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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수현은 멀리서 묘비 옆에 기댄 채 살며시 할머니랑 대화하는 윤아를 조용히 바라봤다.

무엇을 말하는지 그는 들을수 없었지만 그녀한테서 풍기는 짙고 무거운 슬픔과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상태는 마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 사실을 들은 그때의 그와 똑같았다.

아니, 심지어 그보다도 더 심한 것 같다.

수현은 5년 전 할머니께서 수술하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말이지 할머니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양미간을 찌푸린 채 검은 눈동자를 반쯤 뜨고 할머니를 보고 난 후 윤아의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날씨가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민재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더니 날씨는 더 흐려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귀띔했다.

“대표님, 또 비가 오려나 봐요. 아가씨보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수현은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선 채 이내 입을 열었다.

“가서 우산 2개 찾아와주세요.”

민재는 하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 몸을 돌려 경비원한테 우산을 빌리러 갔다.

몇 분 후, 민재는 양손에 검은 우산 1개씩 든 채 여기를 향해 달려왔다.

“대표님, 찾았습니다.”

“갖다주세요.”

말을 마치고 그는 또 무언가 떠올랐는지 민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됐어요. 그냥 나한테 줘요.”

그는 우산 하나를 갖고 걸어갔다.

윤아는 이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기에 기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마치 이미지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땅바닥이 젖어있든 말든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몸에 걸친 옅은 색의 코트도 흙으로 얼룩져 있었다.

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우산을 받쳐 들고 그녀 앞에 가서 멈추었다.

“비 올 것 같아.”

그는 그녀한테 귀띔했다. 윤아는 그의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심윤아.”

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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