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가 정색하며 말했다.“심윤아요. 어제 대표님과 약속했습니다.”원래 심드렁하던 데스크 직원은 윤아의 이름을 듣자 갑자기 태도가 휙 바뀌었다.“심윤아 아가씨요?”그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자 윤아는 조금 의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대표님께서 아가씨 오시면 바로 올라가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조금 의외였다.“저희 대표님이 신경 쓰셨어요.”직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윤아를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했다.“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에요. 맨 위층으로 가시면 됩니다.”그는 엘리베이터용 비밀번호까지 입력해 주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야 윤아는 어느 방으로 가야 하는지를 물어보지 않은 걸 떠올렸다.그러나 꼭대기 층에 가니 방이 하나밖에 없었다.물을 필요가 없었군.사무실 문은 닫혀 있었다. 윤아는 다가가 조심스레 노크했다.그러자 안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요.”그 목소리를 들은 윤아는 잠시 멈칫했다.아직 차서원과 그다지 친하지 않아 그의 목소리를 분간하진 못하지만 억지로 낮춘 듯한 목소리에 윤아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그녀가 아직 문 앞에 서서 생각하고 있는데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그리고 수려한 용모의 남자가 불쑥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단단한 몸매에 깔끔한 검은색 머리, 그리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까지.진수현!그를 본 윤아는 표정이 구겨질 뻔했다. 그녀는 순간 어이없는 기분이 들어 몸을 돌려 가버리려고 했다.“차서원 찾아온 거 아니야? 그냥 가게?”그의 말에 윤아가 걸음을 멈췄다.왜 왔었던 건지 생각 난 윤아는 고개를 돌려 쌀쌀하게 말했다.“차서원 대표는?”수현:“일 얘기야?”그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말을 이었다.“투자받으려고?”그의 말에 윤아가 움찔했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투자 때문에 차서원을 찾아갔다는 얘기를 그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근데 어떻게 안 거지?‘내 뒷조사를 하나?’이 생각이 들자 윤아는 낯빛이 확 바뀌었다.그럼 아이는...“투자받으려는
다 지난 일을, 그것도 하필 친밀하던 시절 얘기라니.윤아는 살짝 움찔하더니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진수현. 너 진짜 뻔뻔하다.”이미 강소영이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질척거리고 있지 않은가.‘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 어이없어. 5년 전에 받은 상처가 모자란 건가?’“뻔뻔해?”수현이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어느새 윤아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윤아가 빠져나가려 하자 수현이 그녀의 길을 막아섰다.수현은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너 그때 내 침대에서는 그렇게 말 안 했어.”짝!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의 뺨을 치는 윤아.그녀가 손을 올릴 거라는 예상을 못 한 건지 수현의 고개가 옆쪽으로 돌려졌다.반응이 돌아온 그는 윤아의 손목을 포박하고 몸을 숙여 키스하려고 했다.짝!그러자 급해 난 윤아가 그의 뺨을 한 번 더 내리쳤다.“진수현, 적당히 해. 그 일은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 5년이라고!”어느 말이 수현을 자극한 건지 그는 멈칫하더니 가까이 있는 윤아를 노려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5년, 5년이 흘렀구나. 수현은 그의 평생이 다 흘러가야지만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그는 그대로 멈춰서 숨을 몰아쉬며 윤아를 봤다.윤아는 그런 수현을 보며 더는 들이대지 않을 것 같아 그 틈을 타 수현을 밀쳐내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심윤아. 참 쉽게 가네. 지독하다.”윤아는 냉소를 터뜨렸다. 진짜 독한 인간이 누군데.아이는 진수현 본인이 버린 거다. 이혼신고도 그가 직접 법원에 가서 한 거고. 그런데도 지금 누가 누굴 보고 지독하다는 건지.“너 그렇게 아무것도 상관없어? 할머니도?”할머니란 말에 윤아의 발걸음이 주춤했다. 할머님은 정말 많이 보고 싶지만...윤아는 이미 수현과 이혼한 상태다. 이런 상태로 할머님을 보러 간다면.“널 많이 보고 싶어 하셔.”수현이 말했다.그 말에 윤아는 하마터면 주체하지 목하고 그에게 갈 뻔했다. 그러나 다행히 관건적인 순간에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았다.할머님이 확실히 윤아의 아픈 손가락
아름다운 여인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힌 모습을 본 차서원은 속으로 후회하였다. 후회를 넘어 심지어 자신이 개자식 같다고 생각했다.그는 자세히 묻고 싶었으나 윤아가 쌩하니 그저 지나쳐버렸다. 그녀는 남아서 그와 대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차서원은 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꾹꾹 참아내던 윤아의 차갑던 눈빛만 떠올랐고 마음속에는 미안함과 죄책감만이 남았다.그가 뒤따라 가려 할 때 심윤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다시 그의 앞으로 걸어왔다.“차서원 씨.”차서원: “네?”“혹시 제 회사에 투자할 생각이 아예 없는 거 아니에요?”“뭐라고요?”윤아의 말에 차서원은 깜짝 놀랐다.“윤아 씨 회사에 투, 투자라고요? 윤아 씨 회사 차렸어요? 아니, 그럼 저랑 했던 사업 얘기가 이걸 말하는 거였어요?”서원의 물음을 들은 윤아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으면요?”“저, 저는 윤아 씨가 드디어 우리 회사에 오려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진수현 그 짐승은 윤아 씨를 막기 위해 온 건 줄 알았는데요.”심윤아: “...”그랬던 거였구나. 차서원도 몰랐던 거구나.보아하니 진수현이 직접 조사하러 갔던 것 같은데. 어떻게 조사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현 상황으로 봐서는 아마 내가 차서원을 찾아 투자받으려는 사실만 아는 것 같았다. 우연일까? 아니면...“윤아 씨, 회사 차렸어요? 어디예요?”서원은 흥미로운 듯 물었다.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윤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요.”“왜요? 아까는 회사에 투자해 주길 바라던 눈치던데.”“그렇죠. 그런데 서원 씨는 우리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진수현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서원이 갑자기 침묵했다.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민했다. 비록 지금 진수현과 관계가 좋아 보인다고 해도, 그는 감히 장담할 수 있었다. 만일 차서원이 진수현의 여인을 조금이라도 탐낸다면 진서원은 바로 돌변할 것이라고.“실례했네요.”심윤아는
꼭대기 층 사무실.금방 위층으로 올라온 서원은 진수현을 찾아갔다.“야, 야. 나는 윤아 씨가 우리 회사로 출근하려고 찾아온 건 줄 알았는데. 투자 유치하러 온건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넌 이미 알고 있으면서 안 알려준 거지?”“그리고. 윤아 씨 계단 내려갈 때 안색도 좋지 않던데. 어떻게 사람을 화나서 울게 만들 수가 있어?”벽에 기대어 서 있던 수현이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곧이어 그의 얇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그랬어?”그 사나운 여자가 울기도 한단 말이지?희한한 일이었다.“왜? 표정 보니 안 믿는 눈친데? 너는 본인이 얼마나 개자식인지 모르지? 사람 울려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 좀 보게.”진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얇은 입술을 살짝 짓씹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입술 색은 다소 창백했다.그러나 데면데면한 성격인 서원은 무언가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잔소리를 했다.“네 태도만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처음에는 윤아 씨 마음을 다시 되돌리려는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너 윤아 씨 아예 보고 싶지 않은 거지? 그래서 화를 돋우는 거고?? 맞지?”“...”대답을 듣지못한 차서원이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가 창백한 얼굴로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서원은 자신이 잘못 본 것 같아 눈을 크게 깜빡여보았다. 그리고 수현의 앞으로 걸음을 옮겨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진짜 땀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몇 초 후, 그는 감탄했다.“진짜 대박. 한겨울에 더워서 땀이라니.”진수현: “...”그는 불편한 몸을 참아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서원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븅신.그의 눈빛을 본 서원이 말을 보탰다.“옷 많이 입어서 그런 거 아니야?”뒤에 있던 비서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듯 귀띔해 주었다.“차 대표님, 진 대표님 위병이 있으셔서 그래요. 잊으셨어요?”비서
어제 승마장에서 승마복을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던 그녀의 청순한 모습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근질근질하여 견딜 수 없다.왜 하필 진수현 여자인 건데?하지만 다른 남자였다면...뒤를 한참 따라 걷던 비서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입을 열었다.“대표님, 좋아하면 대쉬해야죠. 어쨌든 둘 사이는 이미 과거형이고, 아가씨는 솔로이니 대표님께서 어떻게 하시든 도의에 어긋나지 않아요.”“비서님은 몰라요. 말은 그렇게 해도, 진수현이 어떤지 보셨어요? 진수현은 윤아 씨에게 미련이 남았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대쉬를 하나요. 수현과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비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약혼녀 있는 거 아니었어요?”“강소영 말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어떻게 약혼녀입니까.”“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말하는걸요. 진 대표님 주변에도 오랫동안...”“진수현의 주변에 아무도 없고 강소영 한 사람만 있었다고 말하려고요? 그래서 강소영이 그의 약혼녀인 줄 알았다고요?”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잘 생각해 봐요. 진수현의 곁에 사람이 없었음에도 강소영과 왜 약혼하지 않았겠어요? 이미 5년이나 되었는데, 사귀려면 진작에 사귀었죠.”비서: “...”비서는 서원의 예리한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윤아가 금방 회사에 도착하자 오민우가 계획서를 내밀었다.“어제 작성한 계획서입니다. 다른 회사들은 진 씨 그룹보다 효과는 좋지 못하겠지만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만 있다면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윤아가 계획서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받아 들고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그녀의 풀이 죽은 모습에 오민우는 대략 상황을 짐작하고 그녀 앞의 의자에 앉았다.“왜요? 보고 싶지 않아요? 제가 읽어드릴까요?”윤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어느 회사든 소용 없으니까요.”수현의 말처럼 그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어느 회사가 그에게 미움까지 사면서 갓 세워진 그녀의 작디작은 회사에 투자해 주겠는가.
오민우가 한 이 말을 듣자 윤아는 마음이 불편했다. 심지어 그의 확신에 가득 찬 표정과 말투는 마치 일이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아닌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만약 아니라면 제가 이렇게 말했을 때 대표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여야 했어요. 상처가 만약 다 나았다면 손으로 만졌을 때 아무 느낌도 없어야 하거든요.""그래요?"윤아는 가볍게 웃었다."오 매니저님, 아문 상처는 만졌을 때 아프지는 않지만 만약 거센 방망이로 친다면 안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요?""그냥 대수 한 말 가지고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다면 다친 사람이 받은 상처가 너무 심한 나머지 아직 아물지 않았겠죠."여기까지 듣자 윤아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은 점차 사그라들었다."잘못 생각했네요. 전 정말 신경 쓰지 않습니다."민우는 어깨를 으쓱했다."대표님께서 그런 감정을 내려놓으시고 사업에만 몰두한다면 저희 같은 직원들에게 가장 좋은 일이에요."여기까지 말한 후, 민우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서류는 테이블에 올려놓았어요. 하지만 대표님께서는 필요하지 않으시겠네요. 그럼 전 이만 일 하러 갈게요. 오늘 드디어 새 직원이 입사했거든요. 하지만 남을지는 모르겠어요. 필요한 일 있으면 절 부르세요."민우가 나간 후, 윤아는 혼자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제야 아까 민우의 말에 욱했던 감정이 점점 진정되기 시작했다.마음을 진정시킨 후, 윤아는 아까 민우가 했던 말이 비록 귀에 거슬리긴 했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과거의 일을 내려놓고 또 수현을 낯선 사람으로 대하려고 마음먹었으니 그와의 콜라보를 꺼려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그녀가 걱정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바로 윤이와 훈이였다.그녀의 두 아이.진씨 그룹과 콜라보를 한다면 수현과 마주칠 일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시간이 길어질 수록...다른 사람은 보아낼 수 없겠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두 아이가 얼마나 수현과 닮았는지 말이다.하지만 나이가 아직 어리다
"만약 정말 찾기 어렵다면 한 명만 찾아도 좋은 거죠. 하지만 저흰 아직 작은 회사니까 어려워요. 현재 한국 사회를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안정적인 걸 추구하니까요. 해외 기업은 크긴 하지만 너무 멀기 때문에 업무가 익숙하지 못할 수 있어요. 아마 올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여기까지 듣자, 윤아도 초보적인 생각이 섰다."그러니까 다른 길이 통하지 않을 때 해볼 수 있다는 말이죠?""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부르세요? 해외에 뒷백이라도 있으십니까?"민우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사적인 문제 물어보는 거 신경 쓰세요?"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윤아는 그가 뭘 물어보려는지 눈치챘다. 그래서 민우가 이렇게 물어본 후 당장 거절했다."네, 신경 씁니다."이 말을 듣자 민우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사실 사장님께서 재결혼 하셨는지, 지금 싱글인지 물어보려고 했어요."심윤아: "..."그녀는 못 말린다는 듯 민우를 보았다."이 물음에 답하지 않죠.""에잇, 그래요. 출근하려는 사람도 없는데 이런 것도 못 물어보세요."출근하러 오는 사람은 확실히 없었다. 윤아는 시간을 한 눈 보았다. 아이를 픽업할 시간이 거의 된 것을 발견하고 친구에게 말했다."오늘 할 일이 없다면 일찍 퇴근해도 좋아요.""네. 그럼 전 오늘 일찍 퇴근합니다. 이거 조퇴 아니죠?""글쎄요?"두 사람은 웃으며 회사를 떠났다.-윤아는 차에 앉아 아이를 픽업하러 학교에 갔다.학교에 도착한 후 선생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얼른 말했다."어머님, 또 윤이와 훈이 데리러 오셨어요? 아이들 아버지가 이미 데려갔는데 모르셨어요?"오늘 또 다시 아이 아버지란 소리를 들었을 때 윤아는 이미 긴장되지 않았다.선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일하라 바빠서 전화를 받지 못했어요."그녀는 간단하게 설명한 후 돌아갔다.집에 도착했을 때 선우가 두 아이와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숙제를 도와주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윤아는 현아가 자신에게 고려해 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선우는 분수가 있는 사람이었다. 어제 하룻밤만 자고 오늘 저녁엔 남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가기 전, 선우는 윤아에게 말했다."내일 아침을 갖다주는 겸 널 데리러 올게."윤아는 멈칫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그녀가 더는 자신을 거절하지 않은 것을 보자 선우는 손을 뻗어 윤아의 머리를 가볍게 만졌다."드디어 됐다고 안 하네. 이거 나한텐 엄청 좋은 현상이야. 계속 노력할게."윤아는 선수를 보며 할 말이 있는 듯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선우는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사실, 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말할 기회를 놓쳤어. 지금은 비록 시기가 너무 알맞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회인 것 같아서 말할게. 윤아야, 만약 네가 날 택한다면 난 꼭 좋은 아빠가 될게. 윤이랑 훈이를 내 친 자식처럼 여길게. 장담할 수 있어. 그리고 저 아이들 외 다른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윤아는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오늘도 이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가 선뜻 말해주었다.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말했다."이건 아니야. 너한테 불공평했다.""공평?"선우는 낮게 웃었다."윤아야, 감정에 공평을 찾기 어려워. 더욱이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달라. 그러니 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대신 네가 날 한 눈이라도 더 봐주었으면 좋겠어.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야."심윤아: "...""네가 날 이용한다고 해도 괜찮아. 내 곁에 있기만 하면 돼."마지막까지 듣자 윤아는 입안에 쓴 맛이 맴도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럴 필요 있겠어?"이런 윤아의 모습에 선우는 그녀의 코를 가볍게 터치했다."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널 슬프게 하려는 게 아니야. 날 좀 더 고려해 줬으면 좋겠어. 훈이랑 윤이는 이미 컸잖아.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나이야. 그래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어. 학교에서 쓸데없는 소리 듣지 못하게 말이야.""너...어떻게 알았어?"이 일을 말하자 선우의 미소는 점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