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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거래?”

이미 말도 꺼냈겠다, 이제 시간도 꽤 흘렀으니 윤아는 숨기지 않고 수현에게 다가가 말했다.

“요즘 회복은 좀 잘 된 것 같지?”

수현은 입을 꾹 다문 채 말을 하지 않고 윤아가 말을 잇길 기다렸다.

“할머님을 만나고 싶어.”

그녀의 말에 수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요 며칠 밥을 가져다준 건 네 회복을 도우려는 거였어. 이제 네가 날 데리고 할머님 좀 만나 뵙게 해줘.”

수현은 윤아를 잠시 바라보더니 실소를 터뜨렸다.

어쩐지 그날 울고 난 뒤로 화장실 한 번 들어가더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했다. 자기를 보러 병실에 꼬박꼬박 음식까지 준비해 온 것도 다 그 이유였나.

그렇게 오래 견지하더니, 성격이라도 바뀐 줄 알았는데 다 목적이 있는 거였다.

수현은 불현듯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할머니 아니었으면 매일 이렇게 올 일도 없었단 거네?”

윤아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밥도 다 먹었고 휴식도 잘했으면 됐지. 뭘 굳이 따져.”

“허.”

수현이 싸늘하게 웃었다.

“네 눈에 대체 난 무슨 사람이야? 할머니 만나고 싶다고 하면 내가 허락 안 할 줄 알았어?”

윤아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안 거절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곁에 있지 못했는데 몇 년이나 지난 지금 할머니 무덤도 한 눈 못 보게 할 리가 있겠는가.

수현은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자기한테 했던 일들이 단지 거래 목적이었다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꽉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난 또...’

여기까지 생각한 수현은 좌절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쩐지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면서 그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현은 생각 끝에 결심을 내렸다.

“퇴원 수속 해줘. 오후에 데려가 줄게.”

그의 말에 윤아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윤아가 아무 말이 없자 수현이 시선을 올려 그녀를 바라봤다. 윤아를 보는 그의 두 눈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어두웠다.

“왜. 설마 오후에 시간이 안 된다는 말을 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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