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하며 진수현은 전에 추가했던 연락처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답장하지 않아 두 사람의 연락은 끊겼다.후원금을 주면 거절했었는데 앞으로 라이브 방송을 계속하면 자기가 또 후원금을 보낼 것 같아서 그러나? 그래서 아예 라이브를 접는 건가?만약 그가 카드 번호를 보낸다면?진수현은 이 두 아이를 좋아했다. 비록 두 아이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두 아이의 라이브 방송을 볼 때마다 그는 삶의 어둠을 쫓아낼 수 있었다.두 꼬마가 너무 귀여워서 그는 지난 1년 동안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그는 자신의 기분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지 못했다.만약 두 꼬마가 정말 그 이유로 라이브를 하지 않는 거라면...순간 진수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해결책이 떠올랐다.그러나 그가 더 오랫동안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 전에 라이브에서 서현이가 하윤이의 말실수를 바로 잡았다.“앞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최근 이사를 해야 해서 이사할 때까지 방송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네.”하윤아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이사해요.”두 꼬맹이가 단순히 이사 때문에 잠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제야 진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행히도 단지 이사 때문이었다.그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두 꼬맹이의 IP주소를 찾아보았는데 외국이었다.자기가 지금 있는 주소와 같은 위치에 있어 진수현은 깜짝 놀랐다.전에는 특별히 두 꼬맹이의 주소를 찾아보지 않았었다. 이번에 회의차 해외 출장을 왔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두 꼬맹이와 같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하지만 나라가 너무 커서 꼭 같은 도시에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라이브 방송 댓글에는 다들 어디로 이사를 가는지 묻고 있었다. 하지만 두 꼬맹이는 아주 똑똑했다. 직접적으로 주소를 밝히지 않고 그저 귀국할 수 있다고만 했다.귀국한다는 얘기에 진수현은 살짝 움찔했다.두 꼬맹이는 모어인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했기에 당연히 어느 나라인지 물을
진수현 어머니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민재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건 여우의 권력을 빌려 호랑이를 상대하는 것과 같았기에 서둘러 진수현에게 약을 먹으라고 했다.가장 좋은 점은 약을 먹으라고 재촉하는 것만으로 두 배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꿀 직장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대표님이 약을 드시지 않으면 잠시 후에 사모님께서 전화해서 물으시면 제가 곤란합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이민재는 차가운 시선의 자기 얼굴에 날아와 꽂히는 것이 느껴져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진수현 어머니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진수현은 그녀의 아들이었다. 지금 이렇게 막무가내로 한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자신이었다.하지만 이어지는 진수현의 행동에 이민재는 깜짝 놀랐다.진수현이 자기 앞에 놓은 약을 그가 따라준 따뜻한 물에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물컵을 테이들 위에 무거운 소리를 내며 올려놓았다.“만족해?”이민재는 정신을 차리고서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신거린 뒤 만족한다고 말하며 방을 나갔다.그가 나가자 진수현은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핸드폰을 꺼내 라이브 방송이 끝난 화면을 켜며 입술을 오므렸다.다음 방송이 또 언제일지 몰라 늦지 않게 빨리 돌아오길 바랐다.“라이브 끝났어?”심윤아는 방금 물건들을 정리해 주머니에 넣어두자마자 두 녀석이 핸드폰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네, 엄마.”심서훈은 얌전하게 핸드폰을 심윤아에게 건넸다.“사람들한테 한동안 라이브 방송 못 한다는 거 말했어?”“네, 사람들한테 다 말했어요.”“그럼 됐어. 우리 요 며칠 동안 먼저 짐 정리 끝내고 돌아가면 되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돼.”심서훈은 뭔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물었다.“마미, 외할아버지한테 말했어요?”그 말에 심윤아는 멈칫하더니 그제야 알아차렸다.“맞다, 요즘 너무 바빠서 그건 깜빡했어. 다음 날 저녁에 우리는 외할아버지 집에 갈 거야.”“좋아요.”5년 전 심윤아가 금방 외국에 왔을 때 심인철의 회사는 보잘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너무 오랫동안 외로우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렵게 서로 마음이 맞는 상대를 만나셨는데 그녀가 강제적으로 끊어 놓는다면 아버지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그 여자분은 아주 적극적이었다.심윤아가 두 사람의 일을 알게 된 뒤 그녀는 몰래 찾아와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었다.“윤아양 가족에 대한 일은 나도 아버지한테서 들었어요. 특별한 상황이라는 거 나도 알아요. 내가 맹세할게요. 윤아양 아버지와 만나는 건 절대로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래도 윤아양이 걱정된다면 윤아양한테 각서라도 써줄 수 있어요. 심씨 가문의 어떤 것도 갖지 않겠다는 각서 말이에요. 우리 두 사람만 아는 걸로 하고요.”“각서요? 그럼, 좋습니다.”이에 심윤아는 이선우의 회사 법무팀을 통해 각서 대신 계약서를 준비해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계약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펜을 들더니 바로 사인하려고 했다. 그 모습에 심윤아는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며 물었다.“계약서 읽어보셔야죠. 제가 속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으세요?”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인철 씨가 좋은 사람인데 그런 인철 씨의 딸인 윤아양이 절 해칠 리가 있겠어요.”상대방의 진심에 감동한 심윤아는 어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못하게 했다.심윤아가 계약서를 집어넣자 그녀는 당황하며 물었다.“윤아양, 갑자기 왜 계약서를 쓰지 않아요? 나와 인철 씨가 함께하는 걸 반대하는 건가요?”“아니요.”심윤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이제부터 절 윤아라고 불러주세요. 말씀도 편하게 하시고요. 만약 저희 아버지와 함께하시게 되면 절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다음에 계약서를 쓰게 된다면 꼭 잘 확인하시고요. 오늘처럼 하시면 쉽게 사기당하세요.”계약서를 쓰자고 한 건 딸로서의 작은 이기심 때문이었다.그녀는 한부모 가정이었고 두 아이를 제외하면 가족은 아버지뿐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만나게 될 사람이라면 그녀가 한 번쯤 테스트해
차화연은 심하윤을 안고서는 심서훈에게 다가가서 얼굴을 쓰다듬었다. 심서훈도 빠뜨리지 않고 예뻐해 준 뒤 몸을 돌려 심윤아에게 말했다.“밖에 바람 많이 불지. 우리 어서 들어가자.”“네.”심윤아는 차화연과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차화연은 걸어가면서 말했다.“너희 아버지는 지금 위에서 샤워하고 계셔, 식사 끝낸 뒤에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바로 씻지 않더니. 하여간 말을 듣지 않아.”그녀의 일상적인 잔소리를 들으며 심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평소에 아버지 챙겨주시느라 고생 많으세요.”그 말을 들은 차화연은 심인철을 대신해 해명했다.“꼭 그런 것도 아니야. 너희 아버지 혼자서 많은 일을 하셔. 오히려 내가 챙김을 받는걸.”“서로 챙겨주면 좋죠.”차화연은 심하윤을 한번 돌아보며 그녀를 향해 수줍게 미소를 지은 다음 품에서 심하윤을 내려놓았다.“내가 올라가서 빨리 씻으라고 할게.”“괜찮아요. 저희 오늘은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그 말에 차화연의 눈빛이 빛났다.“그럼 오늘 자고 갈래?”심윤아는 고개를 돌려 심하윤과 심서훈을 바라보았다.“어때? 외할머니가 너희들 여기서 자고 싶은지 물으셔?”“자고 싶어요.”심하윤은 바로 차화연의 종아리를 안으며 말했다.“저 오늘 밤은 외할머니하고 잘래요.”심하윤은 하얀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손짓했다.“마지막 밤이에요.”이뻐하던 차화연은 마지막 밤이라는 말에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마, 마지막 밤? 그게 무슨 뜻이야?”심윤아가 말했다.“심하윤, 누가 아무렇게나 말해도 된다고 가르쳤어? 할머니 놀라셨잖아?”그 말을 들은 심하윤은 고개를 갸웃했다.“엄마?”심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심윤아는 손을 뻗어 심하윤의 코를 콕하고 눌렀다.“우리가 한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 밤이라고 했지.”“어!”지적을 받은 심하윤은 바로 말을 고쳤다.“할머니,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밤이에요.”여기까지 들은 차화연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그녀는 조금 놀라며 심윤아를 바라보았다.“너희 한국에 가
사실 심윤아는 아버지께서 모두 물려주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하지만 앞으로 아버지 회사가 모두 그녀의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감동이 밀려왔다.“그러니까 이제 국내로 돌아갈 생각 말고 여기서 아버지를 도와 회사나 관리해.”비록 아주 감동적이었지만 심윤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심인철은 어리둥절 해 하며 물었다.“왜 안 되는데? 공주야, 너 애 둘 데리고 사업까지 하려면 힘들 거야.”“힘들 거라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있어요. 아빠, 저 사업 하고 싶어요.”그녀는 자기 힘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었다.부모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몰라도 심윤아는 이제 부모가 되었고 또 두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줄 능력이 있는데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심윤아는 탁자를 지나 어렸을 때처럼 아빠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가장 중요한 건 지금 아빠의 잘나가는 회사가 저의 든든한 산이라는 거예요. 제가 혹시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전혀 걱정 없어요. 아바가 뒤에서 공주를 지켜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심윤아의 말에 아빠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아버지로서 그는 딸의 든든한 산이다. 그녀가 밖에서 사업을 하며 다닐 때 그는 영원한 딸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그녀에게 물러설 길이 있는 한 영원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것이다.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심인철이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공주야, 사업은 힘들어.”심윤아는 아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말을 들은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아빠, 전 힘든 거 전혀 두렵지 않아요.”엄마는 강하다고 했다. 심윤아는 엄마가 된 후 두려워서 감히 하지 못했던 일도, 하기 싫어하던 일도, 이제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었다.“넌 이거 하나만 기억해. 아빠는 너 하나만의 아빠야.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아빠한테 전화해.”“알았어요~”-며칠 후,한 가족이 공항에 모였다.심인철과 임향은 심윤아와 두 아이와 헤어지기 아쉬워했다.“돌아가면
주현아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심윤아를 안으며 말했다.“도착하면 전화해. 꼭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엄마, 나 화장실.”임향의 품에 안겨있던 훈이가 말했다.“할머니랑 같이 가자.”“제가 데리고 갈게요.”심윤아는 진비서에게 짐을 맡기고 임향의 품에서 훈이를 넘겨받으며 아들 윤이에게 물었다.“윤아, 넌 화장실 가지 않을래?”윤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가자, 전 아이들 데리고 화장실 다녀올게요.”그러자 주현아가 대답했다.“그래. 그럼 우리는 보안 검색대에서 대신 줄 서 있을게. 저기 보이는 저 줄이야.”“알았어.”심인철, 임향 그리고 주현아까지 마침 세 명이라 세 모자 대신 줄을 섰다.-심윤아는 두 아이를 데리고 공항 화장실을 찾았다.하지만 윤이는 남자아이였기에 심윤아가 같이 화장실에 들어갈수 없었다. 그녀는 화장실 밖에서 두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각자 화장실에 들어가도록 했다.“만약 모르는 게 있으면 안에 있는 아저씨 아줌마한테 물어봐. 화장실 다녀오면 바로 밖에 나와 손 씻어야 해. 엄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았지?”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로 향했다.심윤아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훈이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안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어머! 귀여워라.”밖에서 듣고 있던 심윤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공항의 화장실은 아주 크고 깨끗했다. 거의 모든 구역을 전문 청소 담당자가 깨끗이 쓸고 닦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심윤은 통화 중이던 검은색 정장을 입은 키 큰 남자를 발견했다.그의 옆모습은 아주 아름다웠고 차가운 눈빛과 앙다문 입술 때문인지 그는 더 차가워 보였다.전화 저편에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자 그는 냉소를 지었다.윤이가 눈을 깜빡이며 작은 보폭으로 걸어 들어갔다. 복도에서 화장실로 향하는 문이 하나 더 있었다.윤이가 손으로 밀자 문이 찌지직 소리를 내더니 작은 틈이 열렸다.윤이는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되었기에 힘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있는 힘껏 문을 열었다.찌지직
몇 초 후, 진수현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간거지? 그는 진수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서 어디에 있는지 알수 없었다.진수현은 입술을 꼭 깨물고 미간을 찌푸렸다.휴대폰 저편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미 관심 밖이었다.착각이었나?혹시 요개 두 아이가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아서 보고싶은 마음에 방송에서 들었던 윤이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던건가.“진회장님, 이번 협력 사안에 대해서 사실 저는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수현이 물었다.“방금 무슨 소리 못들었어요?”갑작스러운 물음에 파트너는 당황하며 물었다.“네?”“이쪽에서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환청이 아니라면 통화 상대도 그 감사 인사를 들었을 것이다.통화중이던 파트너는 순간 무슨 뜻인지 긴가민가 했으나 불현듯 진수현이 소음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것을 기억해냈다.방금 어딘가 거슬리는듯한 소리를 들은것 같기도 하지만 곧이곧대로 말하면 혹시 싫어하지는 않을까?이런 생각 끝에 파트너는 말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고는 대답했다.“진회장님, 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요.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파트너는 방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심스레 물었다.진수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문을 잡고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방금 진짜 내가 착각을 했나?그 때, 이민재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자 진수현이 생각을 멈췄다.“진 회장님, 말씀하신 자료 가져왔습니다.”진수현이 언짢은 듯 그를 쳐다봤다.이민재는 자세를 바로 잡고는 입을 다물었다.한참이 지난 후 이민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먼저 보안검색대로 가실까요? 안으로 들어가면 커피숍이 있어서 말씀 나누기 편하실겁니다.”이민재의 말을 들은 파트너도 바로 말을 바꾸었다.“네, 진 회장님, 지금 발씀하시기 불편하시면 저희가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세요.”잠시 생각에 잠겼던 진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더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 사람 방금 화장실에서 나왔지?그렇다면...망했다!“윤아야!”주현아는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그녀는 줄을 서다가 문득 윤이가 남자아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심윤아가 그를 데리고 여자 화장실에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남자 화장실에 가지도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일이 좀 복잡해진다.그래서 주현아는 밖에서 기다리며 도와줄 일이 없나 보려고 곧장 화장실로 뛰어온 것이다. 그런데 진수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진수현을 마지막으로 본 건 아주 오래전이었다.5년이 지난 지금, 진수현은 이미 성숙한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많이 성숙해지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더 차갑고 강해졌다.그저 멀리서 지켜봤을 뿐인데도 진수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그의 얼굴은 전에 비해 더 멋있어졌다.그러니 진수현이 인파 속에서 그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역시 멋있어!그러니 심윤아가 그렇게 좋아했고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지.만약 진수현이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었다면 주현아는 잘생긴 얼굴 때문에 이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화장실에 도착한 진수현은 훈이와 함께 화장실에서 나오는 심윤아와 딱 마주쳤다.그녀는 얼른 뛰어가 헐떡이며 말했다.“윤아야.”“수현아?”심윤아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너 왜 그래?”긴장하기도 했고 또 급히 뛰어온 터라 주현아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네가 두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걱정돼서 뛰어왔지. 너 괜찮아? ”말을 마친 주현아는 심윤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더니 그녀의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심윤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윤이는?”심윤아는 훈이를 주현아에게 맡기고는 남자 화장실 앞으로 갔다.방금 훈이가 갑자기 뛰어나와서 그녀를 찾아서 잠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윤이가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나 1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꼬마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