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서 거울로 자기 얼굴을 확인했다.살기 넘치는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 서고, 얼굴 전체에서는 서늘한 분위기가 풍겼다.‘내가…… 사람을 때려?’예나는 장서영의 뺨을 내리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정말 화가 나긴 했다. 장서영이 돌아가신 엄마를 입에 올릴 때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데, 그 순간에는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예나의 성격상 아무리 화가 나도 어른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다.예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며 애써 진정했다.띵동-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문을 나서려는데 긴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검은색 코트에 회색 스웨터를 입은 현석의 뒤로는 따스한 햇볕이 아우라처럼 보였다.현석은 성큼성큼 예나의 앞으로 걸어갔다.“끝났어요?”현석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쥐고 나란히 밖으로 걸었다.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현석 씨, 나 방금 사람을 때렸어요…….”현석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그 사람이 예나 씨의 선을 넘는 말을 했나 봐요.”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 뺨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낚아채고 쓰레기통 옆으로 넘어지게 했어요. 머리가 깨져서 피도 많이 나고…….”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예나도 장서영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발견했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피가 울컥울컥 나왔는데, 꽤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현석의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지만, 그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예나를 다독였다.“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현석은 좌 수석 문을 열고 직접 예나의 안전벨트를 해주었다.운전하기 전 그는 비서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차는 안정적으로 도로를 달렸고, 둘은 우선 든든하게 점심을 챙겨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새해 첫날, 거리에는 차량이 적었고 둘은 빠르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네 아이는 유치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안은 시끌벅적했다.예나는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위층으로 올
장서영은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그 초췌한 모습은 많은 네티즌의 동정을 불러왔다.강씨 그룹이 언론을 막아도, 네티즌들의 눈을 막을 수는 없었다.장서영은 돈을 먹여 라이브 방송이 더 큰 화제가 되도록 했고, 시청자 수가 많아질수록 인터넷이 들끓었다.[집안 어른을 폭행? 말도 안 돼!][장서영 대표 전에 기사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세련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는데, 오늘 너무 딱해 보이 더라고.][도예나는 강씨 그룹 사모라는 신분으로 막 나가도 된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잠깐만, 도예나랑 강현석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어?][그냥 루머일 뿐이야.]인터넷에서 소문이 무성해지고, 각종 추측이 남발하고 있었다.웅웅-탁자 위에 올려 둔 예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현석이 수신자를 흘깃 보고 조심스레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아버님.”“예나는?”장서원의 목소리가 조급했다.“여론이 점점 더 안 좋게 굴러가고 있어. 예나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은데…….”“걱정하지 마세요. 아버님.”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잘 처리해 볼 게요.”장서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주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장서영이 먼저 예나와 돌아가신 엄마를 모욕했다고 하더라 구나. 그래서 예나가 갑자기 손을 댄 것인데…… 예나가 나선다면 여론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알겠어요.”통화를 종료한 현석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그는 예나가 정말 사소한 일로 장서영에게 손을 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현석은 핸드폰을 다시 조심스레 탁자 위로 올려 두고 본인의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로 향했다.찬 바람이 뼛속까지 쌩쌩 불어오는데 현석의 목소리는 더 차가웠다.“장서영과 이지원이 최근 몇 년 동안 벌인 온갖 더러운 일을 한데 모아 동영상을 만드세요. 동영상을 바로 장서영 이메일로 보내, 3시간 내로 여론을 뒤집지 않으면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하세요.”“네, 알겠습니다!”상대방은 전화를 끊고 빠르게 움직였다.현석
“싫어요! 오늘 저녁까지 놀기로 약속 했잖아요!”승한은 집 기둥을 안고 떼질 썼다.“수아랑 더 놀 거예요. 아직 채 못 놀았단 말이에요!”하은도 거들었다.“엄마는 왜 약속 안 지켜요? 저녁 7시까지 놀 거예요!”강씨 가문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4인방이었다. 수아는 예쁘고 귀엽고, 제훈은 똑똑하고, 세훈은 큰 오빠처럼 아이들을 살폈고, 세윤은 제일 재밌는 친구였다. 오늘 강씨 별장에서 열린 파티에 거의 모든 친구가 참석했다.예나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문 앞에 선 사모님들이 시선을 돌렸다.얼굴에 두 흉터가 생겨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은 사람들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타고난 아우라,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자태.“승한이 어머님, 하은이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파티가 끝나면 기사 아저씨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줄 거예요.”예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아이들끼리 파티를 하는 모양인데, 조금만 더 놀게 하면 어떨까요?”그녀의 목소리는 잠결에 잠겨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사모님들의 표정이 조금 착잡해 보였다. 인터넷은 난리가 났는데 강씨 사모인 예나는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아 보였으니.네티즌들이 예나를 폭행범으로 몰아가고 있어, 사모님들은 제 아이들이 걱정되어 허겁지겁 달려온 것이었다.그러나 예나의 나긋나긋한 말투는 장서영이 묘사한 사람과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승한이 엄마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새해라고 아이 외할머니가 아이가 보고 싶다고 찾아와 서요. 승한아, 빨리 엄마랑 돌아가야 지!”인터넷에 도는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은 잘 몰라도 일단 예나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승한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걸어가자, 제훈이 말했다.“먼저 돌아가. 앞으로 파티는 또 있을 거야.”승한이 입을 삐죽였다.“제훈아, 진짜지?”“제훈이가 언제 우리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하은이 대답을 가로챘다.“그럼 약속한 거다? 다음 파티에도 우릴 다 초대해야 해!”아이들은 마
“엄마의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제훈의 어리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현석의 귓가에 들렸다.현석은 예나 앞에서 꾸몄던 평온함과 침착함을 지우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제훈아, 아빠도 방법을 찾고 있어.”현석은 수많은 전문가에게 연락을 돌렸으나, 그들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바로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다른 방법은 바로 복용하는 약의 용량을 늘려 몸속 들끓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런 약은 큰 부작용을 동반했고, 용량을 늘릴수록 신경을 자극했다.“아빠, 먼 곳에 있는 무녀 한 명 알고 있어요.”제훈이 천천히 말했다.“무술로 인체 혈액을 교체할 수 있대요. 혈액을 교체하고 나면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제훈아…….”현석이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혈액 교체…… 현대 의학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고대부터 물려 온 무녀들의 의술 또한 믿음직스럽지 않았다.제훈이 입술을 매만졌다.“아빠, 이러다가 엄마의 감정 컨트롤이 점점 힘들어지고, 엄마가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벌인다 면요? 엄마가 정신을 차리고 얼마나 자책하고, 힘들어하겠어요? 반복적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엄마도 많이 지칠 거예요.”“계속 고통받으며 힘들어하는 것보다 한번 시도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현석이 주먹을 꼭 쥐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제훈아, 그러다가 수술이 실패하기라도 하면? 엄마가 수술대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어떡해? 혈액 교체 후 다른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는 또 어떡하려고?”“이 상태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잖아요.”제훈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빠, 며칠 더 고민해 보세요. 저도 무녀와 더 얘기를 나눠보며 리스크가 어떤지 잘 알아볼 게요.”그 말을 끝으로 제훈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문을 열자, 세윤이 데굴데굴 굴러들어 왔다. 아이는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한 마디도 못 들었어요…….”제훈이 덤덤한
제훈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엄마, 제가 여러 패키지를 찾아봤어요. 집순이들이 좋아하는 힐링 관광지가 있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을 거예요.”강씨 가족이 신혼여행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때에도 인터넷의 열기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었다.어느새, 사건이 발생한지 반나절이 지났다. 각종 매체는 눈치를 보며 리트윗을 시도했고, 강씨 그룹이 더 이상 제재를 하지 않자 더 대담하게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허, 이번에야 말로 도예나를 철저히 무너뜨릴 거야!”장서영은 병실 침대에 누워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감히 내 뺨을 때려? 도예나가 평생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할 거야.”태어나서 부터 장씨 가문 유일한 아가씨였던 장서영은, 줄곧 애지중지 자라서 이씨 가문에 시집을 갔고, 성남시 모든 여자의 부러움을 샀다.비록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장서영은 바로 이혼하고 해외 연수를 했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장씨 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늘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던 장서영의 유일한 허점이 바로, 며칠 전의 표절 사건이었다. 그녀는 예나 때문에 성남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때, 도예나 얼굴을 갈겨 버렸어야 했는데 기회가 없었어. 이번이야 말로 제대로 된 기회야!’‘비록 내 체면을 깎는 일이지만, 그렇기에 타격이 더 큰 것 아니겠어?’카리스마 넘치는 비지니스 우먼의 이미지가 친 조카의 폭행으로 얼룩지게 되겠지만, 증거가 버젓이 보이는 만큼 네티즌들이 그녀의 편을 들게 뻔했다.“도예나는 세계적인 비호감이 될 거예요.”이지원이 과일칼로 사과를 깎으며 말했다.“조금 있다가 사람을 보내 강씨 별장 앞에서 난동을 부리게 할 거예요. 썩은 계란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던지게 하고, 도예나가 감히 외출이라도 하면 바로 해코지하라고 지시할 거예요. 어차피 네티즌들이 우리 편인데 우리가 지시했을 거라고는 못 할 거예요.”장서영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여론이 우리한테 유리한데 굳이 일을 만들지 말 거라. 괜히 말썽을 부려 불똥이 튀게 하지 말고.”지원은 얌전히 고
“엄마…… 아빠가 술 마시고 폭행해서 이혼한 거 아니었어요?”지원이 입술을 덜덜 떨며 물었다.단지 그 이유 하나로 지원은, 오랜 세월 동안 친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지원은 가정폭력 아버지를 원망했다. 아버지가 행복한 가정생활을 버렸다고만 믿었는데…….동영상에 따르면, 장서영의 이혼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장서영이 바람을 피운 사실이었는데, 그 이유 때문에 참지 못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가정폭력 영상은 인터넷에 퍼졌고, 아버지가 가해자가 되어 평생 죄인 취급을 받았다.“엄마, 이 영상, 진짜예요?”장서영이 차갑게 말했다.“10여 년 전의 일을 굳이 해석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이지원, 뒷부분은 네가 유학 기간 벌였던 일에 관한 내용이야. 비싼 돈 주고 유학을 보냈더니, 해외에서 돈을 흥청망청 써버려? 겨우 그런 식으로 공부한 거니?”지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설민준과 헤어지고, 지원은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3일에 한번 남자 친구가 바뀌고, 일상이 술집 아니면 클럽이었다. 예쁜 얼굴 덕에 술집을 가면 수많은 남자들이 대시를 했고, 남자의 얼굴이 반반하면 지원은 큰돈을 꽂아주고 호텔로 향했다.‘이 어처구니없는 생활은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 흑역사를 모두 찾아낸 거지?’마지막 몇 분 동안, 클럽에서 찍힌 지원의 사진과, 클럽에서 남자와 몸을 섞는 영상과, 여러 남자들과 호텔로 향하는 사진이 공개되었다.이 5분 영상이 공개된다면, 지원과 장서영, 두 모녀는 네티즌들에게 처살 당할 게 뻔했다!“엄마…… 그러지 말고 이 영상을 누가 보내왔는지 확인해 봐요.”장서영은 화를 참으며 이메일을 읽어 내려갔고, 마지막 한 줄의 글을 읽었다.“3시간 안으로, 도예나를 향한 악플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이 영상을 유출할 것이다.”“빌어먹을!”장서영은 핸드폰을 바닥으로 내던졌다.행동이 너무 크다 보니 손등에 있는 바늘이 뽑혀 피가 지원의 얼굴까지 튀었다.“엄마, 이건 도예
인터넷이 또다시 발칵 뒤집어졌다.장서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과로로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에서 누군가가 저를 폭행했고, 저는 당연히 제 조카 도예나의 소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고 발생 전, 회사 회의실에서 도예나 씨와 작은 언쟁이 있었고, 저는 도예나 씨가 장씨 그룹 후계자가 된 사실에 불만을 품었기에 도예나 씨의 소행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하지만 사건 발생 후, 자세한 조사를 거쳐 회사 내부로 들어온 취객이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일은 모두 취객의 소행으로, 도예나 씨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질타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렇게 라이브를 켜게 되었습니다.”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있을 네티즌들이 아니었다.[혹시 협박당한 거면 눈을 깜빡여봐요!][강씨 그룹이 큰돈을 먹여 장서영을 매수한 게 틀림없어, 그래서 이런 거짓 방송을 하는 거야.][강씨 그룹은 참 대단해.]……댓글 상황을 읽은 장서영은 몰래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봐봐! 내가 아무리 해석해도, 네티즌들은 모두 내 편이야. 내가 바로 제일 무고한 사람이야!’라이브 방송을 종료 하려는데, 지원이 장서영에게 말했다.“엄마, 이메일이 또 왔어요.”이번에는 오직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걸 보니, 장서영 씨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싶나 보군요.”장서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렇게 해명 라이브도 했는데, 도예나 이 빌어먹을 녀석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거야?’홧김에 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었으나, 장서영은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그러다가는 본인과 딸의 흑역사가 만천하에 공개될 테니.주먹 쥔 손을 부르르 떤 장서영이 다시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예나는 아주 연약한 여자아이예요. 뺨 한 대로 저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합니다.”“제 키가 172cm이고, 예나는 대략 165cm 정도입니다. 일상에서 이런 키 차이를 가진 분들이 폭행을 행사할 수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인터넷의 열기가 점점 가라앉고, 밤은 점점 깊어 졌다.예나는 베란다 창문에 기대어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회사 새 프로젝트의 코드를 쓰고 있었다.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녀는 가장 기분이 좋았다.멍멍멍!창밖에서 갑자기 들개의 짖은 소리가 들려왔다.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자 주변 여러 개가 동시에 맹렬히 짖어 댔다.창문을 열어보니 별장 주변에 떠돌이 개 여러 마리가 모여 있었다.무슨 이유인지 짖음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예나는 점점 화가 났다. 인상을 찌푸린 그녀는 더 이상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탁자 위에 놓인 과일칼이 보였고, 그녀는 성큼 다가가 칼을 손에 쥐고 창밖으로 던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 뚝 멈춰 섰다.‘몇 번 짖었을 뿐인데, 나 지금 개를 죽이려고 한 거야?’‘어떻게 이런 무서운 생각을 할 수 있어?’“어디에서 몰려온 들개들이야? 훠이 훠이. 저리 가!”양 집사는 도우미들을 시켜 들개를 내쫓았다.예나는 드디어 조용한 근무 환경을 되찾았다.현석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잔뜩 인상을 찌푸린 예나가 수심 깊은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게 보였다.이런 그녀의 모습에 현석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예나가 짖음 소리에 마음이 심란해졌을 거라고 예상했었다.조심스레 다가온 현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달빛이 참 예뻐요. 산책이라도 할까요?”예나는 더 이상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예나가 외투 하나를 꺼내 입으며 말했다.“그래요, 좀 걸어요.”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정원으로 향했다.별장은 산 중턱에 자리 잡았고, 입구를 나가면 바로 공원이 있었다. 공원 울타리에 서면 전체 성남시가 한눈에 들어왔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하늘 아래에는 네온등이 도시를 수놓았다. 성남시는 원래 야경이 예쁜 도시로 손꼽혔다.그러나 예나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울타리에 몸을 기댄 예나는 갑자기 괴상한 생각이 들었다.‘여기에서 뛰어내린다면 해피 엔딩일까?’“예나 씨, 우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