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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저녁 식사 후 이선우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설거지 안 해도 돼. 식기세척기에 넣기만 하면 돼.”

하지만 이선우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심윤아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릇들을 모두 그가 가져갔다.

주현아는 옆에서 구경하다가 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둬 윤아야. 하고 싶다잖아. 네가 계속 말리면 선우 씨가 언제 또 점수를 따겠어?”

“맞아.”

이선우도 주현아의 말에 동의했다.

“나한테도 점수 딸 기회를 줘야지.”

이렇게까지 말하니 심윤아도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어 남은 그릇들을 이선우에게 가져다주었다.

잘 시간이 되자 주현아는 자기 방이 있으면서도 굳이 베개를 안고 와서는 심윤아와 함께 자겠다고 했다.

창밖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방 안의 온도도 많이 떨어졌지만 두 사람이 한 침대에 누우니 이불 안의 온도는 올라갔다.

“전에 학교 다닐 때 내가 너희 집에 자주 놀러 가서 몰래 자고 왔던 거 기억난다. 근데 그때 너희 집 침대 엄청 컸었는데. 사실 나는 그때 부잣집 침대는 다 이만큼 큰가 싶었어.”

전에 일을 얘기하니 심윤아는 웃음이 터졌다.

“아빠는 내가 침대서 떨어질까 봐 걱정되셨나 봐.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맞춤 제작한 침대에서 잤어.”

“아이고, 네가 그 말하니까 그때 아무리 네 침대에서 굴러도 떨어지지 않던 기억이 떠오르네.”

세월이 흘러 지난 일을 얘기할 때마다 사무치게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주현아는 마치 작은 새처럼 예전에 재미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얘기했다.

“맞다. 너 그때 기억나? 우리 잘 때 몰래 훔쳐 먹다가 너희 집 도우미한테 들켰던 거.”

하지만 주현아의 말에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주현아는 심윤아가 잠이 든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바라봤더니 그녀는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윤아야, 윤아야?”

주현아가 몇 번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너 왜 그래?”

심윤아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방금 잠깐 멍때렸어.”

하지만 주현아는 그녀의 뒤통수를 움켜쥐고서는 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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