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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제훈은 체크무늬 잠옷을 입고 있었다. 나른하고 캐주얼한 차림과는 달리 아이의 눈빛이 예리했다.

제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CCTV 영상은 이미 해킹해서 지웠는데, 주현무 인터뷰 영상은 리트윗이 천만이 넘어서 완전히 삭제하는 건 무리예요.”

하나를 삭제하면 몇 백 개씩 늘어나니, 깨끗이 지우는 건 불가능했다.

현석이 걸어가 덤덤하게 말했다.

“영상을 지우는 게 해결 방법은 아니야.”

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병이 치료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어요. 언젠간 아빠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현석이 고개를 들어 제훈을 바라보았다. 제훈은 아직도 혈액 교체 치료법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입술을 매만지며 현석이 말했다.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하자.”

현석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전화 몇 통을 걸었다.

“정재욱 씨, 주씨 그룹 주식을 세 시간 안으로 20% 인수하세요.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요.”

“주성태 대표님, 제가 전화를 건 이유를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 (예나의 외할머니)…….”

서씨 가문.

이현숙은 연예 뉴스를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현석의 전화를 받은 후에야 그러한 일이 벌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어젯밤 서슬기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그랬구먼.’

전화를 끊자, 서슬기가 당황한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게 보였다.

근엄한 얼굴의 이현숙이 서슬기를 불렀다.

“이리 오거라.”

“할머니…….”

서슬기가 조심스럽게 걸어가며 말했다.

“할머니, 제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서요. 조금 있다가 다시 올 게요.”

“무슨 할 일이 있는지 말하거라.”

이현숙이 의자에 기대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곧이곧대로 말해!”

“그게…….”

서슬기가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깨물었다.

서슬기도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야 기사를 확인했다.

주현무가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인터뷰했고, 예나의 폭력적인 성향이라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사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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