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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예나의 짙은 색 머리카락이 베개 위로 흩어져, 그녀의 머리는 손바닥만 해 보였다.

하얀 피부의 예나의 눈가 아래에는 짙은 다크써클이 있었다.

현석은 예나가 며칠 동안 불면에 시달렸다는 걸 알았다. 계속 뒤척이다가 새벽 3~4시가 되어서야 예나는 잠에 들었다.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거예요. 옆에 가만히 있을 게요.”

현석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마치 우아한 첼로 연주 소리 같기도,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따뜻한 온기가 예나의 마음속에 찾아 들고, 예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눈을 치켜 뜨고, 입꼬리를 살짝 올린 그녀는 현석의 목에 손을 감았다.

앵두 같은 입술을 살짝 벌린 예나는 바로 현석의 목덜미에 키스했고, 이어 그의 입술을 막았다.

현석은 바로 몸을 돌려 예나의 몸 위로 올라탔다.

입술부터 쇄골까지, 예나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졌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 빠진 것처럼 몸이 나른해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현석이 몸을 멈추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예나 씨, 날 유혹하지 마요. 예나 씨가 유혹하면 난 참을 수가 없어요.”

“나도 원해요…….”

예나는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안고 다른 손으로는 앞섬의 단추를 풀었다.

불안하고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고즈넉한 오후 하늘에 서서히 노을이 보이고, 따뜻해진 온도에 베란다 창문에 뽀얀 습기가 꼈다. 베란다에 쌓인 눈과 얼음이 스르르 녹아 아래층 정원으로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다. 물은 봄이 오면 새로 피어날 꽃과 풀을 촉촉이 적셨다.

겨울의 태양은 구름 뒤로 얼굴을 숨겼고, 한가로운 오후 시간은 그렇게 뜨겁게 흘러갔다.

다른 한편, 세윤이 풀이 죽은 채로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수아를 폭 안으며 말했다.

“수아야, 오빠 너무 힘들어.”

수아가 악보를 올려 두며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형이 너무 어려운 테스트 문제를 냈는데, 제훈은 불붙은 집에 기름이나 붓고 있었어. 하마터면 서재에서 죽을 뻔했다니까.”

“살아서 나왔잖아.”

수아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빠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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