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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엄마의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

제훈의 어리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현석의 귓가에 들렸다.

현석은 예나 앞에서 꾸몄던 평온함과 침착함을 지우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훈아, 아빠도 방법을 찾고 있어.”

현석은 수많은 전문가에게 연락을 돌렸으나, 그들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바로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방법은 바로 복용하는 약의 용량을 늘려 몸속 들끓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약은 큰 부작용을 동반했고, 용량을 늘릴수록 신경을 자극했다.

“아빠, 먼 곳에 있는 무녀 한 명 알고 있어요.”

제훈이 천천히 말했다.

“무술로 인체 혈액을 교체할 수 있대요. 혈액을 교체하고 나면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제훈아…….”

현석이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혈액 교체…… 현대 의학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고대부터 물려 온 무녀들의 의술 또한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제훈이 입술을 매만졌다.

“아빠, 이러다가 엄마의 감정 컨트롤이 점점 힘들어지고, 엄마가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벌인다 면요? 엄마가 정신을 차리고 얼마나 자책하고, 힘들어하겠어요? 반복적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엄마도 많이 지칠 거예요.”

“계속 고통받으며 힘들어하는 것보다 한번 시도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현석이 주먹을 꼭 쥐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제훈아, 그러다가 수술이 실패하기라도 하면? 엄마가 수술대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어떡해? 혈액 교체 후 다른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는 또 어떡하려고?”

“이 상태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제훈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아빠, 며칠 더 고민해 보세요. 저도 무녀와 더 얘기를 나눠보며 리스크가 어떤지 잘 알아볼 게요.”

그 말을 끝으로 제훈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문을 열자, 세윤이 데굴데굴 굴러들어 왔다. 아이는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한 마디도 못 들었어요…….”

제훈이 덤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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