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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비서님, 저한테 잔소리하실 거면 차라리 당신네 진 대표한테나 잔소리하세요. 저보다도 더 적게 입었는데.”

적어도 그녀는 누빔 안감 코트를 입었다.

“안 추워.”

수현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넌 환자잖아.”

윤아도 이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수현은 피식 웃었다.

“환자가 너랑 같이 산소를 가냐? 얼른 가자, 잔소리 그만하고. 또 살 것도 있잖아.”

윤아도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래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깐 옷을 더 껴입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계속 엄마처럼 옆에서 잔소리할 수도 없었다.

생각 끝에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럼 가자.”

그들은 과일과 꽃을 사 들고 또 제물도 좀 사고 나서 묘원으로 향했다.

묘원으로 가는 길, 윤아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 안의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누구도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다들 슬픈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도착했어.”

묘원에 도착하자 차를 세우고 차 문을 열었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묘원의 땅은 질퍽했다. 공기 중에는 온통 빗물과 그윽한 나무 냄새가 섞여 싱그러운 향기가 났다.

비가 그친 후의 묘원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여기는 남성에서 지리 풍수가 제일 좋은 묘원이었다. 길 양측 도로는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빗물은 낙엽을 진흙 속으로 쓸어버렸다.

윤아는 수현 뒤로 따라 들어갔다. 묘와 묘 사이의 거리는 그녀가 평상시 보던 묘원처럼 바싹 붙어있지 않고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이내 눈길을 접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수현은 걸음을 멈췄다.

윤아도 따라서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수현의 눈길을 따라 내다봤다.

묘비에는 한 장의 컬러사진이 붙어있었다.

사진에는 할머니께서 젊으셨을 때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밝은 웃음을 하고 있는 소녀는 비할 데 없이 눈부셨다.

그 사진을 본 윤아는 제자리에 넋이 나간 채 굳어버렸다.

마치 그때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귓전을 울리는 것 같았다.

“수현아, 윤아야, 이제 이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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