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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수현은 입꼬리를 슥 올리더니 그녀에게 한마디 해줬다.

수현의 말에 일에 몰두하고 있던 윤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왜, 내 말이 틀려?”

미간을 찌푸리는 윤아:“왜 안 자?”

수현:“안 졸려.”

윤아는 더 얘기하는 대신 아까 수현이 했던 말을 되새기며 프로젝트를 다시 검토했다. 수현이 알려준 해결방안은 말 그대로 완벽했다.

“나 일하는 데 방해나 하지 마.”

시선을 떨군 채 웃음을 터뜨리는 수현.

“기껏 도와줬더니.”

“도움 필요 없어.”

수현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윤아가 자기의 조언 대로 수정하는 걸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내심 마음이 풀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튜어디스가 기내식을 들고 다가왔다. 윤아는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수현이 대신 말 했다.

“와인 한 잔 부탁해요.”

그의 말에 한창 바쁘게 머리를 파묻고 타자하던 윤아가 머리를 번쩍 들고 수현을 노려봤다.

“아픈 사람이 무슨 술이야?”

“거의 나았어.”

수현이 침착하게 말했다.

“몇 모금만 마실게.”

윤아는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잠시 후 그녀는 스튜어디스를 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이제 막 병원에서 나온 사람이라 술은 안돼요. 따뜻한 물 한 잔만 부탁드릴게요.”

스튜어디스는 윤아와 수현을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심윤아. 네가 뭔데 날 단속해?”

그에 윤아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옆자리 앉은 사람. 네가 술 마시고 또 위병 도져서 내 일에 방해되면 어떡해? 비행기 내려서는 마시든 말든 마음대로 해.”

수현:“...”

이윽고 스튜어디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들고 왔다.

수현은 밋밋한 맹물을 말없이 쳐다봤다.

여태껏 살면서 비행기에 수십 번을 타봤지만 그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그가 직접 그 물을 받아들기 창피해서 싫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현은 체면 차리기만 하면 누가 넘어오냐는 민재의 말이 떠올랐다.

생각 끝에 수현은 결국 입을 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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