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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간결하고 차가운 네 글자에 수현은 오후 내내 침울했다.

윤아는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쯤에야 병실에 도착했다.

수현은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윤아가 그의 앞에 앉자 그는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윤아는 별다른 반응 없자 담담하게 수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오는 데는 시간 안 걸리는 줄 알아? 밥하는 건 또 어떻고?”

그 말에 수현은 입을 다물었다.

윤아가 그에게 음식을 덜어주자 수현은 그제야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오면 됐어. 굳이 음식까지 준비해 줄 필요 없어.”

윤아:“내가 오고 싶어 오는 줄 알아?”

수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럼 왜?”

윤아는 굳이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비록 수현과 마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윤아는 등에 눈이 달리기라도 했는지 수현을 재촉했다.

“빨리 먹어. 나 시간 없어.”

수현은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윤아는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수현에게 말했다.

“내일 올게.”

그리고는 수현이 입을 떼기도 전에 물건을 챙겨 나가버렸다.

수현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아가 이렇게 빨리 가버릴 줄은 민재도 예상 못했다. 그녀는 마치 임무를 완수한 사람처럼 아무런 미련도 감정도 없이 곧장 가버렸다.

수현:“왜 오는 거지? 설마 그냥 내 병세 때문에?”

민재는 침묵했다. 그도 윤아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윤아는 매일 아침저녁마다 밥을 가져다주는 일을 반복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엔 수현에게 그저 묽은 음식만 먹이던 데로부터 점점 다양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음식 준비엔 정말 진심인 모양이다. 하지만 매번 병원에 올 때마다 윤아의 태도는 차갑다 못해 마치 수현을 병원 안의 환자 1 정도로 생각하고 매일 임무 완수를 하는 간호사 같았다.

처음엔 작은 희망이라도 갖고 있던 수현도 이젠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런 상태는 3일 내내 지속되었다.

4일 째 되는 날,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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