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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예나는 오늘 온 하루 먹은 게 별로 없었다.

무력하게 몸을 일으킨 예나가 말했다.

“어제 감기에 걸린 건지 먹기만 하면 속이 불편해지네요.”

현석은 예나를 안아 거실 소파에 앉혔다.

“여기 조금만 앉아 있어요. 죽 해줄 게요.”

“그럴 필요 없어요. 입맛이 하나도 없거든요.”

예나가 입가를 매만졌다.

“현석 씨, 세윤이한테 가봐요. 난 좀 혼자 있고 싶어요.”

“옆에 있게 해줘요. 아무 말도 시키지 않을 테니까 내쫓지만 말아 줘요.”

현석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상처받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속상한 예나를 바라보는 현석의 속도 말이 아니었다.

현석은 너무 많은 걸 겪었다.

두 눈을 내리깐 예나가 말했다.

“현석 씨, 잠시 밖에 나갔다 올 게요. 집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같이 가요.”

현석은 몸을 일으켜 외투를 꺼내 입고, 예나의 외투도 챙겨 입혔다.

“가요.”

“현석 씨, 혼자 있고 싶어요. 제발 요…….”

예나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혼자 있고 싶어요. 혼자…….”

“그럼 앞에서 걸어요. 난 뒤에서 따라갈 게요.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을 게요.”

현석이 낮은 소리로 애원했다.

카리스마 넘치고 살벌하던 강씨 그룹 대표인 현석은,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현석 씨 그러지 마요. 현석 씨가 그럴수록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예나는 자기 옷깃을 매만지며 말했다.

“생각 정리만 마치면 돌아올 게요. 혼자 걸을 수 있도록 해줘요, 네?”

예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현석은 상처 가득한 예나의 눈을 마주하며 그 역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숨을 내쉰 현석이 목소리를 낮췄다.

“예나 씨, 생각 정리하고 와요. 여기에서 기다릴 게요.”

예나는 발뒤꿈치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맞춤하고 말했다.

“현석 씨, 이런 나를 감싸줘서 고마워요. 정리가 끝나는 대로 돌아올 게요.”

예나는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가 문을 열고 나섰다.

늦겨울, 초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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