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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같이 자자.”

세훈이 말했다. 그리고 캐비닛에서 이불 하나를 더 꺼내 침대 위로 올렸다.

네 아이는 세윤 방 침대에서 찰싹 붙어 잠을 청했다.

창밖의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다가 희붓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어 동쪽 하늘이 빨갛게 물들더니, 아침 햇살이 방안으로 비쳐 들었다.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세윤이 가장 먼저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깨난 아이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했다.

“엄마가 돌아왔을까?”

아이는 문을 박차고 아래층을 내려다보았지만, 양 집사가 테이블을 닦고 있는 광경만 보였다.

“양 집사 할아버지, 엄마 일어났어요?”

양 집사가 고개를 들었다.

“어젯밤 대표님과 사모님이 집을 나서고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세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엄마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안방으로 달려가자 깨끗하게 정리된, 전혀 사용 흔적이 없는 침대가 보였다.

‘어젯밤 엄마랑 아빠가 돌아오지 않은 게 사실인가 봐.’

“너무 급해하지 마.”

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

“아빠한테 전화 걸어볼 게.”

웅웅-

현석의 전화가 진동했다.

그는 안개가 가득 한 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멀리 보아도 끝이 없는 그런 길이었다.

그곳에 얼마나 서 있었던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현석은 굳은 목을 살짝 움직이며 전화를 받았다.

“아빠, 엄마랑 어디 있어요?”

“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

현석은 전화를 끊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어젯밤 현석은 예나의 핸드폰을 받아 쥐고 그녀를 찾아 골목골목을 돌아다녔으나, 그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었을 거라고 짐작이 되었다.

잠시 생각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게 맞았다.

그래서 현석은 집 앞 거리에 서서 예나가 돌아오기 만을 기다렸다. 새벽 1시부터 아침 7시가 되고, 깜깜한 날이 밝기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지만 예나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길한 마음이 점점 커가고, 마음이 텅 비어 겨울 찬바람이 온몸을 덮쳤다.

현석은 먼 곳의 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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