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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연회장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도, 여지연은 장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였다.

여지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저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백소은이 여지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혼기가 차면 결혼하는 게 이 세상 당연한 이치인 것을. 내 딸인 너에게 좋은 남편을 찾아 짝을 맺어주는 것도 이 어미가 응당 해야 할 일이란다. 권석훈은 정말 괜찮은 아이야……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

“그래요. 언니. 권씨 가문은 우리 성수시에서 제일 큰 가문이잖아요. 권씨 가문 도련님과 결혼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행운 인걸요.”

백소은 옆에 앉은 여지수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비록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질투심이 가득했다.

여지연은 4년 전 여씨 가문에서 들인 양녀로, 4년 동안 여씨 가문에서 갖은 고생을 했지만, 여전히 고상한 자태를 자랑했다.

여지수가 가장 질투 나는 건 여지연의 얼굴이었다. 오똑한 이목구비는 물론, 하얀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다.

타고난 카리스마와 여신의 자태로 사람들은 감히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지도 못했으나, 또 참지 못하고 그녀를 힐긋거렸다.

여지연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정말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지연은 아직 못다 한 숙제가 남은 것처럼, 이번 생에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년 동안 매일같이 고민해봤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다.

4년 전, 눈을 처음 뜬 순간, 여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고 여지연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름이 도예나라고 밝혔다.

그 이름은 머릿속에 꼭 박혀 기억을 잃었어도 이름만은 남아있었다.

여지연이 눈을 뜬 날, 백소은이 여지연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여씨 가문 사람이 해안가에서 널 구조해서 데리고 왔단다. 큰 부상을 입은 너를 우리가 고액의 치료비를 지불하고 목숨을 구했어. 왠지 너와의 인연이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우리 가문의 양녀로 삼고 싶구나. 앞으로 네 이름은 여지연이란다.”

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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