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 수현은 이미 차 문을 열고 차에 탔다.윤아:“...”수현이 안전벨트를 했는데 윤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가 원치 않는 모습과 경악하는 모습을 본 수현은 마음이 통쾌했다. 입가에 미세하게 미소를 지은 후 입을 열었다.“안 타? 아니면 피곤해서 차를 탈 줄 모르는 거야?”심연우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스럽게 차에 올랐다.그녀는 수현을 완전히 운전기사로 삼은 듯 조수석에 타지 않고 곧바로 뒷좌석에 탔다. 차에 탄 후 백미러를 통해 수현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도 그를 운전기사로 취급한 것에 대해 화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회사에서 출발했다.차는 수현에게는 저렴했지만 기술이 좋아 운전할 수만 있으면 상관없었다.윤아는 뒷좌석에 기대어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원래는 수현이 자신에게 몇 마디 푸념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수현은 마치 단순히 윤아를 바래다주려는 듯 줄곧 조용히 차를 운전했다.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2분 정도 지나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길이 평탄해졌다.수현은 백미러를 통해 윤아를 힐끗 보았다.“힘들면 쉬어.”윤아는 입을 다물고 그의 눈을 피하며 무시했다.회사로 돌아가는 데 20분 정도 걸리는데 윤아는 지금 좀 졸리긴 했다.‘잠깐 눈 붙일까?’‘아니다, 진수현 운전하는데 자면 마치 안심하는 것 같으니까 그냥 버티고 회사로 돌아가야겠다.’어차피 기획안은 이미 끝났고 오후에 할 일이 없으니 그때 가서 쉬면 된다.하지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차가 안정적이고 이전에 너무 집중한 탓에 지금 너무 피곤했다.그래서 마지막에 자리에 기대어 무의식적으로 잠들었다.고른 숨소리를 듣고 수현은 뒤돌아 그녀가 이미 잠든 것을 보고는 내색하지 않고 차의 속도를 줄인 다음 앞쪽 사거리를 보고 잠시 생각한 후 방향을 바꾸어 다시 한 바퀴 돌았다.윤아는 휴대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깨어났을 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보았는데 뜻밖에도 20여 분 동안 잠을 잤다는
윤아는 원래 손을 뻗었는데, 그 말을 듣고 다시 움츠러들었다.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혼자 꺼내면 안 돼?”“운전하고 있어서 불편해.”윤아는 원래 꺼내서 음소거만 하면 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자신이 말을 꺼내면 수현이 또 운전 이론 지식으로 반박할 거로 생각해 아예 입을 다물고 자리로 돌아갔다.이대로 회사까지 참자. 곧 도착할 것 같으니까.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수현의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참으려다 소리가 들리자 더 이상 참지 못한 윤아는 몸을 내밀고 손을 뻗어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런데 화면에 표시된 수신인 이름을 보고 윤아는 멍하니 제자리에 멈췄다.휴대폰 벨소리는 계속 울렸다.운전하던 수현은 윤아가 무음 모드를 할 줄 모르는 줄 알고 말했다.“옆의 버튼을 반대로 밀면 무음 모드야.”정신을 차린 윤아는 수현의 말대로 휴대폰 버튼을 밀고는 묵묵히 돌려줬다.그런 다음 윤아는 자리로 돌아가 차가운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수현은 어렴풋이 이상함을 눈치챘지만 윤아가 줄곧 자신을 거부했기 때문에 별 생각하지 않았다.드디어 회사에 도착하고 윤아는 차에서 내린 후 무표정한 얼굴로 수현에게 차키를 달라고 했다.“차키.”수현은 입술을 다물고 윤아를 쳐다보았는데 그의 착각 때문인지 윤아가 그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느껴졌다.왜?분명히 차에 있을 때는 멀쩡했는데.“내가 뭘 잘못했어?”수현이 물었다.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진 대표님 농담도 참. 잘못할 게 뭐가 있어요. 진 대표님,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제 차니 돌아가실 때 택시를 타시거나 운전기사를 부르셔야겠네요.”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윤아의 말투가 매우 나쁘다고 느껴졌다.수현이 말하려고 하자 윤아는 뒤로 물러나 그와 거리를 두었다.“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윤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윤아의 반응에 수현은 얇은 입술을 일직선으로 다물어 입꼬리를 곧게 만들었으며 눈빛도
그러자 수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앞으로 이런 전화 폭탄은 하지 마.”수현의 목소리는 겨울 진눈깨비처럼 매우 차가웠다.저쪽에서 조용해지더니 미안하고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 수현 씨, 난, 난 그냥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런 거야....”“뭘 걱정해?”수현은 단호하게 소영의 말을 끊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쳐. 네가 이렇게 많이 전화하는 게 내 휴대폰 배터리를 계속 소모하는 것 외에 무슨 도움이 돼?”수현의 말은 직설적이고 또렷해서 단번에 소영이 반박할 수 없게 했다. 소영은 그저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소영의 사과를 들을 마음이 없었다. 그는 일이 있다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넣은 후, 수현은 윤아가 방금 사라진 방향으로 바로 뒤쫓아갔다.-회사로 돌아온 윤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모퉁이에서 지난번에 만났던 안경남을 만났다.윤아를 보자마자 안경남은 얼굴을 붉히며 인사했다.“대, 대표님.”윤아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회사 직원들 앞에서 티를 낼 수 없어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미소 지었다.“네, 여기서 뭐 해요?”그냥 인사만 하려고 했던 안경남은 윤아가 자기 얘기를 먼저 물어볼 줄 몰랐는데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갈 듯 했다.눈앞의 여인은 가장 심플한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옅은 색 스웨터에 평범한 하이웨스트 청바지, 옅은 회색 재킷을 걸치고 허리까지 긴 머리카락을 집게로 집어 올렸다.분명 아주 심플한 룩에 눈에 띄는 컬러가 없는데도 여전히 하얗게 빛나는 그녀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쁘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안경남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귀가 빨개졌다.“저, 보고서 제출하러 왔습니다.”“보고서?”“네.”안경남은 자기 손에 있는 파일을 건네주며 말했다.“원래 오 매니저님의 손을 거쳐야 하는데...”“어디 봐요.”윤아가 직접 손을 뻗어 받았다.그러고는 조용히 서서 자료를 펼
“뭐 하는 거야?”수현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윤아의 손에 있던 보고서가 손쓸 새도 없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러나 그는 무언가에 자극받은 사람처럼 보고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윤아를 끌고 성큼성큼 나아갔다.“잠깐만요.”그제야 반응이 돌아온 안경남이 서둘러 달려 나가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당, 당신. 우리 대표님께 뭐 하려는 거예요. 그 손 놔요!”수현은 겁 없이 그의 앞을 막아서는 하룻강아지 같은 이 남자를 한 눈 흘겨보았다.금테 안경... 그의 안경에 시선이 닿자 수현은 비슷한 안경을 늘 끼고 다니는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 남자, 아까 엘리베이터에서도 윤아를 음침하게 쳐다봤었지...수현은 순간 빈정이 확 상했다.그는 냉소를 터뜨리며 안경남을 조롱했다.“그쪽이 뭔데 날 막지?”수현의 드센 기에 눌린 안경남은 잠시 멈칫했다.한편, 윤아는 여전히 그에게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다.“진수현. 이거 놔. 대체 뭐 하는 짓이야.”안경남은 그런 윤아의 모습에 용기를 내 앞으로 더 나서며 말했다.“대표님 놔줘요.”“꺼져!”수현이 짜증스럽게 호통을 쳤다.“주먹 나오게 하지 맙시다.”말을 마친 그는 곧장 윤아를 끌고 떠나버렸다.안경남은 한참 후에야 정신이 돌아와 그들을 따라가려 했지만, 수현의 섬뜩한 모습을 떠올리고는 결국 몸을 돌려 오민우의 사무실로 달려갔다.“매니저님, 매니저님!”그는 허둥거리며 사무실로 쳐들어 갔는데 민우가 클라이언트와 통화 중인 걸 보고서야 요란하게 외쳐대던 입을 다물었다.민우는 하는 수 없이 미안하다는 말로 급하게 통화를 마치고 자초지종을 물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난리법석이에요? 회사에서 누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랍니까?”“매니저님, 아까 어떤 남자가 와서 저희 대표님을 끌고 갔어요.”윤아의 일을 들은 민우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더니 다급히 물었다.“무슨 남자요? 대표님을 끌고 가요? 납치란 말입니까?”“납치?”안경남은 곰곰이 생각한 후 말을 정정했다.“납치는 아닌 것 같아요. 두 분이
“생각 정도는 해도 괜찮아요. 예쁘고 똑똑한 여자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어서 돌아가서 일이나 해요.”안경남은 하는 수 없이 우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돌아갔다.민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자기 일에 몰두했다._수현은 윤아를 끌고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향했다.초반에는 안간힘을 쓰며 버둥거리던 윤아도 쇠사슬같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수현의 커다란 손에 완전히 의욕을 잃어버렸다.윤아는 결국 괜한 힘을 빼는 대신 그가 가려는 데로 끌려가기를 선택했다.윤아가 조용해지자 수현도 그녀의 기분이 신경이 쓰였던 건지 얼마 안 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숨 막히는 적막 속,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공중에서 맞물렸다. 이윽고 윤아의 시선은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 단단히 붙잡힌 자신의 손목으로 향했다.“이제 좀 놔주지?”그녀의 목소리는 냉정하고 명확했으며 소름 끼치게 차가웠다.이런 윤아의 모습에 수현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손목을 풀어주는 대신 더 힘을 주어 단단히 붙잡았다. 그러고는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할 말 있어.”수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그의 서늘한 체향이 윤아를 감쌌다.기억 속의 그 냄새와 똑같았다.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옆으로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그래. 할 말 있으면 해.”윤아의 짜증스러운 말투와 귀찮은 듯한 태도에 수현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 났다. 하지만 오늘 꼭 해야만 하는 말이다.“아까 내 핸드폰 무음 모드 해지할 때, 알림 뜬 거 봤었지?”수현이 이걸 물어볼 줄 몰랐던 윤아는 당황한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그럴 리가. 난 네 사생활에 관심 없어.”“그래?”수현의 시선이 그녀에게 단단히 고정되었다.“못 봤다고?”“응.”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못 봤어. 그러니까 이제 나 좀 놔주지?”그러나 수현은 곧바로 윤아를 차가운 벽으로 밀어붙인 후 그녀의 손을 포박했다. 그러고는 이빨을
윤아는 태도의 나쁨과 더 나쁨으로 그녀의 기분을 가늠하는 인간은 살다 살다 처음이었다.“그게 뭐? 널 대하는 태도가 너 나빠졌다 해서 그게 뭘 설명할 수 있는데?”수현은 말없이 그저 가만히 윤아를 바라보았다.그런 수현을 보며 윤아는 다시금 그를 밀어내려 시도했다.“일단 나 좀 놔줘.”수현이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아는 힘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다.그 순간, 윤아는 수현 특유의 서늘한 향과 함께 눈앞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수현이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를 끌어안았기 때문이다.“지금 뭐 하는...”윤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수현의 품속에 안겨있었다.그 순간 수현의 체온이 윤아의 몸을 감돌았다. 윤아는 수현이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라도 하려는 줄 알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래. 너한텐 별 의미 없겠지. 하지만 난 아니야. 나한텐 큰 의미야.”수현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윤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그저 네 미세한 변화로부터 나한테 조금의 미련이라도 있는지 짐작하는 수밖에. 설령 그게 티끌만 한 마음일 지라도.”진짜든 아니든, 설령 곧 사라질 감정이라도 그는 꽉 붙잡고 싶었다.한편, 윤아는 자기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방금 그 말, 그답지 않게 비굴했다.진수현 입에서 나온 말이란걸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낮추는 화법이다.윤아는 처음에 그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5년 전엔 본인이 먼저 이혼하자 해놓고 왜 이제 와 이러는 건지. 게다가 애초에 아이를 포기한 사람도 진수현 본인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 와 미세한 변화로부터 내 감정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고?대체 무슨 뜻이지?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니면 그 시간 동안 이혼 한 걸 후회하기라도 했단 건가?후회?아니. 분명 지난번 경매에서는 강소영과 함께였다. 함께 경매에 참여하고 함께 서있었고 함께 떠났었다. 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말 타고난 한 쌍이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윤아의
수현의 눈빛은 깊고 어두워 마치 윤아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의 몸이 윤아에게 한 발짝 다가갈수록 더 크게 들려오는 서로의 숨소리에 수현은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5년, 그 긴 시간 동안 미치게 바라왔던 그녀의 입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마침내 두 입술이 맞닿으려던 그 순간, 윤아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경멸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윤아의 비릿한 웃음에 수현은 동작을 멈추었다.“그래서?”윤아는 여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수현을 바라보며 냉소를 터뜨렸다. 이윽고 그녀의 하얀 손끝이 수현의 가슴팍을 꾹 누르더니 가볍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후회한다면 내가 널 받아줘야 해? 진수현,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조종하려 들어? 대체 뭘 믿고?”“그런 적 없어.”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건망증이 심하네. 자기가 먼저 이혼하자고 하던 일은 까맣게 잊었나 봐.”그 말에 수현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그래. 그땐 내가 잘못했어. 그럼 넌? 그때 넌 내가 이혼 얘기를 꺼내든 말든 상관이 있었어? 내가 이혼하자고 한 건 네 뜻을 따른 것뿐이었어.”그러자 윤아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수현은 입술을 깨문 채 여전히 그늘진 눈빛으로 윤아를 보며 말했다.“그날, 잠에서 깼을 때 네가 그랬잖아. 그냥 정상적인 생리적 욕구일 뿐이라고.”수현은 말을 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에 다시금 분노가 차오르는지 이를 꽉 물었다.“그리고 나한테 20억을 요구했지.”윤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반박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그 돈은 이미 돌려줬을 텐데?”윤아는 그를 떠날 때 정말 다시는 엮이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었다.“그 문제가 아니잖아.”“그럼 뭔데? 진수현. 난 이제 너한테 빚진 거 없어.”“그래, 없지. 그러니까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홀가분하게 갔겠지. 이젠 내 얼굴 한 번 보려고 하지도 않잖아.”수현은 윤아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신경 쓰는 건 그저 생리적 욕구
둘의 입술은 어느새 거의 붙다시피 가까워졌다. 이제 윤아가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것 같았다.이 거리... 아주 위험하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뻗는 동시에 머리를 뒤로 젖혀 수현에게서 멀어지려 애썼다.그러나 몸을 움직이는 순간 수현이 곧바로 입을 맞춰올 줄은 몰랐다.“읍.”입술이 부딪힌 순간, 수현은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자극에 정신이 몽롱해졌다.말캉한 촉감에 그는 저도 모르게 윤아의 허리를 더 꽉 잡아당겼다. 긴 시간 동안 억눌렸던 욕망을 펼치듯 그의 숨은 거칠게 윤아를 파고들었다.윤아는 손으로 수현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말했다.“놔, 이거 놔.”매일 밤 갈망하던 걸 이제 겨우 얻었는데 놓아 줄 리가 있나. 수현은 손을 놓기는커녕 그녀를 삼켜버릴 듯 더 매섭게 밀어붙였다.그러다 윤아가 온 힘을 다해 그를 깨무는 바람에 외마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윤아는 뒤엉킨 입술 사이로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동시에 입술을 뗐고 물러난 수현의 입가에도 피가 묻어있는걸 볼 수 있었다.“짝!”수현이 물러나자 윤아는 곧바로 그의 뺨을 세게 쳤다.수현도 피하지 않고 그녀의 분노를 온전히 받아냈다.“짐승같은 자식.”윤아는 욕 한마디 날린 후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그러자 뒤에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말 전부 진심이야.”그 말에 윤아는 냉소를 터뜨렸다.“진심? 그럼 뭐? 네 말은 무조건 믿어야 해?”곧이어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수현은 그곳에 가만히 서있다가 한참 뒤에 손을 올려 상처 난 입술을 가볍게 만졌다.아프고 달콤했다.고통과 쾌락의 전율 속에서 수현은 한참 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_사무실에 돌아온 윤아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을 씻었다.찬물로 얼굴을 세 번이나 씻고 나서야 비로소 차분해진 윤아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간신히 붙잡고 있는 이성으로 한 번, 또 한 번 되뇌었다.절대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수현은 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