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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고독현 밤 님?]

[네. 언제 시간 되십니까? 한 번 만나죠.]

이번에 돌아온 답장은 꽤 길었지만 그의 제안에 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만나자고?

송금만 하면 되는 일인데 굳이 만나야 하나?

[제가 그냥 계좌로 보내드리면 안될까요?]

[현금만 받습니다.]

[...]

[갚기 싫으시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 말에 윤아는 사실 상대방도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눈치챘다. 그저 이런 방식으로 윤아가 포기하게 만들려는 거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 돈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 끝에 윤아는 답장을 보냈다.

[어디서 볼까요?]

드디어 허락하는 윤아의 말에 수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얇은 입술은 심통이 난 듯 가로로 길게 늘어졌다.

그는 핸드폰을 거두고 더 말하지 않았다.

앞에 있던 민재는 순간 오싹한 기운에 그를 바라봤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출발.”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수현의 차디찬 한마디였다.

민재는 무슨 영문인진 모르지만 그의 말대로 차를 운전했다.

한편, 윤아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답장에 의아해 났지만 다그치지는 않았다. 장소가 정해지면 어련히 알아서 답장이 올테니.

상대방이 급하지 않으면 윤아도 급할 일이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또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창가로 향했다.

그녀는 전에 검은 차가 세워져 있던 자리에 차가 없어진 걸 확인했다. 휑한 땅에 가로등 불빛 아래 길게 늘어진 나무의 그림자만 보일 뿐이다. 마치 방금 본 검은 차는 그녀의 환각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말이다.

윤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커튼을 쳤다.

_

이튿날.

윤아가 세안을 마치고 방 밖으로 나가자 거실에는 선우가 와 있었다.

윤아가 나오자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윤아야, 일어났어?”

오랜만에 보는 선우의 다정한 미소, 따뜻한 눈길이다.

윤아는 선우를 발견하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

“좋은 아침. 무슨 일이야?”

“생각해 본다고 했잖아. 시간이 꽤 흘렀으니 지금쯤이면 생각을 마쳤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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