으며 눈빛도
그러자 수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앞으로 이런 전화 폭탄은 하지 마.”수현의 목소리는 겨울 진눈깨비처럼 매우 차가웠다.저쪽에서 조용해지더니 미안하고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 수현 씨, 난, 난 그냥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런 거야....”“뭘 걱정해?”수현은 단호하게 소영의 말을 끊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쳐. 네가 이렇게 많이 전화하는 게 내 휴대폰 배터리를 계속 소모하는 것 외에 무슨 도움이 돼?”수현의 말은 직설적이고 또렷해서 단번에 소영이 반박할 수 없게 했다. 소영은 그저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소영의 사과를 들을 마음이 없었다. 그는 일이 있다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넣은 후, 수현은 윤아가 방금 사라진 방향으로 바로 뒤쫓아갔다.-회사로 돌아온 윤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모퉁이에서 지난번에 만났던 안경남을 만났다.윤아를 보자마자 안경남은 얼굴을 붉히며 인사했다.“대, 대표님.”윤아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회사 직원들 앞에서 티를 낼 수 없어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미소 지었다.“네, 여기서 뭐 해요?”그냥 인사만 하려고 했던 안경남은 윤아가 자기 얘기를 먼저 물어볼 줄 몰랐는데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갈 듯 했다.눈앞의 여인은 가장 심플한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옅은 색 스웨터에 평범한 하이웨스트 청바지, 옅은 회색 재킷을 걸치고 허리까지 긴 머리카락을 집게로 집어 올렸다.분명 아주 심플한 룩에 눈에 띄는 컬러가 없는데도 여전히 하얗게 빛나는 그녀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쁘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안경남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귀가 빨개졌다.“저, 보고서 제출하러 왔습니다.”“보고서?”“네.”안경남은 자기 손에 있는 파일을 건네주며 말했다.“원래 오 매니저님의 손을 거쳐야 하는데...”“어디 봐요.”윤아가 직접 손을 뻗어 받았다.그러고는 조용히 서서 자료를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